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호

팬덤의 피를 끓게 해 ‘정의의 투사’ 만든 李

[강준만의 회색지대] 이재명 ‘만독불침(萬毒不侵)’의 역사⑥

  •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입력2026-01-30 07: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세월호 참사는 제2의 광주 학살”…증오를 선동으로

    • 기자회견 도중 버럭 화내며 “TV조선 반드시 폐간”

    • 9년 전 유시민 “李, 대선후보로서 ‘감정 조절 능력’ 하자”

    • 정치적 무기가 된 이재명의 ‘문자 폭탄 내로남불’

    • “18대 대선, 3·15 부정선거 능가하는 부정선거” 주장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생중계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생중계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16년 9월 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공개변론에 앞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성남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2016년 9월 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공개변론에 앞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성남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2016년 9월 8일 오후 이재명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릴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관련 권한쟁의심판 공개 변론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기자회견을 이어가던 이재명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나가던 중년 여성이 자신의 옷깃에 있는 노란 리본을 향해 “노란 리본 좀 그만 차면 안 돼요? 지겨워서 그래요”라고 말하자 버럭 화를 냈다. “우리 어머님의 자식이 죽어도 그런 말 하실 겁니까?”

    이재명의 지적에 이 여성이 “그거(세월호 참사)랑, 그거(내 자식이 죽는 것)랑 다르죠”라고 답하자, 이재명은 다시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이 왜 다르냐”며 항의를 이어갔다. “같은 사람입니다. 어머니 같은 사람이 나라 망치는 거예요.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그런 소리를 합니까. 본인의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할 날이 있을 겁니다.”

    이재명 “TV조선 반드시 폐간시킬 것”

    이재명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 제목은 ‘이재명, “노란 리본 지겹다” 말에 기자회견 중 버럭’이었지만, ‘버럭’이라는 표현으로는 약하다. 세상에 “노란 리본 지겹다”는 말 한번 했다고, “본인의 자식이 그런 일을 당할 날이 있을 겁니다”라는 저주의 악담까지 들어야 하나.

    그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 “어떤 아줌마인지 성격 정말 좋다. 나 같으면 확 엎어버린다. 시장이 무슨 감투인가. 육갑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비난·욕설 댓글처럼 분노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댓글 마당이 진보적인 오마이뉴스인 만큼 이재명에 대한 찬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1년 11월 12일 경기 성남시청 광장 행사장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판교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당시 이 시장(오른쪽 두 번째)에게 달려드는 철거민(맨 위), 넥타이가 풀린 이 시장(가운데), 얼굴에 상처가 난 이 시장 수행비서(맨 아래) 모습. 동아DB

    2011년 11월 12일 경기 성남시청 광장 행사장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판교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당시 이 시장(오른쪽 두 번째)에게 달려드는 철거민(맨 위), 넥타이가 풀린 이 시장(가운데), 얼굴에 상처가 난 이 시장 수행비서(맨 아래) 모습. 동아DB

    이 기사에 달린 400여 개의 댓글 중 ‘베스트댓글’(공감 1109 반대 188)은 이재명을 ‘진정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운다. “맞습니다. 못된 국민 덜떨어진 인간들은 혼내주셔야 진정한 지도자입니다. 못되고 덜떨어진 것들에게도 표를 구걸하기 위해서 절하는 인간들보다는 이재명 시장님처럼 진정한 지도자는 훈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이재명에게 열광하는지 그걸 시사해 주는 댓글이다. 이 장면을 보는 데 나타난, 이재명에 대한 양극화된 시각은 이후 내내 서로 충돌하게 된다.



    2017년 1월 1일 TV조선 메인뉴스 ‘뉴스판’은 ‘철거민·시의원에 ‘막말·욕설’’이라는 리포트와 ‘‘형 강제입원 시도’… 이재명 ‘오해다’’라는 리포트를 통해 이재명에 대한 검증을 시도했다. TV조선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시의원과 철거민 등에게 막말과 욕설을 했던 것으로 TV조선 취재 결과 드러났다”며 “파격적 복지정책과 서민 행보로 인기몰이를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2011년 11월 성남시청 앞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철거 보상을 요구하던 판교 철거민 대책위원회 회원과 이재명 간 몸싸움을 다룬 것이었다. TV조선은 “판교에 살던 판자촌이 헐린 철거민들이 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시위를 하다 물리적 충돌로 번진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이 시장이 철거민을 폭행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성남시의회 의원에게도 이 시장의 막말은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말 똑바로 해! 누가 소리 꽥 질러! 이덕수 당신 말이야. 조용히 좀 하란 말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재명의 발언 장면을 보도했다.

