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고 휴대전화 히트 메이커였다.
- 다양한 실험으로 수많은 ‘마케팅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 지난해 사상 최초 55조원의 매출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 그런 LG전자가 4년 만에 처음 휴대전화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 스마트폰에 발목 잡힌 LG전자의 반격은 성공할까.
LG전자가 반격 카드로 선보인 스마트폰 ‘옵티머스Q.’
하지만 안드로-1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반쪽’ 스마트폰에 가깝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 1.5 버전이 탑재된 이 제품은 2.0버전 이상에서만 구동되는 모바일뱅킹, 주식거래,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단말기가 1.6버전에 최적화돼 있어 2.0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드로-1’은 8월 현재 약 5만대가 팔렸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국내 1호 안드로이드폰’ 타이틀을 욕심내 다급하게 저(低)사양 제품을 출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경제연구소의 정보기술(IT) 담당 연구원은 안드로-1을 일컬어 “‘스마트폰 대응이 늦다’는 대내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제품”이라고 꼬집었다.
절치부심한 LG전자가 5월 선보인 반격 카드는 스마트폰 ‘옵티머스Q.’ 기획자들이 일반 소비자 15명을 24시간 동행하며 한국인의 일상을 면밀히 관찰해 개발한 제품이다. 쿼티자판(일반 컴퓨터 자판)에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100여 개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사양으로 깔았다. LG전자가 ‘옵티머스Q’를 통해 스마트폰 대응 실기(失機)를 만회할 것인가. 올 하반기 스마트폰 빅뱅에서 LG전자가 어떤 성과를 거두냐는 초미의 관심사다.
LG전자는 침몰과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이상 징후는 올 2분기(4~6월) 실적발표에서 감지됐다. LG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연결기준으로 지난 2분기 매출 14조4097억원, 영업이익 12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0.7%, 영업이익은 무려 89.9% 감소한 것이다. 순이익도 854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9% 감소했다.
LG전자가 고전한 요인은 앞서 언급한 휴대전화와 TV사업부문의 부진이다. 특히 휴대전화 등을 관장하는 MC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은 3조618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5%나 줄었다. 게다가 MC사업본부는 132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특히 휴대전화 부문에서 적자가 난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전자업계는 급변하는 휴대전화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을 LG전자의 부진 요인으로 꼽는다.
TV사업의 부진은 외부적 영향이 더 크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화 하락으로 TV 시장 전체가 고전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패널 등 부품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반면 매출의 30~40%는 유로로 결제한다. 그런데 최근 유로-달러 환율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면서 LG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스틸, 레진, 구리 등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악재로 겹쳤다.
‘프로덕트 믹스’의 한계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 55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해온 LG전자가 위기를 겪는 까닭은 무엇인가. 언제쯤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과 전략, 조직 구조, 사업 포트폴리오, 외부 요인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LG전자의 부진 이면에는 ‘프로덕트 믹스(product mix·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제품의 배합)’의 한계가 존재한다. 산업연구원 주대영 연구위원은 “LG전자가 휴대전화, TV, 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등 완제품을 주로 생산하다보니, 반도체로 휴대전화와 TV 판매 부진을 만회한 삼성전자에 비해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LG전자는 ‘세트 업체’로, 대개 TV나 휴대전화 등 완제품을 생산한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은 다른 업체에서 공급받는다. 이는 반도체 등 각종 부품까지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제품군의 차이는 올해 두 기업의 성과를 갈랐다. 삼성전자는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냈지만, LG전자는 상반된 결과를 기록했다. ‘세트 업체’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LG전자의 장기 과제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과 전략’은 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다. 흔히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올 2분기 실적은 2007년 초 LG전자 CEO로 취임한 남용 부회장에게 가장 뼈아픈 성적표다. “최고경영자의 성과는 취임 후 2~3년 뒤 나타난다”는 것이 시장의 정설. 업계 관계자는 “이제야 남 부회장의 진짜 실적이 나온 것”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7월6일 여의도 트윈타워 지하 대강당에서 300여 명의 직원에게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 부회장은 ‘급진적 개혁’의 상징이었다. 취임 초기부터 본사 인력을 재배치하고, 과감하게 30~40대의 젊은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최고경영진 ‘C레벨’에 외국인을 잇달아 임명하는 ‘인사 실험’도 단행했다. 전임자인 김쌍수 부회장(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제품 연구개발(R·D)에 주력했다면, 그는 ‘마케팅’과 ‘디자인’에 전략의 방점을 찍었다. 그는 대표적인 제조회사인 LG전자를 ‘세계 최고의 마케팅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마케팅 > 제품 개발
하지만 ‘남용’ 표 개혁이 암초에 걸렸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추진하다 보니 ‘제품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은 익명을 요구한 한 외부 전문가의 분석이다.
