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목소리 바꾸려고 노력했다
- 스무 번 오디션 탈락, 그러나 좌절 없었다
- 박진영, 나를 떨어뜨렸지만 멋진 아티스트
- 전교회장 출신에 반에서 1,2등 하던 ‘엄친딸’
- 축구선수 손흥민과 친해질 의향 있다
- 연기 재밌고, 예능 어려워
아이유는 메뉴판의 많은 음료 가운데 미숫가루를 주문했다. 오전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점심을 거른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요즘 방송과 언론을 통틀어 섭외 0순위다. 매니저가 “인터뷰 못하는데 가까스로 시간을 냈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불과 1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인생역전’이다.
사실 아이유가 서울 언주중학교 3학년이던 2008년 9월, ‘미아’라는 발라드 곡으로 데뷔했을 당시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듬해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곡 ‘부’와 ‘마시멜로우’ 같은 경쾌한 노래로 분위기를 쇄신했지만 이 역시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창력 있는 신인’이라는 따뜻한 관심도 잠시뿐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듀엣곡 두 곡의 잇단 히트가 그녀의 진가를 알리는 마중물이 됐다. 아이유가 아이돌그룹 ‘2AM’의 임슬옹과 부른 ‘잔소리’에 이어 가수 성시경과 호흡을 맞춘 ‘그대네요’마저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석권하자 사방에서 듀엣 제의가 빗발쳤다. 심지어 방송가에서는 아이유와 듀엣을 하면 대박 난다는 말이 흥행공식처럼 나돌 정도였다.
결정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좋은 날’이다. 가사와 멜로디 모두 솜사탕처럼 달달한 이 노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가요 프로그램은 물론 모든 음원차트의 정상을 휩쓸며 ‘아이유 3단 고음’이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다. 3단 고음은 아이유가 노래 후반부 3옥타브 미에서 파, 파#으로 반음씩 높여 부르는 것을 가리킨다.
아이유는 무대만 고집하지 않고 SBS 예능 프로그램 ‘영웅호걸’에도 출연 중이다. 2월말 종영한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서는 절대음감을 타고난 김필숙으로 분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아이유가 부른 ‘드림하이’ OST 수록곡 ‘섬데이(Someday)’는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2월 중순에 발표한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나만 몰랐던 이야기’도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1년 동안 무려 5연타석 홈런을 날리다니 과연 ‘대세’다운 기록 행진이다.
골방에서 홀로 ‘자습’한 연습생
▼ ‘대세’라는 말이 전매특허처럼 따라다니는데 기분이 어떤가.
“좋은 말이잖나. 감사하고 많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 음색이 독특한데 예전부터 그 목소리였나.
“원래는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지금도 말할 때 약간 허스키하다. 보컬을 도와준 작곡가가 평범한 목소리라며 제 색깔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쁜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지금 목소리를 새롭게 찾았다.”
▼ 솔로로 데뷔해 아이돌그룹과 경쟁하는 것이 두렵진 않았나.
“전혀 신경을 안 썼다. 솔로와 그룹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룹에 더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하다. 퍼포먼스도 훨씬 우월하고. 감히 대적할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혼자 노래하면 많이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지만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영역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 연습생 시절이 있었나?
“10개월간 연습생 생활을 했다. 연습생 기간이 짧아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는데 회사(로엔엔터테인먼트)가 나를 많이 믿어줬다. 나 자신보다 더 많이 믿어줘서 빨리 데뷔할 수 있었다.”
▼ 데뷔 전 오디션에서 여러 번 떨어졌다고 들었다.
“스무 번 정도 떨어졌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대표적이고 이름 없는 작은 기획사 오디션도 닥치는 대로 봤다. 지금 소속사에 들어가기 전 굿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붙어서 잠깐 연습생으로 있었다. 당시 ‘오소녀’라는 그룹으로 데뷔 준비를 하던 언니들과 같이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지금 다 잘됐다. 솔로가수 지나, 애프터스쿨의 유이, 원더걸스의 유빈, 포미닛의 허가윤, 시크릿의 전효성씨다. 음악 프로그램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잘 지내고 있다. 언니들이 잘돼서 기분 좋다.”
▼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실망이 컸겠다.
“단순하고 낙천적이라 좌절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다. 오디션을 볼 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때는 단지 재미있어서 많이 보러 다녔다. 막연하게나마 언젠가 가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무모했다.”
