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내 삶은 눈부시다 _ 이병욱 지음, 대성Korea.com, 224쪽, 1만2500원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눈부신 산업발전과 민주화를 이룩했다. 마치 살아 있는 화산의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역동성 때문에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국가 슬로건까지 나왔다. 이런 역동성은 커다란 성과를 냈지만 그 대신 우리에게서 몸과 마음의 휴식을 빼앗아가버렸다. 국가브랜드 파워도 향상되고 있고 국가경쟁력 순위도 올라갔지만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있고 피로감도 쌓여가는 게 지금 우리의 초상이다.
이제는 행복지수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할 때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기다.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피로증과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치유하고 재생시켜야만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는 대부분 후반전에서 결정된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하프타임이 중요한 이유는 인생의 반환점에서 어떤 마음 자세로 삶의 가치를 재설계하고 방향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삶 전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슴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 하고 싶고, 의미 있고, 사명을 가질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알아내는 시간이 바로 하프타임이다.
나의 선택이 아닌 주변의 바람과 세상이 원하는 성공에 맞추어 인생의 전반기를 살았다면, 후반은 좀 더 ‘의미’와 ‘성숙’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하프타임에 점검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몸이 건강하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마음, 영혼, 관계도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웰다잉을 생각할 때, 웰빙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쉼표가 필요한 내 몸, 심폐 소생술을 원하는 마음, 내 삶을 따뜻하고 견고하게 해줄 관계, 아낌없이 살아야 두렵지 않고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는 죽음을 다루면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의미보다는 성공을 위해 뛰어온 삶의 중반에 선 미들에이지(Middle Age) 세대와 각 분야에서 절정의 시간을 보내며 삶의 방향과 목표의 재점검이 필요한 직장인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부딪혀 삶을 돌아보는 현대인과 남은 삶을 더 깊고, 더 아름답게 살기 위한 솔루션을 찾는 중년도 염두에 두었다. 너무 늦은 시작은 없다는 것을 알리며 하프타임이 필요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이제라도 원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행복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행복보다는 성숙에 초점을 맞출 때, 주변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가슴속에서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내면의 소리를 들을 때, 행복한 삶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디게 될 것이다.
이병욱│대암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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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_ 김두식 지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주제임에도 인권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당장 내 문제가 아니면 살아가는 데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이 차별받고 있지만,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이 무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저자는 ‘누군가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하고 방심하는 바로 그 순간 인권 유린이 시작되고, ‘당장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남의 일까지 어떻게 신경 쓰나’하고 자꾸 넘어가다보면 어느새 그 일이 구조화되어 결국은 내 문제로 바뀌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인권감수성을 기르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일관성 있게 강조하는 말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이다.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하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창비, 380쪽, 1만3800원
아빠, 그것도 몰라? _ 웬덜 제이미슨 지음, 권기대 옮김
