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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⑧

이 바보들아, 문제는 콘텐츠야!

여덟 번째 르포 : 문학구장 습격사건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이 바보들아, 문제는 콘텐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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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 누워 별을 보다

이 바보들아, 문제는 콘텐츠야!
어스름이 깔린다. 귀뚜라미가 짝을 찾아 운다. 조명탑에 불이 들어온다. 소슬바람을 맞은 잔디가 일어선다.

최정 홈런~. 최정 홈런~.

관중이 SK 3루수를 연호한다. 타자가 1루 쪽 스탠드를 바라본다. 이윽고 인천에서 나고 자란 심선미(30)씨가 비명을 지르면서 날뛴다. 좋아 죽는다.

최정 선수가 그라운드를 돈다. LG 선발 김광삼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때렸다. 3루를 돌아 홈 플레이트로 돌아오는 모습이 의기양양하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심선미씨는 다음달 서울 개봉동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피앙세 한규진(31)씨가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약혼녀 입에 넣어준다. 같이 온 친구들이 박수를 친다. 맥주잔이 부딪친다. 축제다.

“신나요. 야구 몰랐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술, 삼겹살, 소시지 사는 데 10만원 썼어요. 소풍 나온 것 같아요. 정말로 신나요.”

그녀는 지난해부터 인천 문학구장을 찾았다.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표정으로 그녀는 말했다.

“날마다 축제예요. SK 와이번스 만세!”

삼겹살 굽는 냄새가 달다. 군침이 돈다. 바비큐 존엔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이 여럿이다. 이들은 제사보다는 잿밥에 더 신이 난다.

외야 펜스 뒤쪽 커플석도 난리가 났다. 나무로 짠 의자, 탁자는 피크닉용으로도 손색없다. 커플이 호젓하게 앉아 입을 맞춘다. 다 마신 맥주가 벌써 여덟 캔. 독일산 맥주 뢰벤브로이를 아이스박스에 넣어왔다.

2인용 좌석으로 꾸린 커플존은 사랑스럽다. 스마트폰으로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귀엣말을 주고받는다. 경기장 전 좌석에서 와이파이가 터진다.

문학구장은 여성 관중이 많기로 소문났다. 커플존에도 이성커플보다 동성커플이 더 많다. 20대 여성 커플이 등짝에 ‘이만수’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고 쌍둥이처럼 일어나 춤을 춘다. 블루진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허벅지에 눈길이 간다.

SK 와이번스는 3만400석이던 좌석수를 2만8000석으로 줄였다. 입장료 손해를 보면서 2400석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곤 그린존, 패밀리존, 커플존, 프렌들리존을 꾸렸다.

네 살 먹은 다은이가 잔디밭에서 뒹군다. 부모는 야구를 보면서 집에서 싸온 냉커피를 마신다. 다은이는 병마개를 따지 않은 오렌지주스를 손에 쥐고 있다. 가족은 서울에서 인천으로 야구 보러 왔다. 아빠는 해태 타이거즈 팬이다. 엄마가 SK를 좋아한다.

“서울에선 야구장에 아기 데리고 가기 힘들어요. 남편은 야구 보고 나는 아이 보거든요. 잔디밭에서 즐기니까 신나죠.”

동네 뒷산으로 놀러 나온 것 같다. 신분증을 맡기면 돗자리를 빌려준다. 잔디밭에 누워 별을 본다. 비가 물러간 하늘이 깨질 듯 청명하다. 풀 냄새가 상쾌하다.

딱!

야구공이 날아온다. 피크닉을 즐기던 행락객이 일어선다.

안타다.

다시 축제다.

놀다 지친 이들이 잔디밭 너머 그늘집에서 쉰다. SK가 8대 0으로 LG에 앞서 있다. 승부는 결론 났지만,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피커에선 김트리오가 부른 ‘연안부두’가 흘러나온다. 신나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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