▼ 뒤끝이 없나 보다. 오디션에서 떨어뜨린 JYP 박진영 대표와 ‘드림하이’를 찍으면서 불편하지 않았나.
“들어가고 싶었던 기획사 대표와 함께 일한다는 자체가 영광이다. OST 중 박진영 선배님이 작곡한 ‘섬데이(Someday)’라는 곡을 받았다. 가사가 참 좋았다. 데뷔 초 일이 안 풀릴 때를 생각하면서 부르니까 가사가 깊이 와 닿았다. 박진영 선배님이 쓴 가사를 진짜 좋아한다. 녹음 작업할 때 선배님이 직접 디렉터까지 해줬다. 칭찬도 많이 들었다. 덕분에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 뮤지션으로서 박진영씨를 어떻게 보나.
“정말 멋진 아티스트, 대단한 댄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같이 연기하면서 진정한 프로라는 걸 느꼈다. 춤 신이 있으면 벽을 보고 연습하고, 대사도 벽에다 말하면서 계속 연습하더라. 까마득한 후배들과 함께하면서도 촬영장에서 가장 열심히 연습했다.”
▼ 연습생 시절에는 어떻게 지냈나.
“골방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땐 기타를 치거나 노래를 불렀다. 기타 연주도 따로 레슨을 받은 게 아니라 어깨 너머로 배워서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다. 작곡가 오빠들이 (코드를) 하나 알려주면 방음이 되는 골방에서 종일 그것만 연습했다. 4~5개월은 계속 기타만 잡고 있었다. 기타 치면서 노래하고픈 욕심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할 것이 없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다.”
▼ 다룰 줄 아는 악기가 또 있나.
“피아노를 오래 쳤는데 사정이 있어서 2~3년 못 쳤더니 손가락이 굳었다. 최근에 팬들이 피아노를 선물해줘서 독학으로 다시 익히는 중이다.”
데뷔 초, 설 무대 없었다
▼ 언제부터 가수를 꿈꿨나.
“꼬맹이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초등학교 땐 연예인이 희망 직업 중 하나였다. 본격적으로 가수를 꿈꾼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교내 행사 때 처음으로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기분이 묘했다. 노래가 내 일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소속사에서는 가수 데뷔 선물로 ‘아이유’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아이유에는 나(I)와 너(You)가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데뷔곡 ‘미아’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아이유는 당시를 생애 가장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했다.
“실망을 많이 했다. 오디션에서 숱하게 떨어졌어도 담담했는데…. 정규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1년 남짓한 공백기가 가장 힘들었다. 노래하고 싶은데 할 무대가 없으니까 속상했다. 그래도 가수가 된 걸 후회하진 않았다.”
정규앨범 발매와 더불어 아이유에게도 골수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1000명에 불과하던 아이유의 공식 팬카페 ‘유애나(U愛나)’ 회원 수는 현재 6만명이 넘는다. 10대 청소년을 절대적 지지기반으로 하는 아이돌그룹과 달리 아이유는 남녀노소를 아우르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삼촌’팬의 호응이 뜨겁다. 스타들 중에도 아이유 팬이 많다. 축구선수 손흥민도 그중 한 명이다.
▼ 손흥민 선수가 이상형으로 지목한 걸 알고 있나.
“안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그렇게 말해 기분 좋다. 멋있고 좋은 분이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노)홍철 오빠가 연결해줘서 전화통화도 한 번 했다. ‘반갑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더니 ‘활동 열심히 하고 항상 건강하라’고 답을 줬다.”
▼ 소개팅을 주선하면 만나볼 의향이 있나.
“소개팅은 그렇고 친하게 지낼 의향은 있다.”
▼ 팬들은 발라드보다 ‘좋은 날’ 같은 밝은 노래를 더 반기는 분위기다.
“그래서 이번 앨범을 낼 때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약간 블루지하고 우울한 음악을 좋아한다. 지금 부르고 있는 ‘나만 몰랐던 이야기’가 내 스타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타이틀곡 선정도 직접 했다. ‘부’나 ‘마시멜로우’를 부를 때 팬이 된 분들은 이번 선곡을 아쉬워한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직 결론을 내리진 못했는데 대중가수인 만큼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려고 한다. 그게 모두를 만족시키는 길이 아닐까 싶다.”
엄마 덕분에 책보는 취미 생겨
▼ 연예인 중에 동경하는 사람이 있나.