    이재명은 페이스북을 통해 “철거민들이 불법적 요구를 하면서 시청 앞에서 1년 6개월간 소음 시위, 시장 모략 유인물 배포, 행사장에서 시장(을) 폭행(했다)”며 “폭행 장면을 촬영해 방어 동작을 ‘가해 동작’으로 조작 편집해 유포했고, 새누리당 시의원과 공모해 조작 영상을 시의회에 상영하는 등 조작 불법을 자행한 것에 항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재명은 “(TV조선이) 앞뒤 다 생략하고 ‘임마’ 등 욕설 폭언을 한 것으로 조작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보도는 이재명의 셋째 형 이재선과의 갈등을 다뤘다. 골자는 이재선 측이 주장하는 ‘정신병원 강제 입원설’이었다. TV조선은 이재명이 형을 강제 입원시키기 위해 분당보건소 요청에 따른 진단서를 만들었다는 이재선의 주장을 설명한 뒤 “(이재선의) 비정상적 행동에 대해 어머니와 형제 자매들이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건소에 진단 요청을 했었다”는 이재명 측 반박 입장을 담아 보도했다. TV조선은 “직계가족이 아니어서 입원 치료를 요청할 자격이 없는 이 시장이 형에 대한 정신질환 감정을 왜 받아낸 건지 의문은 여전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은 “형님은 제가 시장에 당선되자 ‘이재명 시장 친형님’을 내세워 이권 요구에 시정 개입을 하다 차단당하자 ‘이재명에게 통화연결해 달라’며 어머니를 살해 협박하고 교회에 불을 지른다고 위협했다. 심지어 ‘어머니 XX를 찢어 죽인다’는 패륜 폭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겁이 난 어머니가 보건소에 정신질환 여부 확인을 위해 진단(강제 입원이 아님)을 의뢰해 성남보건소는 행정절차로 형님의 정신질환 여부 확인 절차를 시작했다”며 “그러나 해당 보건소가 성남시장 관할이기 때문에 정치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진단 절차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결국 형님은 어머니를 때려 입원시키는 패륜을 저질렀으며 이후 형수를 폭행하고 가산을 탕진하자 그 가족들이 스스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은 한발 더 나아가 “TV조선에 전면전을 시작한다”며 “명백한 허위 보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고 민주공화국을 마비시키는 독극물 조작 언론을 반드시 폐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의 이 ‘독극물 조작언론’ 발언을 네이버와 구글에서 검색했더니 각기 다른, 아니 대조적인 AI 해석이 나온 게 흥미롭다.

    “이 발언은 언론의 책임과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강조하는 동시에, 허위 보도에 대한 엄정한 제재 필요성을 강조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됩니다.”(네이버 AI 브리핑) “대한민국 현행 법체계에서 명백한 허위 보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사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나 특정 기관이 언론사를 강제로 ‘폐간’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구글 AI 개요)

    “주한미군 철수 각오하고 자주국방 정책 수립해야”

    2017년 1월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신년특집 토론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는가’에는 변호사 전원책, 보수신당 의원 유승민, 성남시장 이재명, 작가 유시민이 출연했다. 유시민은 “요새 공격 많이 받으시는데 사정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시장은 대선후보로서 ‘감정 조절 능력에 약간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궁금증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은 “유시민 작가님의 어머님이 폭행당하셔서 입원한 상황을 본다면 유시민 작가님은 어떨지 제가 여쭤보고 싶다. 그 상황이 되면 어쩔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재명은 “공적 영역의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정부패라고 생각한다.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때문에 제가 가족들을 철저히 통제한 결과 사이가 나빠졌다. (내가) 완벽하게 차단해 가족 내 분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최고 목적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감정 통제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은 다음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TV조선과의 ‘전쟁’을 재차 선포하면서 “TV조선은 반드시 폐간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는 “TV조선은 허위 사실 보도를 통해 유권자인 국민의 판단을 왜곡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타격을 가함으로써 부당하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관련 사실을 정확히 알려줬음에도 TV조선은 ‘셋째 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라는 악의적 허위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이는 ‘악의적 허위 보도’는 아니었다는 게 나중에 밝혀진다).

