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 서약’ 운동을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게이츠(왼쪽)와 버크셔해서웨이사의 워런 버핏 회장.
이는 2006년 버핏이 440억달러의 재산 중 99%를 자선재단에 기부하고 이 중 85%를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전달하겠다고 선언한 후 4년 만의 소식이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기 위해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떠난다는 것도 당시 화제가 됐다.
현재 버핏과 게이츠 부부의 기부 서약 운동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부 서약 운동의 공식 홈페이지 ‘더 기빙 플레지(www.givingpledge.org)’에 따르면 이 운동이 시작된 지 6주 만인 8월4일까지 40명의 갑부가 재산 기부를 약속했다. 기부액 규모는 1250억달러에 달한다.
사실 이 약속은 법적 효력을 지니지 않지만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에 방점이 찍혀 있다. 40명의 명단을 보면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기부 서약 운동 홈페이지에 자신들이 기부를 약속한 이유를 직접 공들여 설명해두기도 했다.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이베이 창립자 피에르 아미드야 부부, CNN 창립자 테드 터너, 패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부부 등이 여기에 동참했다.
기부 서약 운동의 의미
최근 몇 년간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기부 서약 운동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단 숫자를 살펴보자. 이 운동의 목표액 6000억달러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이다. 운동 시작 후 6주 동안 갑부들이 서약한 재산 기부 금액 1250억달러는 페루의 GDP 규모다.
하지만 자선사업 컨설팅업체 ‘택티컬 필랜스로피 어드바이저(Tactical Philanthropy Advisors)’의 최고경영자(CEO) 숀 스테나드 스탁튼이 지적한 것처럼, 이미 미국인들은 약 3000억달러를 해마다 기부하고 있다. 이는 덴마크 GDP와 맞먹는 규모다. 그에 따르면 버핏과 게이츠 부부가 목표액을 달성한다 해도 이 돈은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전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목표액 전액의 5% 정도가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기부 서약 운동이 의미하는 것은 기부금액 숫자 그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이 운동이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와 변혁을 주도하는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기부 서약 운동이 박애정신을 미국 땅에 좀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촉매제가 될 거라 여기는 사람은 스탁튼뿐만이 아니다. 이 운동에 직접 동참한 갑부들도 비슷한 생각을 전했기 때문이다.
자선관련 전문지 ‘필랜스로피 크로니클(The Chronicle of Philanthropy)’에 실린 캐롤라인 프레스턴의 기사를 보자. 이 기사에서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과거 익명을 고집하다가 이름을 밝히고 기부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자선운동 참여를 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돈을 상속해 그들의 인생을 망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