“윤상 선배님을 많이 동경한다. 엄마아빠와 함께 노래방을 다녀 흘러간 노래를 많이 아는데 선배님 노래는 다 좋다. 작곡가로도 좋고 목소리도 너무 좋다. 이번 앨범 작업도 (윤상 선배님과) 꼭 함께하고 싶다고 회사에 요청해서 성사된 거다.”
아이유의 새 미니앨범 타이틀곡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윤상이 만든 노래다. 강수지의 히트곡 ‘흩어진 나날들’을 작곡한 윤상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이 아이유의 애틋한 목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짝사랑 경험이 있나.
“좋아한 사람은 많다. 친구도 좋아해 보고 오빠도 좋아해보고 이 사람 저 사람 좋아했던 것 같은데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 콤플렉스가 있나? 개인적으로 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춤에 재능이 있어서 가수가 된 건 아니니까 자신 없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다행히 몸치가 아니라서 춤이 꼭 필요할 땐 열심히 노력해서 흉내낼 정도는 된다. 춤은 아니고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이 있다.”
▼ 얼굴이 맘에 들지 않나.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연예인이니 더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지금은 이 얼굴로 사랑받고 있으니 딱히 콤플렉스라고 할 것까진 없다.”
▼ 가수로 데뷔할 때 소속사에서 성형을 많이 시키던데 그런 제의는 안 받았나.
“처음에는 내가 싫다고 했다. 무서웠고 엄마도 싫어하셨다. ‘좋은 날’ 앨범이 나오기 전에는 내가 한번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땐 회사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 정말 성형을 하게 된다면 20대 넘어서 할 것 같다. 자그마한 코가 매력이라고 하는 팬들도 있는데 코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 가수가 안 됐다면 뭘 하고 있을 것 같은가.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을까. 고3이니까 ”
▼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나.
“오전 수업도 못하고 조퇴할 때가 많다. 그래서 친구라고 할 만한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학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학교 행사에는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 집안 분위기가 어떤가.
“유쾌하다. 엄마는 소녀 감성이다. 평소에는 잘 웃고 늘 즐겁다가도 다혈질이라 한번 화나면 장난이 아니다. 아빠는 굉장히 진지하고 엄격한데 가끔 의외의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그럴 땐 엄마가 아빠에게 철부지라고 놀린다. 엄마와 아빠는 액세서리 도매업을 하고 있다. 두 분 모두 바빠서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할머니도 유쾌하고 화통한 성격이다.”
▼ 집에서는 어떤 딸인가.
“예전엔 무뚝뚝했는데 요즘은 장난도 잘 치고 애교도 많아졌다. 남동생이 여자 같고 난 왈가닥이어서 어릴 때부터 둘이 성격이 바뀌었단 얘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지금도 동생 앞에서는 군기 잡는 왈가닥이다.”
▼ 동생이 누나의 유명세를 불편해하진 않나.
“동생은 가만있는데 친구들이며 선배들이 사인 받아달라, 휴대전화 번호 알려달라고 채근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는 내 동생이라는 걸 절대 말하지 않을 거란다. 한창 민감한 나이인데 미안했다.”
▼ 사춘기를 겪었나.
“겪긴 했을 텐데 조용히 넘어갔다. 딱히 말썽부린 적도 없고.”
▼ 초등학교 시절 전교 회장이었다고 들었다. 공부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치가 컸겠다.
“엄마는 공부에 몰두하기를 바랐다. 다행히 동생이 나보다 공부를 잘해서 따가운 눈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중학교 때 반에서 1,2등은 해봤어도 동생처럼 전교 1,2등은 못했다.”
▼ 대학에 안 갈 거라고 했다던데 포기인가, 연기인가.
“공부할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지금은 공부할 상황도 아니고 대학 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여유가 생기고 공부할 여건이 되면 그때 진학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 취미가 뭔가.
“짬짬이 책을 즐겨 본다. 어릴 때 엄마가 책 읽는 습관을 잘 들여놨다. 최근에는 ‘꼬마 니콜라’라는 책을 재미있게 봤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책이다. 어디 가서 바보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기에 뉴스도 챙겨서 본다.”
‘드림하이’ 김필숙과 똥고집 닮아
아이유는 최근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가수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 출연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그가 연기한 김필숙은 절대음감과 가창력을 타고난 인물로 극 초반 뚱뚱했지만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사의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다. 상대역은 인기 아이돌그룹 2PM의 우영이 맡았다. 두 사람은 드라마에서 각자의 이름을 한 자씩 딴 ‘우유’ 커플로 인기를 끌었다.