    이재명의 TV조선 폐간 발언 이상으로 문제가 된 건 이재명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이었다. 같은 날 이재명은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 토론회’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가능성에 대해 “독일은 18%, 일본은 50% 선인데 우리는 미군에 지나치게 종속적인 태도를 취하다 보니 77%나 내고 있다”며 “요구한다고 해서 들어주다가는 다 빼앗길 수 있다. 당당하게 우리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주한미군은 오직 북한만을 방어하기 위한 게 아니라 아시아 군사전략의 일부이고 신속 기동대로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국가가 어떻게 외국 군대에 자신의 국가 방위를 맡기고 의존할 수 있느냐. 심지어 전시작전통제권까지 맡기고 있다”며 “자신의 군사적 이익 때문에 철수할 수 없는 상태라는 점을 활용해 이번 기회에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그에 대비해 자주국방 정책을 수립해 진정한 자주국가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의 ‘문자 폭탄 내로남불’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그에 대비해 자주국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이재명의 주장보다 더 세간의 관심을 끈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건 바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사건이었다. 주요 대선주자 중 거의 유일한 개헌 반대론자인 문재인은 얼마 전부터 이 시점에서 개헌이야말로 “촛불 민심 배반”이라고 해왔는데, 이 보고서는 개헌을 추진하는 사람들을 야합(野合) 세력으로 몰아붙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이 당 대선후보로 이미 확정됐다고 전제하고 쓴 내용도 곳곳에 들어 있었다.

    민주당 내 초·재선 의원 20명이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라는 항의 성명을 내는 등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이 일어나자, 이들에겐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공세가 퍼부어졌다. “당 공식 기구인 민주연구원이 벌써 대선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비판한 민주당 의원 김부겸은 24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에 3000개가 넘는 항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 김부겸 측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며 “논의 자체를 막는 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박용진도 ‘당을 떠나라’는 내용과 함께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은 2017년 1월 6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장이 다르다고 어떻게 그런 식의 공격을 하느냐”며 “당을 망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재명의 문자 폭탄 비판은 백번 옳은 것이었지만, 문제는 내로남불이었다.

    바로 하루 전날 이재명은 자신의 SNS에 ‘성남시청 스케이트장이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반대에 따른 예산 삭감으로 사라지게 되었다’며 성남시 야외 스케이트장 가설 건축물에 부착됐다는 ‘야외 스케이트장 예산 삭감에 대한 안내문’의 이미지를 올렸는데, 해당 이미지엔 반대했다는 새누리당 시 의원들의 실명까지 적혀 있었다.

    관련 예산 심사 시 이재명은 ‘민주당 인천시당 당원간담회’와 ‘인천대학교 초청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으며, 이재명의 SNS 내용도 사실을 왜곡한 것이었다. 스케이트장이 주차장에 들어서 주차난이 심해졌고, 대체 유휴부지로 이전하고 부지 결정 시 추후 예산 편성하기로 여야 합의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의 SNS에 불법 안내문을 올린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이재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안내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카페, 블로그 등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악성 댓글과 인격 모독성 막말이 줄줄이 달렸다. 심지어 해당 의원들의 연락처가 담긴 신상마저 공개돼 협박성 문자마저 끊이질 않았다. 이재명의 이러한 ‘인민재판식’ SNS 운영은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라는 말도 나왔지만, 흥미로운 건 이게 또 지지자들에겐 이재명의 장점이자 강점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이다.

