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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고 싶다’로 연기대상 2관왕 윤은혜

“다음에 만날 사람이 첫사랑일걸요?”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드라마 ‘보고 싶다’로 연기대상 2관왕 윤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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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바꾼 길거리 캐스팅

그는 1999년 베이비복스의 다섯 멤버 중 팀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나이도 가장 어렸다. 데뷔 당시 열다섯 살 중학생이었으니 학업과 가수활동을 병행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터. 더구나 그전까지 그의 꿈은 화가였다. 미술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던 그가 갑자기 가수가 되겠다고 하자 부모는 완강히 반대했다.

“제가 연예계에 관심을 둔 적이 없기 때문에 무척 의아해하셨어요. 부모님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미술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해주겠다고 하셨어요. 제가 그림으로 상을 여러 번 받았는데도 경제적으로 도움을 못 주신 게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아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거든요. 부모님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셔서 며칠을 고민했어요. 부모님 마음을 잘 아니까요. 그런데 길거리에서 캐스팅 제의를 자주 받다보니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그림은 커서 취미처럼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고심 끝에 가수를 선택했더니 부모님도 제 뜻을 존중해주셨어요. 그 뒤로 부모님께는 한 번도 힘들다고 얘기한 적이 없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 그 책임도 혼자 져야죠.”

▼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한 건가요.

“그렇긴 한데, 데뷔 후에도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여러 번 받았어요. 화면으로 볼 때랑 얼굴이 많이 달라서 한동안 주변 사람들도 제가 데뷔한 사실을 몰랐어요(웃음).”



▼ 베이비복스 내에서 따돌림당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소문일 뿐이에요. 전 지금도 언니들 만나면 존댓말을 써요. 한 살 차이가 나도 선배에 대한 예의를 지켜요. 베이비복스 시절부터 몸에 뱄거든요. 그게 다른 팀과 다른 점이었어요. 남의 눈에는 언니들이 군기 잡는 것처럼 보였나본데, 존댓말을 쓰다보면 분위기가 냉랭해질 순 있지만 싸울 일이 없어요. 아랫사람이 계속 존댓말을 쓰니까 윗사람도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기가 힘들거든요. 서열이 분명해서 오히려 불평불만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로선 그 상황을 버텨내야 하고, 잘못한 게 있으면 반성하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죠. 언니들보다 늦게 들어가 부족한 점이 많았으니까요. 그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언니들이 엄마처럼 저를 이끌어주고 보호해줬어요. 정말 불화가 있었다면 7년을 어떻게 버텼겠어요? 언니들이 차츰 저한테 고민도 털어놓고 서로 마음을 나누다보니 한 가족처럼 가까워졌어요. 지금도 언니들과 연락하고 지내요.”

▼ 학교에선 어땠나요.

“조용했어요. 한 번도 나서본 적이 없어요. 지금도 부끄러움을 잘 타서 앞에 나서서 뭔가를 도모하는 일이 없죠. 친구들이 없진 않았지만 무리 지어 다니지 않았어요. 친한 친구 한 명만 있으면 되는 그런 아이였어요. 남학생 친구도 많지 않았어요. 인기가 없었어요(웃음).”

▼ 어릴 때 데뷔해서 아쉬운 점은 없는지.

“아쉬운 건 많지만 ‘왜 그때 이런 걸 누리지 못했지?’ 하고 지난 일을 후회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어느 쪽으로든 마음을 정하고 나면 장점을 많이 보려고 해요. 가뜩이나 외로운 직업인데, 안 좋은 것만 생각하면 저만 힘들고 우울해지잖아요. 데뷔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생각은 해봤어요. ‘남친(남자친구)’ 손잡고 길을 걸어보는 추억도 만들고, 친구를 좀 더 많이 사귀어서 전화번호를 다 받아놓을 것 같아요. 학업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 채우고 있고요.”

서울 구정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연예활동으로 바빠 정규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2003년 경희사이버대에 들어가 관광레저경영학을 전공했다. 5년 뒤인 지난해부터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상학을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자신이 연출한 단편영화 ‘뜨개질’로 부산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진출해 감독으로서의 재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연기든, 요리든 대충 못 넘겨

▼ 영화 연출에 관심이 많은가봐요.

“연출자의 눈으로 배우를 보고 싶었어요. 연출을 배워 감독이 되려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좀 더 단단해질 거라는 생각에서요. 마침 들어온 작품 중에 마음에 드는 건 없고, 시간을 죽이는 게 아깝기도 해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어요. 친한 감독이 추천해줬거든요. ‘뜨개질’은 대학원에서 실습과제로 만든 작품이에요. 영화 연출이 생각보다 어려워 괜한 욕심을 부렸구나 싶기도 했어요. 내가 연기할 때 진정성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배우로서 오기를 부린 거였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연기를 하다보면 내 캐릭터에 빠져 과한 욕심을 부릴 때가 있거든요. 좀 내려놔도 되는데 끝까지 우겨서 찍는 거죠. 제3자의 처지에서 모니터로 보니 그런 불필요한 욕심이 보이더라고요. 많이 반성하고 많이 배웠어요.”

▼ 슬럼프는 없었나요.

“없다면 거짓말이죠. 연기할 땐 완벽주의자 같은 면이 있어요. 작은 것도 대충 넘기지 못해요. 다 내 손을 거쳐야 안심이 돼요. 그러다보니 매사에 생각이 많고 내 맘처럼 되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헤어나기 버거울 정도의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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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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