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은 산산조각 나 있었다. 오전 내내 쏟아지던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하늘 한 조각이 삐져나온다. 뼈만 남은 안개가 느릿느릿 산등성이를 거닌다. 비에 젖은 나무들의 비릿하면서도 상큼한 숨결. 소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숲이 홀과 홀을 가르는 버치 힐은 거대한 원시림이다. 여기서 인간은 하나의 나뭇잎, 돌멩이일 뿐이다. 천연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탓에 페어웨이가 평탄치는 않지만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듯 사뿐하다. 기린처럼 목을 길게 뺀 붉은 소나무들의 위용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선계(仙界)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머잖아 비는 그칠 것이고 안개는 떠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속세로 돌아갈 것이다.
버치 1번홀
(위) 버치 4번홀 (아래) 힐 6번홀
(왼쪽) 버치 9번홀 (오른쪽) 버치 3번홀 곰돌이
한설희 프로의 스텝 바이 스텝
한 설 희 프 로
● 2002년 KLPGA 정회원.
● J골프 라이브레슨70 진행자.
● MBC 골프 해설위원.
비 오는 날의 요령
비 오는 날의 샷은 멀리 보내는 것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립을 1인치가량 짧게 잡는다.
비가 거리에 영향을 끼치므로 평소보다 한 클럽 여유 있게 선택해야 한다.
(왼쪽) 퍼팅할 때는 평소보다 라인을 좁게 보고 강하게 스트로크 해야 한다.
그린에 물기가 있으면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오른쪽) 우의를 입고 샷을 할 때는 평상시보다 몸이 둔해지기 때문에 풀스윙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느낌으로 작게 스윙하는 게 좋다.
무리하게 풀스윙 하다보면 리듬이 깨지기 쉽다.
비 오는 날 골퍼들이 우선 신경 써야 하는 게 장갑이다.
아무 생각 없이 양피장갑을 끼는 경우가 많은데, 양피장갑은 비에 젖으면 그립이 미끄러지므로 천으로 만든 합성피 장갑을 끼는 게 좋다.
버치 2번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