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탄광노동자. 중국이 북한 지하자원을 하나 둘씩 접수하고 있다.
북·중 신(新)밀월
링예 대령은 “군의 개혁파가 당의 개혁그룹과 연대하거나 미국, 한국의 지지를 얻어 화평연변이 일어나 새로운 국가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화평연변(和平演變)이란 평화적 수단에 의한 정변을 뜻한다. 그는 “조종(弔鐘) 단계가 찾아오는 건 먼 앞날이 아니다.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북한 체제나 주변 환경이 전변(轉變)할 게 자명하다. 경제개혁을 중심으로 한 체제 전환을 피할 수 없다”면서 “대(對)북한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제 붕괴론의 근거는 다섯이다.
첫째는 후계자 문제.
“김정일은 건강상의 문제로 최고 권력자로서의 집정 능력을 잃어갈 것이다. 누가 후계자가 되더라도 경력이나 자질 권위 부족으로 권력 누수를 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중국 혹은 미국, 한국의 영향 아래서 군부가 주도하는 새 정권이 탄생할 것이다.”
둘째는 선군 정치의 한계.
“군대는 국내 자원의 배분을 무시하고 이를 독점함으로써 민생에 돌아가야 할 자원을 차지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중국에서 북한의 선군정치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를 목 타는 걸 국물로 때우는 것 같은 자살행위로 본다. 군을 강, 정권을 배로 묘사해 강은 배를 나를 수 있지만 범람하면 배를 전복시킨다고 표현하는 이도 있다. 문제는 군의 행위가 아니라 그 존재다. 2200만 인구가 110만의 군대를 키우는 것은 국가에 큰 짐이다.”
셋째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접근.
“조선의 대(對)미국, 대(對)일본 관계가 진전될 것이다. 한국과의 정치적, 경제적, 인적 교류도 확대될 것이다.”
이 논문이 회자되기 시작한 2007년은 북·미 관계에 순풍이 불던 때다. 10월엔 김정일-노무현 정상회담이 열렸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세력권으로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중국 주도의 화평연변을 원한다.
넷째는 북한에서 고양되는 지방분권 의식.
“경제특구나 중·조 국경에서 분권의식이 강해질 것이다. 서풍(자본주의 바람)은 지방간부의 의식 변화를 가져오고 개혁을 요구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중국 연해부가 1970년대 후반에 경험한 변화와 비슷하다.”
다섯째는 가장 강조한 것으로 ‘경제 파탄’.
“자본주의 경제 요소를 받아들이면 정권이 손상을 받고, 현재 경제시스템을 유지하면 자멸하는 방향으로 가는 딜레마다. 앞문에는 호랑이, 뒷문에는 이리떼로 여겨지는 경제야말로 정권 붕괴의 방아쇠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국유·민간기업이 에너지보급 기지로서 조선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석탄·철광석·금·동·산림자원 개발 이권을 손에 넣었다. 그 결과 조선경제가 윤택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연못을 말리고 물고기를 잡는 단락적인 수단으로 윤택을 일시적으로 손에 쥔 것에 불과하다. 결국엔 천연자원이 고갈돼 경제발전에 방해가 되는 화근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