    ‘나꼼수’ 김용민은 ‘마이너리티 이재명’(2020)에서 이 사건은 자신이 이재명의 지지자가 되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의 해당 트위터 메시지는 “시민이 나서 혼내 달라”는 의중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기서 ‘이재명은 금세기에 다시 만나기 힘든 전대미문의 싸움꾼’임을 직감했다”는 것이다. 이때도 그랬지만, 이재명은 이후 내내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선동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데에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18대 대선, 3·15 부정선거 능가하는 부정선거”

    이즈음 이재명은 막 던지고 보는 무모함을 보여주었다. 2017년 1월 7일 이재명은 페이스북에서 “지난 대선(18대)은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했다. 훗날 윤석열이 빠져든 ‘부정선거 음모론’의 원조였던 셈이다. 이재명은 “국가 기관의 대대적 선거 개입에 개표 부정까지 (있었다)”라며 “투표소 수개표로 개표 부정을 원천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전산 개표 부정 의심을 하고 있고, 그 의심을 정당화할 근거들이 드러나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또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올린 ‘세월호 참사 998일에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다른 글에서 “세월호 참사는 제2의 광주 학살”이라며 “수사·기소권을 가진 세월호특검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 국가의 제1의무는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는 이같은 대형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는 제2의 광주 학살”이라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말인가. 그 잔인한 대량학살을 끌어와 증오를 선동하다니, 이런 식으로 무지막지한 선동을 해도 괜찮은가. 그러나 박근혜 정권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는지, 이렇다 할 이의 제기는 없었다. 다음과 같은 댓글 정도만 볼 수 있었다.

    “이거 보자 보자 하니까 해도 너무하네. 도대체 과적과 배의 불법 개조, 미숙한 항해사의 급회전, 배에 남으라고 하고 도망친 선장, 그런 복합적 사고로 배가 전복되어 침몰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떤 점이, 어떤 면이 제2의 광주사태냐! 촛불 든 극렬 좌익들만 국민인 줄 아느냐? 지지율 좀 올라가니 뵈는 게 없느냐! 이리 함부로 말하는 정치인들은 처벌할 수 없는가?”

    대선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 주는 징후였다.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후보들은 “누가 더 과격한가”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과격’의 선두 주자는 단연 이재명이었다. 1월 12일 이재명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구속하고 불법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촛불 민심은 박근혜 퇴진과 함께 재벌 체제 해체를 요구했다”며 “이재용 구속으로 재벌 체제 해체의 출발선에 서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질세라 박원순은 같은 날 민주당 의원들이 초청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대를 폐지하겠다”며 “국공립 대학교 통합 캠퍼스를 구축해 전국 광역시도에서 서울대와 동일한 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학위를 공동으로 수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 시험도 없애겠다고 했다. 또 교육부를 폐지하고, 대학 입학금도 없애고 국공립대 반값 등록금 전면 시행 등을 통한 단계적 대학 무상교육을 시행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2017년 1월 15일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이 열렸다. 이재명은 이 출정식에 앞서 이런 SNS 공지를 올렸다. “70년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 손가락혁명군이 출정합니다. 1월 15일(일) 오후 2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특무상사 이재명도 함께합니다. 전국 아니, 전 세계 손가락혁명 동지 여러분, 광주에서 만납시다!!”

    2017년 1월 15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선터에서 열린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1월 15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선터에서 열린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7000여 명의 지지자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을 위해 손가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뜻이 같은 사람과 소통을 자주 하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함께 행동하면 부패한 대한민국은 결국 엎어질 것입니다.”

    바로 이날 한 트위터 사용자가 이재명에게 “헌정 사상 최초의 음주운전 경력의 대통령이 되시겠군요”라며 멘션을 남기자, 이재명은 “그래도 나는 공직 이용 아들 취업시키기, 돈벌이에 공직 이용하기는 안 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새누리당이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논란과 2012년 문재인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밀어주기식 수임료를 받았다는 의혹 사건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재명이 16일 새벽 “적은 돈? 저는 20년 변호사 할 동안 수임한 사건 다 합해도 50억이 안 된다”는 내용을 글을 올렸다가 곧 삭제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의 설득력이 높아졌다. 언론은 50억 대의 돈이 2012년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수임료 금액과 일치한다고 했다.

