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토 시스템으로 차별화한 M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사실 한국 TV에서 한 명의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도전자들이 경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한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방영 당시 상당한 화제를 모았던 MBC ‘악동클럽’은 10여 년 전 등장했고, 빅뱅의 멤버 승리가 도전하기도 했던 가수 오디션인 Mnet ‘배틀신화’ 역시 2005년 만들어졌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누가 뽑히고, 떨어지느냐에 대한 긴장감으로 잠시 시선을 모은 것에 비해 도전자들의 실질적 음악활동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나마 미국 오디션 리얼리티 쇼인 ‘도전! 슈퍼모델’(원제 America′s Next Top Model)을 벤치마킹한 Mnet ‘I AM A MODEL’과 ‘I AM A MODEL MAN’ 정도가 20대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미국 ‘프로젝트 런웨이’의 포맷을 구매해 만든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가 제법 우수한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시청률과 대중적 인지도에서 케이블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반짝이는 리얼리티의 조각들
그래서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언컨대, ‘슈퍼스타 K2’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9년 처음 방영된 시즌1 역시 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 역사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슈퍼스타 K2’는 진정한 대국민 오디션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케이블 최초 두 자릿수 시청률과 마지막 회에 기록한 19%의 엄청난 수치 때문만은 아니다. 금요일 밤 생방송으로 도전자들의 무대가 방송을 탈 때마다, 그리고 탈락자가 결정될 때마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은 각 도전자의 실력에 대한 품평, 혹은 떨어진 누군가에 대한 아쉬움 등에 대한 멘션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그날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도전자의 이름, 혹은 탈락자의 이름은 곧바로 인터넷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수많은 연예 매체는 다음날 아침도 아닌 실시간으로 ‘슈퍼스타 K2’의 결과를 보고했다. 정말 모두가 그 이야기만 했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미국 ‘아메리칸 아이돌’ 본선에 진출했던 재미교포 존박과 일류 프로듀서 박진영을 노래만으로 소름 돋게 하던 허각의 우정과 대립 구도는 단순한 가창 대결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중요한 순간마다 각 도전자의 과거와 현재를 매끈한 서사로 가공해 보여주던 제작진의 솜씨는 노련했다. 특히 예선 과정에서 각 도전자가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만으로 명확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편집은 ‘아메리칸 아이돌’에서도 볼 수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탁월한 연출과 독특한 도전자들의 면면 때문에 ‘슈퍼스타 K2’의 성공은 일회적인 것처럼 보였다. TV를 보고 울고 웃던 그 한여름 밤의 꿈은 분명 하나의 신드롬이었지만, 이는 정확히 말해 ‘슈퍼스타 K2’ 신드롬이었지, 오디션 프로그램 신드롬은 아니었다.
MBC가 ‘슈퍼스타 K2’에 편승한 티가 역력한 ‘위대한 탄생’의 편성과 기획을 발표할 때, 많은 이가 시큰둥했던 건 그 때문이다. ‘슈퍼스타 K2’의 상금 2억원에 1억을 더한 3억원의 우승상금, 그리고 우승과 준우승자에게 주는 자동차 부상까지,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 K2’에서 규모만 키운 수준의 안일한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신승훈, 김태원, 방시혁 등의 심사위원이 본선 진출자를 위한 멘토링을 담당한다는 점이 독특했지만, 이 멘토 시스템이 발동되기 전까지의 예선 과정에서 ‘위대한 탄생’의 연출은 종종 답답할 정도였다. 캐릭터 설정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각 도전자가 어떤 노력을 통해 심사위원들이 주는 미션을 통과하는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