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21일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미 국방부가 촬영, 배포한 이 사진은 7월22일자 ‘뉴욕타임스’ 1면 머리에 실렸다.
7월22일 ‘뉴욕타임스’ 1면에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를 위해 방한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휴전선 비무장지대 방문 장면이 메인 사진으로 게재됐다. 북한 병사가 창문을 통해 굳은 표정으로 이들을 들여다보는 모습이었다. 2+2회의를 통해 대북 추가 금융제재 등 강도 높은 압박조치가 발표된 직후 외교안보라인의 한 핵심관계자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 국방부가 촬영한 이 사진을 두고 한반도 문제 관련 미국 측 주요 당국자가 ‘지나치게 냉전적인 이미지’라며 배포에 반대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 본인이 ‘개의치 말고 진행하라’고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워싱턴 고위층이 얼마나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지는 이처럼 명확하다.…미국뿐 아니라 다른 우방들도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북한 내부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남북관계에서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방침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기회의 역사적인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 장면 2
‘대북정책에서 원칙을 견지해나가겠다’는 안보라인 관계자들의 발언이 한창이던 8월2일, ‘동아일보’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가 안보부처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8월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서울 방문 때부터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의 ‘협상파’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원칙파’가 물밑에서 힘겨루기를 벌여왔다는 보도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 과정에서 임 장관이 상당부분 합의에 이르렀지만 11월 진행된 공식라인 논의과정에서 통일부가 ‘더 높은 수위의 조건’을 내세우는 바람에 무산됐다는 게 그 골자. 이후에도 북측이 논의를 제의했으나 남측은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고, 북한이 회담 결렬에 대한 보복으로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묘한 시점에 터져 나온 ‘1년 전의 비화’는 안보당국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수면 아래에서만 거론되던 비선(秘線)과 공식라인 간의 힘겨루기가 개각을 코앞에 두고 현 장관의 경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공개됐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비선의 핵심인 임태희 전 장관은 이제 대통령실장으로 권력의 핵심에 선 상태. 일선 당국자들은 민감한 정보가 민감한 시기에 흘러나온 배경을 타진하기 위해 분주히 안테나를 가동했다.
# 장면 3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8월 초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개각과 관련해 전화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그가 전한 대화내용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이번에 기필코 교체해야 한다는 뜻을 임 실장이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남북관계의 불안정이 국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므로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 차원에서 안보라인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섣불리 생각하지 마라, 평양에 의도하지 않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설득했더니 ‘일단 알겠다’고 하더라. 이번 개각에서 현 장관이 유임된 것이 나와의 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임 실장이 계속되는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이 상당 부분 현 장관에게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