    “삼성 족벌 체제 해체하고, 공정 경제 만들겠다”

    2017년 1월 16일 이재명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공정포럼 초청 정책토론회에서 “충격적일 수도 있고 ‘저 사람이 드디어 미쳐가는구나’ 하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운을 뗀 뒤 “우리나라는 토지공개념이 도입돼 있는데 사실상 토지를 절대적 개인 소유물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토지 자산 가격이 현재 6500조 원 정도 되는데 여기에 보유세로 1년에 내는 게 종합부동산세 2조 원과 재산세 5조 원 정도다. 이는 세금을 거의 안 내는 것이다”라면서 “이것을 15조 원 정도 더 걷게 설계해서 국토보유세를 만든 다음, 이를 오로지 기본소득 목적세 형태로 만들자”라고 말했다. 

    문재인이 현재 21개월인 복무 기간을 18개월까지 단축하겠다며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도 하자, 이재명은 “10개월로 줄이자”고 했다. 둘 다 모병제 도입을 전제로 한 공약이었다지만, ‘10개월·1년’이라는 초단기 복무기간이 말이 되느냐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조선일보는 “군 복무 기간이 선거 도박판 판돈 된 나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러다 우리 선거와 정치는 정말 초가삼간을 태울지도 모른다”고 개탄했다.

    2017년 1월 23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경기 성남 오리엔트바이오 공장 앞마당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월 23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경기 성남 오리엔트바이오 공장 앞마당에서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월 23일 이재명은 자신이 소년공 시절 일했던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 공장에서 19대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아무도 억울한 사람 없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 “약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이재명만이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기득권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기득권’이란 단어를 9번 사용했다.

    “거대 기득권 재벌 체제, 정치를 쥐어흔드는 법 위의 삼성 족벌 체제를 누가 해체할 수 있겠습니까?” “기득권과 금기에 끊임없이 도전해 승리했고 재벌과 아무 연고도 이해관계도 없는 저야말로 재벌체제 해체로 공정 경제를 만들 유일한 사람입니다.” “금기와 불의와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희생을 감수하며 끊임없이 싸워 이겨온 저만이 거대 기득권 삼성 재벌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기득권자이거나 기득권과 결탁한 자는 기득권과 싸우지 않고, 기득권자와 싸우지 않으면 적폐청산 공정사회 건설은 불가능합니다.” “삼성 재벌 등 불의한 기득권에 도전하고 이겨낼 이재명, 그 이재명과 함께 새로운 나라 건설에 나서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바로 이날 새벽 ‘이재명과 손가락혁명군’의 인터넷 카페엔 “비상체제 운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손가혁 관계자는 글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손가혁 동지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하는 민주시민 여러분. 손가혁 전국 체제를 비상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손가혁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비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손가혁 측이 밝힌 비상 체제 결의 5가지였다.

    “향후 손가혁 동지와 민주시민들이 해줄 일이 있다. 첫째, 1인 10인 이상으로 한다. 둘째, 성명·전화번호·지역(시·군·구) 추천인을 기재한다. 셋째, 추천인을 확보한 뒤 별도의 정해진 라인에 통지한다. 넷째, 오프라인 모임 강화를 위해 카페 모임을 활성화해 지역 모임을 활성화한다. 다섯째, 시장 강연 시 손가혁 동지를 배가하기 위해 현수막을 부착하고 참석자 명단도 자원자 중심으로 확보한다.”

    민주당 내에선 “한 사람당 10명을 모집하는 방식은 자칫 다단계 선거 방식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수막 제작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회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돈을 바치고 사람을 동원하는 방식이 너무 공격적이라는 것이다.

    손가혁이 비상체제 전환을 밝힌 이튿날 밤 11시경 이재명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경선 룰, 경선 승리 비책’이란 제목의 게시글을 올려 손가혁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그는 “2012년 당시 63만 명 투표, 53% 득표 문재인 승”이라며 “이번 경선에서 최대 100만 명이 투표할 것으로 가정했을 때 50만 표면 승리한다. 20명 투표시킬 2만5000명 또는 10명 투표시킬 5만 명이면 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친구들이 몇 표씩만 투표하게 해도 이긴다. 손가락혁명 동지들이 몇 명인가. 마음만 먹으면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가혁 내부에서도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지지자가 아닌 당사자가 친절하게 선거인단 동원 방법을 올리다니…한때 민주당의 아름다운 경선을 기대했던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성남시민으로서 이 시장에게 한 표를 줬고 여전히 응원하고 있다. 근데 죽기 살기로 경선에 올인한 모습을 보면 박스떼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좀 걱정이 된다.” 반면 “범죄도 아니고 본인을 홍보하는 것은 정상이다. 이 시장의 글 때문에 경선 방식을 모르는 국민이 룰을 알 수 있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팬덤의 피를 끓게 만들기 위한 조절의 대상