“아빤 왜 맥주를 좋아해?” “난 왜 맥주를 마시면 안 돼?” “송장이 뭐야, 아빠?” 저자는 쉬지 않고 퍼붓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엉뚱하고 기가 막힌 질문이지만, 일일이 답변해주기로 마음먹는다. ‘뉴욕타임스’ 편집자라는 직업을 십분 활용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답변들을 받아 이 책을 엮었다.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질문은 어른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황당하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이보다 더한 질문도 서슴없이 던진다. 다섯 살 안팎의 아이들에게 세상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하얀 백지와도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에는 어른들의 현재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당신도 한때 호기심 많은 아이였지 않은가. 민음인, 360쪽, 1만5000원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 _ 임후남 지음, 이재영 사진
엄마와 함께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은 초등학교 6학년 이재영은 이렇게 말한다. “제주 올레길의 마음을 찍고 싶었다. 제주 올레길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을 움직인다.” 평생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온 엄마는 비로소 깨닫는다. 아들의 나이 열세 살은 아이도 어른도 아닌 나이라는 것을. 비로소 아들이 훌쩍 자랐음을 확인한다. 엄마는 올레길을 걸으며 만난 아이의 모습과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가졌던, 이 땅의 엄마라면 모두 공감할 생각의 상념들을 풀어놓는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상에는 엄청 많다는 것을, 그 세상은 1등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1등이 아닌 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임을 조용한 목소리로 깨닫게 한다. 엄마 임후남은 고백한다. ‘아이와 함께 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여행이었다’고. 생각을담는집, 268쪽, 1만3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아바타 인문학 _ 최정우 외 8인, 자음과모음, 296쪽, 1만3500원
‘아바타’로 대표되는, 혹은 ‘아바타’가 열어젖힌 3D 영화의 시대에, 영화에 대한 글쓰기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혹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이중적이다. 하나의 질문은 두 얼굴을 갖는다. 첫 번째 질문은 여전히 영화에 대한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암시하고 또 그러한 사실을 고수하려 한다. 반면 두 번째 질문은 과연 그러한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반문하고 의심하며 주저한다. 말하자면 영화에 대한 글쓰기란 이러한 ‘매력’과 ‘위험’,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담고 있는 글쓰기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나 비교적 오랫동안 간과하거나 무시해온 이 하나의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이 책은 아홉 명의 필자가 각자의 ‘색안경’을 쓰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 구조와 연합은 느슨하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간적인 선을 따라간다. 글이 각기 지닌 밀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책은 전반적으로 영화관 바깥에서 영화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영화관(혹은 심지어 영화) 바깥으로 나오는 ‘공간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구성이 의미하는 바는 영화가 영화의 내적인 텍스트와 내러티브만으로 이해되고 소비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3D 영화의 등장으로 더욱 가시적으로 변모한 ‘영화 산업’이라는 단어는 대표적인 현대예술 장르인 영화가 실로 이미(그리고 언제나) 감각과 정치의 전장(戰場)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스스로 ‘3차원’으로 진화했다고 말하는 영화 앞에서 지극히 ‘2차원적인’ 글쓰기의 의미란 무엇이며 또 무엇일 수 있는가?
그러므로 이 책은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새삼스럽게 묻는다. 어쩌면 우리의 시대는 ‘닥치고 즐겨라!’라고 말하는 현대예술의 즉자적이고 당위적인 명령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라!’라고 말하는 현대경영의 대자적이고도 존재적인 권고 사이에서 정신없이 교차하는 하나의 시제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저 첫 번째 ‘명령’이 표현하는 요구가 예술에서 반성과 인식과 혁명의 전망을 앗아갔고, 저 두 번째 ‘권고’가 내포하는 요구가 예술의 외부에서가 아니라 경제(주의)의 내부에서 나온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는 인문학에는 위기이자 위험이며, 이러한 ‘인문학적 극한환경’을 극복하고 전복할 동기를 부여하는 부정적 조건이 된다. 그러니 ‘위기를 기회로!’ 따위의 입에 발린 도덕주의적 경제관은 이제 집어치우자. 인문학은 안경을 새로 쓰거나 안경을 새삼 벗어야 한다. 문제는 색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는 3D 영상의 탄생이 아니라, 그러한 외적 기술의 진보에도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있는 완고한 현실일 테니. 영화는 눈부신 입체를 보여주지만, 영화 밖 현실은 영화관 안보다 더 어둡다.
