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염두에 둔 사업자들 간의 사활을 건 활극은 그렇다 하더라도 교수를 포함하는 이른바 전문가들도 그 무대에 동원되는 인상을 주고 이들이 특정 사업자의 대변자로 구설에 오르는 것은 참담한 일이다. 이렇게 되면 전문성과 객관성에 기반을 둔 논의는 사라지고 만다. 생산적인 제안마저 ‘어떤 사업자에 도움을 주는가’와 관련시키는 편 가르기의 포로가 된다. 전문성이 사라진 곳에는 이념과 패거리가 설치게 마련이다. 사회적 혼란과 낭비는 애꿎은 국민만 분통 터지게 한다.
“방통위, 하는 일이 없다”
종편 사업자 선정 기준과 관련해 정치권, 단체, 전문가 그룹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논의의 핵심은 ‘자본금, 종편 사업자 수, 심사기준’이라는 세 가지를 포함한다. 이 중 자본금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반면 사업자 수와 심사기준에서는 큰 차이가 드러난다.
자본금과 관련해선 “종편 도입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지상파에 견줄 만한 제작 능력과 운용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SBS 기준으로 5000억원 정도의 예산과 자본을 3~5년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한국언론학회 ‘종합편성채널의 합리적 도입 방안에 관한 세미나’)는 주장과 “1%의 시청률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연간 비용은 약 1000억원 수준이며, 최소한 시청률 4~5%를 가져올 수 있는 자본금 규모가 바람직하다”는 주장(한국방송학회의 ‘방송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합리적 채널 정책 방안’ 세미나)이 나오고 있는데 두 주장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사업자 수와 관련해선 “가장 우수한 평가점수를 얻은 1개 컨소시엄을 선정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고 실패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길이다”라는 의견과 “1개 사업자만으로는 기존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구조를 완화할 수 없고, 지상파 위세에 눌려 종편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다수의 사업자가 종편 활성화에 유리하다”는 상반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사업자 수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1개, 2개, 3개’ 등 압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물론 어떤 사업자가 선정될 것인지도 뜨거운 주제다. 당당하고 투명하게 다루지 않으면 태산(泰山)이 명동(鳴動)할 소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심사 기준과 관련해 “자본금의 여유와 재정상태의 양호 정도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과 “양질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심사배점의 80%는 콘텐츠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할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 경우 ‘콘텐츠의 질’이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전반적인 의견이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개발은 미디어 수용자의 복지를 증진하는 핵심적인 사안이므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콘텐츠 개발 청사진을 앵무새처럼 약속해왔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증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시청자 복지’가 가장 중요
런버그와 매퀘일은 “융합매체 환경에서 공익은 미디어 소비자의 복지 추구로 구현된다”(2003)고 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적 복지(자유, 다양성, 정보, 책임성), 사회적 복지(선택, 상호작용, 품질, 통합), 경제적 복지(경쟁, 발전, 소비자주의, 혁신)를 제안하고 있다.
종편 사업자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신문사들은 그동안 정보를 다루어온 역사적 경험을 축적했다. 이런 점이 방송이라는 이종(異種) 미디어와 결합해 큰 시너지 효과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신문과 방송이라는 두 매체를 통해 동시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과 충족’ 습관에도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방통위는 이런 점에 유념하면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시청자 복지 개념과 구성 요소를 정립해 종편 선정에 적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