    데이터 기반 전략컨설팅업체 아르스프락시아가 유력 대선주자 5명의 팬카페와 트위터를 대상으로 의미망 분석과 관계망 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인 팬덤 중 공격성과 활동성이 가장 두드러진 집단은 손가혁이었다. 회원 수는 5832명(1월 말 기준)으로 3개 문재인 팬카페 회원 총수(4만3049명ㆍ중복집계)의 6분의 1 수준이지만, 게시 글 수는 5331개로 문재인 팬카페(7606개)와 큰 차이가 없었다. 게시 글 수를 회원 수로 나눈 활동률은 91%에 달해 문재인 팬카페(18%)를 압도했다. 또한 손가혁은 문재인을 명시적 라이벌로 놓고 강도 높은 비난과 비판을 쏟아냈으며, 문재인 지지자를 ‘친문독재패거리들’ ‘문베충(일베충을 빗댄 말)’으로 일컬었다. 

    ‘문재인 트위터 관계망’이 문재인을 포함해 여러 명의 확산자를 통해 게시글이 퍼지는 ‘부채꼴 확산형’인 반면 ‘이재명 관계망’은 이재명 본인이 강력한 확산자 역할을 해서 글이 퍼지는 ‘중앙집중형’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로 연결된 관계망은 이재명을 정점으로 한 조직적 위계가 뚜렷했다. 이재명의 트윗을 직접 지지자들이 받아 순차적으로 확산시키는 ‘중앙집중형’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벌어진 치열한 팬덤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친문 정치평론가 유재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재명 시장을 문재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검증해 보자는 나의 논조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나의 게시물은 유튜브뿐 아니라 커뮤니티로 확산하며 입소문으로 퍼졌다. 유튜브 조회수가 수십만에, 커뮤니티 공유 게시물 조회수까지 수백만이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경선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손가혁의 공격을 받았다. 수만 개 악플이 스팸으로 쌓여만 갔다.”

    ‘김어준이 최순실보다 나쁘다’(2021)의 저자 최인호는 손가혁은 “문재인 저주와 이재명 신격화”를 정체성으로 삼으면서 ‘문재앙’이나 ‘문제인’, 그리고 ‘문죄인이 문제다’ 같은 언어를 유포했다고 말한다. 물론 그 반대편엔 “오로지 이재명에 대한 저주, 혐오, 음해만을 자신의 에너지로 삼고 문재인을 신성화하는 민심 조작 그룹”이 있었다고 했다.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살벌한 팬덤 전쟁이었다. 이 전쟁에 뛰어든 친명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는 문재인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으로 일관해 나중에 큰 선거 쟁점으로 비화되는데, 몇 가지 문제 발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문제인! 문제 많은 문죄인 어리버리 멀뚱 문죄인! 좋냐? 유치한 것들! 능력없음 인정하고 나가 떨어지든지... (2016년 11월 30일) △최순실 정유라나 문재인과 아들이나..ㅉ (2016년 12월 19일) △문후보 대통령 되면 꼬옥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꼴 꼭 보자구요. 대통령 병 걸린 넘보단 나으니까. ㅎ (2016년 12월 31일) △문재인이나 와이프나... 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2017년 1월 22일)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문어벙은? (2017년 1월 27일)

    “감정에 대한 의식적 통제는 약한 반면 거꾸로 감정은 쉽게 의식을 장악한다”(조지프 르두)는 말이 있다. 감정으로 격렬해진 팬덤 전쟁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입장에서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감정 조절 능력’은 도움이 되는 게 아니었다. 팬덤의 피를 끓게 만들어 그들이 스스로 정의의 투사처럼 느끼게 만들기 위해선 감정은 조절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발산과 폭발의 대상이었다.(다음 호에 계속) 

    강준만
    ● 1956년 출생
    ●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언론학 박사
    ● 저서 : ‘발칙한 이준석: THE 인물과사상 2’ ‘싸가지 없는 정치’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강남 좌파’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김대중 죽이기’ 外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