최정우│작곡가,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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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_ 조이한 지음
미술 이야기를 하면서 뉴욕도, 파리도 아닌 베를린을 배경으로 삼은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독일은 한동안 프랑스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에 시달렸고, 미국발 예술 자본의 폭격을 맞았지만, 그럼에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미술 문화를 가꾸어왔다. 초기 아방가르드 활동에서 독일 미술의 특색을 잘 보여준 표현주의가 그렇고, 현대의 신표현주의가 그렇다. 그럼에도 현대미술의 메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파리, 뉴욕 못지않게 전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입소문을 타고 베를린에 모여들어 다양한 미술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베를린을 ‘예술가의 천국’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도대체 베를린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베를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베를린의 미술관, 그리고 미술 환경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암사, 316쪽, 1만6800원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 _ 토머스 캐스카트·대니얼 클라인 지음, 윤인숙 옮김
저자 토머스와 대니얼은 하버드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여러 신학교를 들락거리다 중퇴하고 병원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방송계에서 코미디 작가로 일하며 다양한 이력을 쌓아온 괴짜 할아버지들이다. 두 저자는 이 책에서 필사(必死)의 운명과 불멸에 관해 철학, 신학, 그리고 심리학을 넘나들며 유쾌한 수다를 떤다. 그들은 죽음이라는 관 뚜껑을 열어 그 거대한 실체와 죽음의 전편인 삶과 후편인 사후세계까지 조망하려 든다. 저자들은 쇼펜하우어, 니체, 카뮈, 그리고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들이 삶의 의미에 관해 끙끙댔던 만큼이나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고심한 흔적들을 찾아내 우스갯소리처럼 전한다. 심오한 사상가들이 죽음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했는지 저자들이 최고의 안내자가 돼줄 것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죽음은 억울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데!’ 함께읽는책, 272쪽, 1만5000원
역사가들 _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역사가 가운데 E.H. 카를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E.H.카는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역사가 중 한 명이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정의가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실려 있고,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그의 저서로 그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카를 역사이론가로 알기는 하지만 정작 그의 전문 분야가 러시아혁명사와 소련사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역사가들’은 이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12명의 역사가에 대한 이야기다. 카나 하워드 진 등 몇 명은 한국인에게 친숙하지만, 나머지 역사가들은 생소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연구 업적을 남겼거나, 현재 남기고 있는 역사가들이다. 역사비평사, 392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투자, 음모를 읽어라 _ 정철진 지음, 해냄, 356쪽, 1만5000원
‘투자, 음모를 읽어라’는 그리 대단한, 또 정교한 음모론 서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재테크 서적도 아니다. 소중한 나의 돈을 확인도 되지 않는 음모론에 의거해 투자한다는 모순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의 강점은 음모론과 투자론을 섞어 하나의 통찰코드를 확립했다는 데 있다. 수많은 투자의 통찰요소 중 하나로 음모론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투자와 재테크를 점검해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처음엔 음모론을 바탕으로 한 ‘경제 판타지’ 소설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출판사와 미팅한 후 투자론과 음모론을 섞는, 픽션(fiction)과 팩트(fact)가 결합된 일명 ‘팩션(faction)’으로 기획 방향을 정했고, 그렇게 집필은 시작됐다.
고백하건대 난 진정성 측면에서 열혈 음모론자가 아니다. 팩트를 중시하는 기자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와 관련된 종합적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1980년대 말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음모론 서적, 그리고 이를 베끼면서 일본, 중국, 한국에서 출간된 음모론 서적의 팩트에 대해 누구도 구체적으로 검증할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영혼을 빼앗으려는 그들의 실존을 부인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책에선 ‘그놈들’이란 조금 유치한 명명법으로 음모론을 스쳐 지나가게 만들었다. (‘그놈들’은 희화화를 통해 음모론 매트릭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의도된 단어다) 대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투자로 넘어가자고 독자를 설득했다. 100년 전에 일어난 구체적 사건을 파고들기보다 그놈들의 수법과 행태 패턴을 파악한 후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해 본인의 투자를 준비하라는 식이다.
책은 미국이라는 제국의 몰락과 기축통화인 달러의 붕괴를 대전제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과거 슈퍼버블을 넘는 ‘울트라 버블’이 찾아오고, 필연적 결과로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혹독한 ‘슈퍼 공황’이 찾아올 것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미국이 갑자기 펄펄 날거나, 달러의 지위가 굳건하다면 이 책은 고스란히 휴지통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는 대응의 영역이다. 오늘 달러 인덱스가 급등했다고 해서 달러가 기사회생하는 게 아니며, 전기차가 대세라 해도 석유시대의 종말은 최소한 50년 이후에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독자가‘그 놈들’의 음모를 읽고, 서두르지 않고 영혼의 자유로움을 간직한 채 그 흐름에 따라붙어주길 희망한다. 최소한 통화버블과 자원버블, 그리고 녹색버블이 한데 어우러져 생기는 울트라 버블이 과연 찾아오는지 확인하면서 대응하는 자세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필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쉽게 쓰기’였다. 고치고, 또 고쳐 썼다. 현학적인 음모론은 단순화했고, 오리지널리티를 알 수 없는 참고서적 대신 ‘음모론에 따르면’이라고 표기한 것도 그 과정 중 하나다. 독자의 반응이 몹시 기다려진다.