▼ 처음에 ‘드림하이’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
“많이 망설였다. 섣부른 도전 같기도 하고 연기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런데 가수지망생들의 이야기고 김필숙은 노래를 많이 하는 역할이라 용기가 났다. 더구나 김필숙의 캐릭터가 내 성격과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면이 많았다.”
▼ 어떤 점이 닮았나.
“외유내강형인 점도 그렇고, 똥고집 부리고 자존심 센 게 닮았다.”
▼ 촬영 중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이었나.
“4시간을 들여 뚱뚱한 분장을 하고 나면 촬영하는 동안에는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그게 가장 힘들었고, 잠도 많이 부족했다. 일주일에 3일 정도는 뜬눈으로 새웠다. 다른 연기자와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운동을 싫어해서 먹을 것으로 체력을 보충한다. 일주일에 3번은 고기를 먹고, 약도 종종 먹는다.”
▼ 김필숙처럼 뚱뚱했던 적이 있나.
“뚱뚱했던 적은 없고 항상 통통했는데 요즘 들어 살이 많이 빠졌다. 데뷔했을 때만 해도 50㎏ 정도 나갔다. 지금은 43㎏이다. 다이어트는 따로 못한다. 바빠지니까 저절로 체중이 준다.”
▼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사실 붙임성이 없어서 주연배우들과 친해지지 못했다. 밥 먹을 때 같이 가려고 나를 찾은 것을 촬영이 다 끝나갈 무렵에 알았다. 그게 미안해서 말도 트고 밥도 같이 먹으러 다니면서 차츰 친해지긴 했는데 (2PM) 택연 오빠와는 마지막 촬영 날 처음 대화를 나눴다. 돌이켜 보면 참 바보 같았다. 분위기를 좀 더 빨리 파악했으면 촬영을 훨씬 재미있게 했을 거다.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씨와도 촬영 막바지가 돼서야 말을 텄다.”
▼ 수지씨와 대화하는 장면이 많던데 왜 말을 아꼈나.
“낯가림이 심해서 그렇다. 수지씨를 굉장히 좋아한다. 가수 중에 제일 예쁜 것 같다. 다시 태어나면 그런 얼굴로 태어나고 싶을 정도다.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하얀 피부에 오뚝한 코며 눈웃음에 보조개도 있고 키도 크다. 처음부터 호감이 갔는데 말을 걸 용기가 없었다. 수지씨가 한 살 연한데 동생이 생기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수지씨가 계속 말 놓으라고 했는데도 존댓말을 썼다. 좀 더 편하게 대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나마 ‘우유’ 커플로 호흡을 맞춘 우영 오빠랑 가장 친했다. 다른 연기자들과 서먹했는데 오빠가 도와줘서 벗어날 수 있었다.”
롱런하는 가수 되고 싶다
▼ 대본에는 우영씨와 키스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키스신이 있긴 했다. 부모님이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저도 따를 수밖에 없었고, 우영 오빠도 극중 커플의 귀여운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극구 사양했다. 감독님께 사정을 말하고 은근슬쩍 넘어갔다.”
▼ 예능과 연기 중 어느 쪽이 더 재미있나.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데 연기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예능은 아직 힘들다. 연기는 대본에 있는 대로 표현하면 되는데 예능은 순발력도 있어야 하고 혼자 깨우쳐 적응해야 하니까 어렵다.”
▼ 연기를 계속할 생각인가.
“‘드림하이’여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연기만 한 것이 아니고 노래도 같이 해서.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아직 섣부른 도전이 아닐까 싶다.”
▼ 일찍 정상에 올랐는데 내리막길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벌써부터 두려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내리막길이 두려운 게 아니라 인기가 무섭다. 인기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고, 막무가내로 모른 척할 수도 없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습작을 해온 아이유는 언젠가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처럼 직접 작곡한 노래를 들고 나와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것이 꿈이다. ‘드림하이’의 작곡 수업에서 아이유가 만든 노래는 실제 그녀의 창작물이었다.
아이유는 인터뷰 엿새 뒤인 3월10일 코린 베일리 래의 내한 공연에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했다. 자신의 롤모델과 한 무대에 선 것이다. 그 일로 한껏 부풀어 있던 아이유가 인터뷰를 마치며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가수되길 참 잘했다. 꼭 롱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