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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24

‘거짓말쟁이’ 신정아의 진실

“복수하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내일 죽더라도 아쉽지 않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거짓말쟁이’ 신정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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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신정아의 진실

(왼쪽) 다섯 살 때 부친이 운영하던 택시회사 앞에서. (오른쪽) 동덕여중 재학 시절. 왼쪽이 신정아씨.

▼ (책에 대해) 친구들 반응은 어떤가.

“새삼 ‘내 미운 사랑’ 부분에 대해 놀라는 친구들이 있다.”

‘내 미운 사랑’은 책의 제3장 제목으로 변양균씨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 엄마의 ‘빤스끈’을 아직도 믿고 있는 애들이 있다.(웃음) 이거, 정말이냐고. 어떤 미술계 지인은 ‘겨우 이 정도 하고는 그렇게 욕을 먹었냐’고 하더라.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됐던 미술계 분들은 괜한 피해를 당할까봐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금방 알아듣겠지만, ‘빤스끈’은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늘 하던 ‘성교육’을 뜻하는 말이다. “변호사고 뭐고 여자는 무조건 첫 빤스를 잘 벗어야 한다. 누가 뭐라카든 빤스끈만 꽉 잡고 있어라”고. 작고한 그녀의 부친은 딸이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 주변에서 이해를 많이 해주는가보다.

“속이 시원하다고 한다. 역시 신정아답다고. 그 창피한 부분까지도 잘했다고. 막연히 어떤 수치스러운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보다는 깨끗이 털고 정리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면서….”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e메일 몇 개를 보여줬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독자들의 격려 메일이라고 했다. 그녀와 같은 나이인 ‘72년생 아줌마’가 보낸 메일에는 이런 글이 눈에 띈다. “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신정아씨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40대 여성’이라는 독자는 ‘언론의 마녀사냥’을 비판했다. 메일을 보여주면서 신씨는 흡족한 표정으로 “여자의 적은 꼭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6년차 직장인’이라는 남성의 지지 메일도 있었다. 수감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영등포구치소 동창생들한테 오는 메일들 중에는 되게 웃긴 게 많다.” 그녀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집안이 어려워 변호사도 못 사는 사람이 많더라. 내가 몰래 그 사람들 탄원서를 써주곤 했다. 법은 잘 몰라도 재판을 하도 오래 하다보니까 변호사님들이 쓴 글도 많이 읽고 해서 어느 정도 정리할 줄은 안다. 그래서 8개월씩 감형 받은 사람도 있다. 막상 나는 1년6개월 꼬박 살았지만. 나보다 먼저 나가서, 내가 출소하는 날 차 보내겠다는 편지를 보낸 사람도 있었다. 조직의 두목도 있었고.(웃음)”

‘공화국의 창녀’

▼ 평론가 김용희(평택대 교수)씨가 ‘주간동아’에 기고한 글을 보니,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 건 신정아씨를 창녀 캐릭터로 보는 사람들의 집단적 유희 때문이라는 거다. 남성의 시각 틀에서 여성은 크게 위대한 어머니와 창녀 두 부류라면서.

“조선일보에도 그런 글이 실렸잖은가. ‘공화국의 창녀’라고.”

▼ 김 교수는 또 ‘사람들은 그런 추문을 통해 사실 그 자체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보려 한다. 추문 위에 자신의 욕망을 배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이중적 심리를 지적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얘기를 듣고 언뜻 생각나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녀간에) 어떤 일이 생기면 늘 여자가 가해자이고 남자는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남녀문제는 두 사람만이 아는 거지 다른 누가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한 게 사실이지만 그 과정을 돌이켜 보면 남들이 뭐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왜 사건의 본질은 오간 데 없냐는 거다. 애초 예일대에서 거짓말만 안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니었다. 물론 정당하게 학위를 안 받은 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지만 사건의 시작은 예일대의 잘못이다. 그런데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성 로비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나는 꽃뱀일 수밖에 없는 거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책 내용이 관음증을 자극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책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인 것 같다. 나의 착각이나 희망일 수 있지만 ‘신정아가 뭐라고 써놓았을까’ 하고 진짜 궁금해서 본 분들도 있지 않을까. 책을 읽은 분과 안 읽은 분들의 차이가 크다. 읽은 분들은 비판을 하더라도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한다. 성적인 것 때문에 내 책을 사 읽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럴 거면 삼류소설이나 에로영화나 포르노 보면 되지. 내 책에 뭐 대단한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나처럼,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겪고도 누구한테도 말 못하고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내 책이 위안이 됐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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