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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군사개입과 석유 패권

검은 대륙 향한 미국·유럽·중국의 세력다툼 결정판

  • 김중관│동국대 교수·국제통상학 marcojk@hanmail.net

리비아 군사개입과 석유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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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석유의 80% 가까운 양은 동부의 시르테만에 매장돼 있다. 확인된 보유량만 465억배럴에 달해 이집트의 10배이자 미국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리비아는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나이지리아와 알제리 다음의 석유경제 대국이다. 이렇듯 거대한 시장에서 벌어진 내부분쟁은 다국적 석유자본에는 중요한 기회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기록하는 가운데, 이라크 침공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프랑스와 영국이 부족한 원유지분을 리비아에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리비아의 석유생산 비용은 이라크보다도 저렴하다.

협력을 통한 견제

이렇듯 영국과 프랑스에 이번 군사작전은 자국의 석유패권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리비아를 비롯한 지중해 남부지역에 식민지를 경영했던 두 나라는 사회심리적으로도 이 지역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북아프리카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중국의 존재를 약화시킬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삼은 NATO의 군사개입은 장기적으로 프랑스에, 단기적으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입김이 강했던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유럽의 패권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으로서는 이 상황에 함께 개입함으로써 단순히 석유자원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벗어나 북아프리카에서 미국 주도의 군사패권을 새롭게 형성하는 계기로 만들어낼 수 있다.

미국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통해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기존의 이권(利權)질서를 새롭게 재편할 수 있다면 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해 과거 이 지역의 식민지 종주국들이 행사해온 영향력을 약화시켜 미국의 대(對)유럽연합(EU) 지배권을 유지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리비아,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등이 과거 식민종주국인 유럽 국가와의 정치적 연계를 약화시키고 친미 정권을 수립할 수 있도록 유도해왔다. 이에 대응해 프랑스는 지난 10년간 지중해 남부 연안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연대를 확대했고, EU 경제권이 북아프리카를 넘어 아라비아 반도까지 확대되도록 도모해왔다.



결국 이번 군사개입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는 미묘하게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국으로서는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EU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군사개입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마다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미국과 NATO가 벌이는 군사작전의 잠재적 최대 수혜자는 BP나 쉐브론 같은 다국적 석유자본이 될 것이다. 이들은 북아프리카의 석유 지배권이 새롭게 분배되는 과정에서 식민지 분할에 준하는 이권을 배정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1884년 베를린 회의(Berlin Conference)를 통해 설정된 이 지역 국가들의 경계를 새로운 형태로 대체하려는 시도로 비견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영국과 프랑스, 미국이 서로를 견제하는 가운데 새로운 아프리카 지배전략을 모색하려는 것이야말로 이번 군사작전의 핵심목적인 셈이다.

패권 띠의 연결고리

더욱 큰 그림을 엿보기 위해 지도를 펼쳐보자. 리비아는 알제리, 튀니지, 니제르, 차드 등 여러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특히 차드는 풍부한 석유자원을 가진 잠재력이 큰 나라다. 엑손모빌과 쉐브론은 송유관 개발계획을 포함해 차드 남부의 석유자원에 관심이 많다. 특히 이 지역은 수단 다르푸르 지역으로 향하는 통로이며, 이미 수단에는 홍해로 연결되는 1600㎞의 파이프라인이 완성돼 있다. 석유자원 전략 차원에서 이 지역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이 때문에 중국 역시 차드와 수단의 석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난 10년 동안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른바 중국의 ‘아프리카 경제식민지 건설계획’이다. 중국 국영석유회사(CNPC)는 2007년 차드 정부와 중장기 석유개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니제르는 막대한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미국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현재 니제르의 우라늄 산업은 프랑스의 원자력기업 아베라(Avera)가 지배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듯 북아프리카에서 중앙아프리카, 서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범위한 프랑스어권 국가들은 자원전략 차원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앞서 본 것처럼 리비아의 남부 국경은 이들 지역을 향하는 통로다. 리비아에 얽힌 미국과 유럽의 미묘한 이해관계 충돌은 단순히 북아프리카를 넘어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아우르며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리비아가 유럽의 잠정적 지배 대신 자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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