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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버치 힐 GC

명문 골프장 탐방 & 한설희 프로의 원포인트 레슨

  • 글│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버치 힐 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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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은 산산조각 나 있었다. 오전 내내 쏟아지던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하늘 한 조각이 삐져나온다. 뼈만 남은 안개가 느릿느릿 산등성이를 거닌다. 비에 젖은 나무들의 비릿하면서도 상큼한 숨결. 소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숲이 홀과 홀을 가르는 버치 힐은 거대한 원시림이다. 여기서 인간은 하나의 나뭇잎, 돌멩이일 뿐이다. 천연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탓에 페어웨이가 평탄치는 않지만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듯 사뿐하다. 기린처럼 목을 길게 뺀 붉은 소나무들의 위용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선계(仙界)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머잖아 비는 그칠 것이고 안개는 떠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속세로 돌아갈 것이다.
버치 힐 GC

버치 1번홀

버치 힐은 거리가 짧은 반면 페어웨이 높낮이 편차가 심하고 벙커가 많고 그린도 까다로워 점수 내기가 만만찮다. 여느 골프장에서보다 너덧 개는 더 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힐 코스부터 도는데, 오늘 한설희 프로의 플레이가 심상찮다. 1번홀(파4, 285m), 2번홀(파3, 134m)에서 버디를 잡더니 급기야 6(파3), 7(파4), 8번홀(파5)에서 사이클 버디를 기록한다. 남의 플레이에 박수 치는 일이 이토록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인 줄은 처음 알았다. 4번홀(파4, 379m) 페어웨이에서 만난 비단개구리가 어릴 적 친구처럼 반갑다. 티 박스가 언덕배기에 있는 버치 코스 1번홀(파5, 468m)은 미군 헬기에서 내려다보는 베트남의 정글(영화 ‘지옥의 묵시록’)처럼 웅장하고 장엄하다. 3번홀(파3, 143m)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나무곰이 힘내라고 눈짓한다.

버치 힐 GC

(위) 버치 4번홀 (아래) 힐 6번홀

버치 힐 GC

(왼쪽) 버치 9번홀 (오른쪽) 버치 3번홀 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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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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