“남 부회장은 LG전자가 ‘완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에서 기업간거래(B2B) 및 솔루션 제공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장기적 비전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남 부회장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갭(gap)이 존재했다. 조직이 ‘급진적인 방향 전환’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다보니, 정작 제품 개발이라는 기본을 놓쳤다.”
남 부회장의 ‘마케팅 드라이브’에도 평가가 엇갈린다.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올바른 선택”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겉포장’에 치중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는 취임 초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고객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요구를 자세히 관찰하고 발견해 제품에 반영하자는 ‘소비자 인사이트(Insight) 마케팅’을 도입한 것도 그다.
그 때문일까. 지난 몇 년간 LG전자의 히트상품인 초콜릿폰 롤리팝폰 쿠키폰은 모두 감각적인 디자인과 마케팅을 내세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2008년 인도에서 대박 난 LG전자의 ‘야채칸 냉장고’도 ‘인사이트 마케팅’의 결과다. 인도의 수십 가정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해 주부들의 행동 패턴을 살핀 뒤, 야채 신선도를 중시하는 이들의 입맛에 맞춰 ‘야채칸 냉장고’를 출시해 인기를 모았다. LG전자의 다양한 실험은 언론과 학계에서 ‘마케팅 모범사례’로 각광받기도 했다.
하지만 ‘텐 밀리언셀러’ 초콜릿폰의 성공은 LG전자에 오히려 독이 됐다. 지난해 11월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뒤에도 LG전자는 고가의 피처폰(일반폰)인 뉴초콜릿폰에 주력했다. 뉴초콜릿폰 역시 마케팅과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최고 아이돌스타인 소녀시대를 모델로 내세웠고, 세련된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최고 사양인 8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해 기능도 차별화했지만, 결국 스마트폰 공습에 무릎을 꿇었다. 신영증권 윤혁진 연구원은 모토로라의 사례를 들어 LG전자가 스마트폰 대응에 늦은 원인을 분석했다.
“모토로라는 레이저폰의 빅 히트 이후 후속작이 없어 2007년 1분기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스마트폰 개발에 사활을 걸었고,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해 지난 2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피처폰으로 괜찮은 수익을 올려 거기에 안주했다. 피처폰에 실패했다면, 스마트폰 개발에 좀 더 빨리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위기가 LG전자에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파격적인 조직 개편이 LG전자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도 논란거리다. 남 부회장은 취임 후 여느 국내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파괴’를 시도했다. 먼저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을 위해 외국인 책임자 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직책 앞에 ‘C’가 붙는 C레벨 임원 9명 중 5명이 외국인이다.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더모트 보든, 최고구매책임자(CPO) 토마스 린튼,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 디디에 쉐네브, 최고인사책임자(CHO) 피터 스티클러, 최고전략책임자(CSO) 브래들리 갬빌이 그 주인공이다.
‘3지’가 망쳤다?
LG전자 에어컨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휘센 에어컨 광고의 한 장면.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외부 인사를 임원으로 대거 영입하며, 조직 내에 ‘보이지 않는 갈등’도 생겼다. 남 부회장은 취임 초 경영전략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컨설턴트 박민석(41·현 액티엄 대표)씨와 최명화(45)씨를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와 인사이트마케팅팀장(상무)으로 임명했다. 박씨는 다른 외국인 C레벨과 달리 맥킨지에 소속을 두고 1년 넘게 근무하다가 다시 맥킨지로 돌아갔다. 남 부회장의 ‘맥킨지 사랑’은 잘 알려진 사실. 그는 과거 LG전자와 LG텔레콤 시절 회사의 전략과 사업방향을 고민할 때 맥킨지에서 주로 컨설팅을 받아 실제 경영에 접목시켜왔다.
남 부회장은 이외에도 한국 P·G 출신인 이관섭(41) HE(홈엔터테인먼트)마케팅전략팀장(상무)과 이우경(45) HE마케팅팀장(상무)을 영입했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마케팅 스타군단’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를 두고 회사 내부에서는 “맥킨지, P·G, (주)LG의 ‘3지’가 LG전자를 망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여기에는 ‘전통 LG맨’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음은 남 부회장 취임 후 LG전자를 퇴사한 한 사원의 얘기다.
“회사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지 않은 외부 인사들에게 의사 결정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영방식에 대해 ‘전통 LG’맨들 사이에 불만이 생겼다. 영역 전문가가 아닌 컨설팅회사 출신 임원이 ‘사업을 얼마나 알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맥킨지와 P·G에서 영입된 30, 40대 임원들이 회사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주)LG의 경우 LG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3지’에 포함된 것 같다.”
한 외부 전문가는 최근 LG전자의 실적 부진 요인으로 ‘작위적인 조직 구성’을 지적했다. “파괴적인 조직 개편이 의사결정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LG전자는 2~3개월이면 패러다임이 변하는 IT업계에서 ‘스피드 경영’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스마트폰은 물론 LED TV와 3D TV 대응이 모두 한발 늦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올 2분기 실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하지만 파격적인 조직 개편을 ‘늦은 의사 결정’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 LG전자는 반박한다. 오세천 LG전자 홍보팀 부장은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이 오히려 빠른 의사결정과 부드러운 상하관계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임원이 덜 권위적이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선호해, 오히려 직원들이 임원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업무에 있어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과 업무를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게 된 것도 성과다.”
