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호

버치 힐 GC

명문 골프장 탐방 & 한설희 프로의 원포인트 레슨

  • 글│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입력2010-09-01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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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은 산산조각 나 있었다. 오전 내내 쏟아지던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하늘 한 조각이 삐져나온다. 뼈만 남은 안개가 느릿느릿 산등성이를 거닌다. 비에 젖은 나무들의 비릿하면서도 상큼한 숨결. 소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숲이 홀과 홀을 가르는 버치 힐은 거대한 원시림이다. 여기서 인간은 하나의 나뭇잎, 돌멩이일 뿐이다. 천연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탓에 페어웨이가 평탄치는 않지만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듯 사뿐하다. 기린처럼 목을 길게 뺀 붉은 소나무들의 위용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선계(仙界)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머잖아 비는 그칠 것이고 안개는 떠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속세로 돌아갈 것이다.
    버치 힐 GC

    버치 1번홀

    버치 힐은 거리가 짧은 반면 페어웨이 높낮이 편차가 심하고 벙커가 많고 그린도 까다로워 점수 내기가 만만찮다. 여느 골프장에서보다 너덧 개는 더 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힐 코스부터 도는데, 오늘 한설희 프로의 플레이가 심상찮다. 1번홀(파4, 285m), 2번홀(파3, 134m)에서 버디를 잡더니 급기야 6(파3), 7(파4), 8번홀(파5)에서 사이클 버디를 기록한다. 남의 플레이에 박수 치는 일이 이토록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인 줄은 처음 알았다. 4번홀(파4, 379m) 페어웨이에서 만난 비단개구리가 어릴 적 친구처럼 반갑다. 티 박스가 언덕배기에 있는 버치 코스 1번홀(파5, 468m)은 미군 헬기에서 내려다보는 베트남의 정글(영화 ‘지옥의 묵시록’)처럼 웅장하고 장엄하다. 3번홀(파3, 143m)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나무곰이 힘내라고 눈짓한다.

    버치 힐 GC

    (위) 버치 4번홀 (아래) 힐 6번홀

    버치 힐 GC

    (왼쪽) 버치 9번홀 (오른쪽) 버치 3번홀 곰돌이



    한설희 프로의 스텝 바이 스텝

    버치 힐 GC
    한 설 희 프 로

    ● 2002년 KLPGA 정회원.



    ● J골프 라이브레슨70 진행자.

    ● MBC 골프 해설위원.

    비 오는 날의 요령

    버치 힐 GC
    비 오는 날의 샷은 멀리 보내는 것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립을 1인치가량 짧게 잡는다.

    비가 거리에 영향을 끼치므로 평소보다 한 클럽 여유 있게 선택해야 한다.

    버치 힐 GC
    (왼쪽) 퍼팅할 때는 평소보다 라인을 좁게 보고 강하게 스트로크 해야 한다.

    그린에 물기가 있으면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오른쪽) 우의를 입고 샷을 할 때는 평상시보다 몸이 둔해지기 때문에 풀스윙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느낌으로 작게 스윙하는 게 좋다.

    무리하게 풀스윙 하다보면 리듬이 깨지기 쉽다.

    버치 힐 GC
    비 오는 날 골퍼들이 우선 신경 써야 하는 게 장갑이다.

    아무 생각 없이 양피장갑을 끼는 경우가 많은데, 양피장갑은 비에 젖으면 그립이 미끄러지므로 천으로 만든 합성피 장갑을 끼는 게 좋다.

    버치 힐 GC

    버치 2번홀

    버치 힐 GC
    버치 힐 GC 정창주 대표이사는 용평리조트 총괄사장이다. 일간지 총무국장 출신으로 2003년 부임했다. 그는 버치 힐의 장점으로 쾌적함을 꼽았다. “건강 5합이란 게 있다. 공기, 햇빛, 물, 토양, 채소다. 자연그대로의 지형을 살린 버치 힐은 이 모든 걸 갖추고 있다. 기관지 나쁜 사람들이 용평리조트에 오면 다 낫는다.”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인 버치 힐은 여름이 대목이다. 겨울엔 기온이 많이 내려가기 때문에 5개월 가까이 휴장한다. 80~90타를 오르내리는 정 사장은 “골프 하면서 마음 비우는 게 정말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사람 잘 치는 걸 보고 샘나서 객기 부리거나 실수를 만회하려 무리한 샷을 하면 망친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깨에) 힘 빼는 데 30년 걸리는 것 같다. 허허.” 30년이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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