반면 독일은 경제위기 과정에서도 실업률 등이 꾸준한 안정세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이번 유로화 위기를 계기로 그 수출활력과 재정건전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독일 경제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통일 후유증으로 지속적인 실업증가 및 소비 침체의 악순환을 경험한 바 있다. 서구 언론들이 당시의 독일을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라고 비웃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독일은 일회성 경기부양의 유혹에 빠지는 대신 꾸준히 경쟁력 회복에 중심을 두고 경제를 운영해왔다. 최근 독일 경제의 성과를 살펴보고 그 원인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독일 경제의 최근 성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몇몇 경제성과 면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독일의 강점은 특히 수출에서 확인된다. 선진국들 가운데 예외적으로 상당히 강한 수출주도형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2003년 이후 미국을 넘어 이른바 세계 수출의 챔피언(Export Weltmeister) 자리를 유지해왔다.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4분의1, 일본의 4분의3 수준이지만 수출에서만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킨 것이다. 다만 이번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전세계의 공장으로 자처하는 중국이 2009년 수출에서 독일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독일의 수출증가 속도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구조로 인해 시장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독일은 2000년대 연평균 13.1%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직 저가 범용제품 중심의 수출구조인 중국의 24.4%에 비해서는 낮지만 미국(6.4%)과 일본(6.1%)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이다. 또한 이는 수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한국의 같은 기간 수출증가율(11.9%)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유로화가 강세를 지속한 지난 수년간 독일의 수출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유로화는 저점이던 2000년 10월 이후 2010년 3월까지 중국 위안화 대비 31%, 일본 엔화 대비 33%, 미국 달러 대비 59%, 한국 원화 대비 60% 절상됐다. 어려운 환율 여건에서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출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환율 절상을 넘어서는 생산성의 증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독일 경제의 위기 대응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으로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위기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한 2007년 2분기~2009년 4분기에 독일은 8.5%에서 7.5%로 실업률이 낮아졌으며(같은 시기 미국은 4.5%에서 10.0%, 스페인은 8.0%에서 19.0%, 영국은 5.1%에서 7.8%, 일본은 3.8%에서 5.2%로 실업률이 증가했다), 향후에도 경기 회복에 따라 기계류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른 고용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독일의 GDP는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해 마이너스 5%를 기록했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항상 GDP의 감소폭을 훨씬 웃도는 실업률 증가를 보여왔던 독일이 이번에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