중저가 → 프리미엄 시장
시장의 관심사는 이제 ‘LG전자가 어떻게 부진을 극복할 것인가’다.
반전을 노리는 LG전자는 올해 실적의 성패를 가를 스마트폰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들어 채용한 휴대전화 연구원만 800여 명. 현재 휴대전화를 담당하는 MC사업본부에서는 전 부분에 걸쳐 신입 및 경력 연구원을 모집하는 중이다. 계열사인 LG CNS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500여 명도 파견 근무 중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썬더(thunder)’라는 내부 프로젝트. LG전자는 이를 통해 옵티머스Q를 모태로 한 첫 글로벌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 원 위드 구글’을 올가을 전 세계 120여 개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판매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 2.2버전에 최적화된 이 제품은 최신 구글 서비스를 지원한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 등 80만~90만원대의 고가 프리미엄폰. 반면 LG전자는 중저가 제품을 먼저 선보인 뒤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역발상 전략을 택했다. ‘옵티머스 원 위드 구글’은 200~300달러의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출시된다.
김경환 LG전자 홍보팀 과장은 이 ‘거꾸로’ 전략에 대해 “고가에 형성된 스마트폰 가격대가 중가 이하로 이동할 것을 예측하고 미리 길목을 차단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LG전자는 MS 윈도폰7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유로화 하락의 악재를 겪었던 TV 부문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LG전자가 올 2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47%나 증가한 630만대의 평판 TV를 판매했음에도 수익률이 급락한 데에는 고부가 제품인 LED(발광다이오드) TV 비중을 늘리지 못한 것이 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LG전자는 3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LED TV 제품의 판매량을 늘린다는 목표다.
LG전자는 올 2분기에 77만대가량의 LED TV를 판매했다. 1분기 33만대의 판매 실적에서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LG전자의 LED TV 시장 점유율은 10%대로 접어들었다. 현재 LED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35%로 1위를 독주하고 있다.
한화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시장에 늦게 뛰어든 LG전자가 높은 기술력을 강조하는 프리미엄급 직하형 LED TV 생산에 집중하다보니, 보급형인 에지형 LED TV 판매에 주력한 삼성전자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제품의 질에 덜 민감한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LG전자 측은 이에 대해 “LG전자의 LED TV 평균판매단가(ASP)는 1450달러로 삼성전자(1363달러)를 압도해 실속 면에서 더 뛰어나다”며 고급화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하반기 출시되는 두께 7mm대의 세계 최박·72인치 세계 최대 풀 LED TV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태양전지와 차세대 LED 조명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미래의 먹을거리’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LG전자는 올해 태양전지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1월부터 유럽지역에 태양광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이미 올해 말까지 생산될 모듈 120메가와트(MW)의 공급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차세대 LED조명에도 선행투자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김경환 LG전자 홍보팀 과장은 “하반기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될 여의도 LG트윈타워 빌딩에도 기존 형광등을 LED조명으로 전면교체하는데 이전 대비 45% 이상 전력소비량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에어컨-홈네트워크-빌딩관리솔루션 등을 연결해 ‘2013년 글로벌 톱 총합공조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LG전자의 로드맵에 대한 외부 시각은 어떨까.
복수의 애널리스트는 “올해 4분기까지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LG전자의 최대 고객인 미국 통신사 버라이존에 애플이 아이폰을 공급할 경우 LG전자가 추가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장기적으로 부진을 회복할 것”이라는 시각에는 대다수가 공감했다. 윤혁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미래 ‘N스크린’ 시대에 대응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의 트렌드가 될 ‘N 스크린’은 언제 어디서나 IPTV, PC, 모바일 단말기로 게임,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을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따라서 TV, PC, 휴대전화 단말기를 모두 생산하는 LG전자는 단일 제품군을 만드는 다른 업체에 비해 우위에 있다. 또한 향후 통신사업자가 ‘맞춤형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을 요구할 때, 그에 맞춰 신속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역량도 갖췄다.”
한 기업전문가는 최근 LG전자의 부진에 대해 “‘팔로어 트랩(follower trap)’에 갇혔다”고 표현했다. 몸을 내던져 새 사업을 개척하기보다는 ‘착한 2등’으로 1등을 따라가는 데 안주하다보니, 급격한 트렌드 변화에 늘 뒤처진다는 것이다. ‘팔로어 트랩’을 벗어나는 것은 LG전자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LG전자가 휴대전화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세트 업체’에서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성공적인 구조 전환을 할 수 있을까. LG전자의 도전과 응전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