정철진│’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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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 _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지음, 김병화 옮김
중국의 천안문 사태와 미국의 엔론 회계부정 사건, 그리고 걸프전 발발 등을 모두 예측한 이가 있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이 모든 예측은 한 사람이 몇 십년에 걸쳐 예언한 것으로 모두 들어맞았다. 그렇다고 이 같은 사건을 예측한 이가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는 점성가도, 수염이 긴 현자도 아니다. 그는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로 게임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같은 미래예측이 가능할까. 저자는 ‘게임이론 덕분’이라고 말한다. 게임이론을 설명할 때 ‘죄수의 딜레마’가 등장한다. 저자는 “게임이론의 가장 보편적인 전제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에게 가장 이로운 일을 하게 마련’이라는 가정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믿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해보면, 놀랄 만큼 그들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웅진지식하우스, 408쪽, 1만6000원
빅 숏 _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빅 숏’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과 전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를 왜 막을 수 없었는지 날카롭게 추적한 논픽션이다. 월스트리트 내부에 있던 시장 비관론자들은 일찌감치 시장붕괴의 징후를 감지하고 여러 차례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는 이들의 지속된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재앙을 피하지 못했다. 역사상 그 어떤 재앙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다. 타이타닉호는 총 여섯 번의 경고를 무시하다 침몰했고, 예루살렘은 선지자들의 끊임없는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다가 이교도에 의해 멸망했다. 만일 월스트리트의 낙관론자들이 시장의 신호와 비관론자들의 견해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과 실체를 파악해 도미노적 몰락을 피해야 하는 우리에게 훌륭한 반면교사가 돼줄 것이다. 비즈니스맵, 400쪽, 1만6000원
내 안의 리더십을 깨워라 _ 김경복 지음
우리는 모두 리더다. 회사에서, 집안에서, 작은 모임에서, 심지어 우리 자신의 삶에서. 그러나 빼어난 리더는 드물다. 사람들로부터 마음 깊이 인정받는 리더는 더 드물다. 왜 그럴까? 리더로 가는 문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누구일까? 바로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향해 사람들이 움직이도록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는 능력과 힘이 바로 리더십이다. 사람들에게 힘을 미쳐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점에서 리더십을 ‘영향력’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어떨 때 사람은 움직일까. 저자는 “사람은 ‘감동’할 때 움직인다”고 말한다. 국어사전에도 ‘감동’은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내 안의 리더십을 깨워라’는 어떨 때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지, 어디가 마음을 여는 지점인지를 가르쳐준다. 황금씨앗, 299쪽, 1만2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CEO 고전에서 길을 찾다 _ 이현구 지음, 문화문고, 288쪽, 1만3500원
‘CEO 고전에서 길을 찾다’는 월간지 ‘상장(上場)’에 10년간 연재했던 글을 가려 뽑아서 묶은 책이다. 전체를 다 수록하기에는 분량이 많아서 선별하게 되었는데, 연재 당시 칼럼의 명칭은 ‘고전 속의 경영지혜’였다. 여기서 말한 ‘고전’은 매우 폭이 넓어서 유교 경전을 중심으로 하면서 제자백가와 역사 고전, 일화집 등 다양한 책에서 인용해 엮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는 서적을 분류하는 방식으로 ‘경(經)’ ‘사(史)’ ‘자(子)’ ‘집(集)’의 사부 체계가 있었다. 실제로 한문 고서를 현대의 10진 도서분류법으로 분류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퇴계 선생의 글을 모아 놓은 ‘퇴계집’은 문학에 해당하는 글도 있고, 철학에 해당하는 글도 있고, 정치 경제와 연관된 글도 있어 분야로 말하면 종합적인 성격의 책이다. 이것을 사부체계로 분류할 때는 ‘집’부에 넣는다. ‘집’은 개인의 문집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사자집 가운데 ‘경’이 가장 중요한 책으로 받들어져왔다. ‘경’은 성인의 말씀을 기록한 책으로 불변의 순정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높여졌다. ‘사서삼경’이라고 잘 알려진 유교경전이 중심이고, 유교적 통치 질서를 대중에게 보급하는 데 중요한 ‘소학’과 ‘가례’도 청나라 때 대규모로 정리한 ‘사고전서’에서 ‘경’부에 두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을 선인들의 지식 유산의 정수라고 본 것이다.
