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학원 단과반의 강사는 다르다. 기본급여 없이 강의 시간과 학생 수에 따라 성과수당을 받고 출퇴근 시간이 강의일정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면 근로자성이 부인될 수 있다. 보험설계사도 보험유치 실적에 의해 수당이 지급되는 것이라면 보험회사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할 수 없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대법원-행정법원 다른 판결
방송국 VJ에 대해선 법원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VJ들이 취재기자의 기획의도에 따라 작성된 촬영 및 편집 구성안에 따라 촬영·편집 작업 중 지속적으로 수정지시를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밖에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한 직업은 골프장 캐디, 미용학원 강사, 대학교 시간강사, 외판원 등이었다. 반면 지입차주, 웅진코웨이 정수기 코디, 대리운전기사, 방송국 구성작가, 채권추심원은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입차주는 본인 소유 화물차량을 특정 운송업체 이름으로 등록한 사람을 일컫는다. 지입차주들이 가입된 화물연대가 파업하자 화물운송업체가 지입차주들의 불법파업으로 업무를 방해받았다며 지입차주들을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지입차주들이 운송업체의 지시에 응해야 할 종속적인 노무제공 의무를 갖는다고 볼 수 없고 차주들의 집단적 운송거부가 운송위탁계약의 불이행에 불과하므로 업무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학습지교사의 경우 대법원은 2005년 판결에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학습지교사가 회사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는 근로시간이나 내용과는 관계없이 수금실적에 의해서만 지급액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임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로 구성된 단체의 단체교섭요구에 회사 측이 응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렸다. 사례2의 홍연필 씨 등 학습지 교사들은 J학습지 회사의 계약 해지가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만든 노조와 교섭을 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법상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교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근로자성을 부인했고 “근로자가 아니므로 부당해고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대등한 교섭력 확보를 통한 노동자 보호라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와 교사들이 근무 대가인 수수료만으로 생활하면서 상당한 정도로 J학습지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학습지 교사에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서의 성격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어 “회사가 교사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노조에 가입·활동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이어서 노동조합법상의 부당노동행위인 만큼 무효”라고 결론을 내렸다.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여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게 될 수 있고 사회안전망에서도 벗어나게 될 수 있다. 근로자의 범위를 가능한 한 넓게 해 우리 사회의 보호 울타리를 크게 쳐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행정법원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구분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진일보한 결정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 판례 변경의 단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