‘경’이 성현의 지혜를 담은 책으로 순정한 진리를 간직한 책이라면, ‘자’는 현자들의 지혜를 담은 책으로 순정성에서 ‘경’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경’은 보완하고 경세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간직한 책이라고 보았다. 의학, 천문, 수학과 같은 자연계에 관한 지식도 ‘자’부에 분류되었다. ‘사’는 역사를 뜻하지만 대체로 현대의 ‘사회과학’에 해당하는 내용이 거의 포괄되어 있다.
옛 사람들이 이치를 연구할 때, 먼저 ‘경’을 통해 큰 원리를 이해하고, ‘사’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원리를 적용하고 응용하는 훈련을 하며, 마지막으로 실제 상황 속에서 경험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밟았다. ‘CEO 고전에서 길을 찾다’에서도 이런 방법을 적용해 ‘경’에서 원리에 해당하는 기본 관념을 채집하고, 역사와 일화들을 동원하여 이것을 구체화, 형상화해 ‘경’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여기에 동원된 역사적 사례와 일화들은 다 수백년에서 수천년 전의 것들이라 현대적인 감각에서 보면 시간상의 거리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좀 지나도 어색해지지 않는 장점도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의 통치 경험이 집적되어 농축적으로 표현된 고전의 사회 경영 원리와 연관된 지혜를 이해하는 현대적 경영인이 나와서 현대와 고대의 지혜를 종합해 창조적인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쪼록 훌륭한 분들을 만나 좋은 해몽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현구│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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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미술관 산책 _ 전원경 지음
“런던 미술관 산책은 어쩌면 ‘모든 그림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다’는 말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렇다. 누가 그렸는지, 어디서 어떻게 그렸는지를 막론하고 모든 그림에는 저마다의 색다른 사연들이 있다. 왕이나 교황의 명령을 받아 그려진 그림이 있는가 하면, 화가의 연구 주제가 되어 그려진 그림도 있다.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그려진 자화상도 있고 화가의 가슴속에 있는 아픈 기억이 그림으로 형상화된 경우도 있다. 그리스 신화의 장면을 그린 그림, 루벤스나 라파엘로 등 과거 대가들을 모방한 그림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무튼 이 모든 그림이 탄생한 데에는 저마다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사연들은 그림 속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산기슭에 피어난 들꽃처럼, 보일 듯 말 듯하게 말이다.” 시공사, 392쪽, 1만6000원
KOREAN FOOD _ 동아일보 출판국 한식문화연구팀 지음
채소 위주의 식단과 발효 식품이 유난히 많은 한국 음식은 세계인에게 ‘건강한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한국 음식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음식으로 신과 소통하고 다른 사람과 결속을 다지며 우주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철학이 강하게 담긴 음식이 바로 한국 음식이다. 이 같은 철학을 모르면, 왜 모든 재료를 비비고 섞고 쌈으로 싸고 국물에 말기를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 음식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알고 먹는다면 한 차원 높은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음식이 낯선 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맛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한국 음식에 친숙한 이들에게는 그 음식에 깃든 영적인 부분, 즉 소통과 결속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동아일보사, 1권 280쪽, 2권 240쪽, 세트 7만5000원(1권-4만원, 2권-3만5000원)
은빛까마귀 _ 고승철 지음
소설 ‘은빛까마귀’는 장기집권 야욕을 불태우는 현직 대통령과 목숨을 걸고 이를 막으려는 여기자의 숨 막히는 ‘육탄대결’을 그렸다. 주무대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은오산 자락으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개를 이룬다. 줄거리는 얼치기 운동권 ‘김시몽’이 대권을 잡고 영구집권을 꾀하는 동시에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 공작을 펼치고, 이를 눈치 챈 수습 여기자 ‘시현’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국 특종 보도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김시몽 통령(대통령을 의미)은 시현을 비롯한 관련자를 안가로 납치해 조선시대 방식의 국문(鞠問)을 한다. 소설에는 권력이 언론을 다루고 언론이 거기에 봉사하는 방법, 권력자의 낙점을 받으려고 충성경쟁을 벌이는 모습, 그리고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킹메이커의 공작 등이 설득력 있게 묘사돼 있다. 기자 출신 저자의 취재 경험이 반영된 덕이다. 나남, 320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