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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공유경제’를 사는 글로벌 서울人들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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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우정 쌓는 주인장들

“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4 에어비앤비 창업자 조 게비아. 노트북 화면은 에어비앤비 홈페이지다.

‘아일랜드 Brendan, 샌프란시스코 Andrea, 블라디보스토크 Sergei, 말레이시아 Fiona….’

김귀녀 씨의 수첩에는 그간 그의 집을 다녀간 ‘친구들’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지금까지 39팀이 다녀갔다. 서울 가정집을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단체관광을 주로 하는 중국인, 일본인은 거의 없고 개별여행이나 출장으로 온 서양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서경재의 첫 손님은 스웨덴 총리실 직원 가족이었고, 미국 미시간대 교수 가족이 두 달간 장기 체류하기도 했다. 여수엑스포에 참가하러 온 과학자, 댄스 퍼포먼스를 하는 벨기에 사람들, 그리고 몇 십 년 만에 자녀들을 데리고 추억여행을 온 미국 보스턴의 한인교포 가족도 있었다.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지내다보니 주인장과 손님들은 자연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밥도 같이 먹고 얘기도 하고, 종종 함께 여행을 떠난다. 김귀녀 씨는 손녀를 보러 온 캐나다 할머니와는 함께 아침을 먹으며 두세 시간씩 수다를 떨었고, 서울 밖에 나가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다녀오기도 했다. 김 씨는 “이제는 손님이 집에 없으면 심심하고 외로울 정도”라며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김미경 씨는 슬리퍼를 신고 마당을 오가는 자신에게 두툼한 털신을 선물로 사다주고 간 캐나다인 손님을, 남편 유형건 씨는 싱가포르에서 온 친구들을 북악스카이웨이로 드라이브시켜준 일을 꼽았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는데, 너무나 좋아하는 거예요. 어린아이들처럼 뛰어다니고 눈싸움도 하면서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오숙자 씨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 했다. 다도(茶道)를 취미로 삼고 있는 그는 손님들에게 차를 권하며 한국의 차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또 직접 만든 한식으로 식사 한 끼를 꼭 대접하고도 있다.

“한국 가정집의 식탁 문화를 알려주고 싶어서죠. 물김치, 떡국, 팥죽 등 두세 가지를 만들어 대접해요. 싱가포르 분들은 맛있다며 김치를 싸가기도 했고, 프랑스 분들은 너무 감사하다며 프랑스에서 가져온 치즈와 식탁 러너 등을 선물로 주고 갔어요.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정말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새롭게 배우는 것이 참 많습니다.”

김귀녀 씨는 손님들에게 ‘카카오톡’을 알려준다. 그들이 떠난 뒤에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영어 때문에 집 공유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은데, 영어는 하면 늘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단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대화하곤 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영어 때문에 힘들진 않아요. 서로 대화하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떻게든 다 통하더라고요.”

집을 ‘공유’하는 대가로 주인장들은 손님으로부터 숙박료를 받는다. 집마다 다르지만 대개 1박당 6만~15만 원.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한국 주인장들은 집 전체를 빌려줄 경우 연 평균 700만 원, 방 하나를 빌려줄 경우 18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권혜진 씨는 “외국인들이 한옥에 관심이 많아 평균보다 더 많이 벌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공유경제가 주는 첫째 소득이고, 금전적 수익은 그 뒤를 잇는 셈. 덕분에 권 씨는 한옥을 수리하는 데 든 비용을 벌충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고, 김귀녀 씨는 홍콩에 사는 딸의 집에 더욱 자주 갈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집 전체를 빌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그렇게 해주고 나도 여행을 떠난다”며 “집 공유를 통해 은퇴생활의 활력을 찾았다”고 했다.

김미경 씨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에 거주 공간 중 일부를 빌려주는 것이 큰 돈벌이가 될 수 없을뿐더러 수입에 연연하다보면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 싶어 시작한 집 공유의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우리 부부가 살면서 다른 이들과도 한옥 문화를 나누며 교류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기에 예약이 없다고 한 숨쉬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에어비앤비 창업자 조 게비아

“공통점 갖는 사람들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


“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에어비앤비는 1월 말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아시아본부가 위치한 싱가포르에 한국 전담 직원을 두고 한국 내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선언’을 위해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조 게비아(31) CPO(Chief Product Officer)가 1월 말 한국을 찾았다. 1월 29일 만난 그가 내민 명함 뒷장은 천장이 돔처럼 둥근 독특한 집 사진이었다.

-여기가 어딘가.

“(명함 여러 장을 테이블에 깔면서) 보다시피 명함마다 사진이 다르다. 우리는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숙소 사진들로 명함 뒷장을 꾸미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숙소 중 하나는 영국 런던에 있는 옛날 물탱크를 개조한 아파트다. 유명 디자이너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장들 중 연령이 많은 이가 꽤 된다고 들었다.

“우리도 통계를 보고 놀랐다. 주인장 연령이 18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데, 그중 35세 이상이 66%나 된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을 한 뒤 주인장이 되는 사람이 많다. 모든 연령층에 고루 공유경제와 에어비앤비가 어필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고, 낯선 사람 집에서 머문다는 게 가능한가.

“서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손님이나 주인장 모두 내가 누구고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프로필이나 소셜네트워크를 공개하게 한다. 손님이 쓰는 숙소에 대한 리뷰, 주인장이 남기는 손님에 대한 평판 등도 중요한 정보다.

이런 정보는 서로 공통점을 가진 주인장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데도 활용된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진화할 것이다. 나도 얼마 전 도쿄에 여행 가서 취미가 비슷해 죽이 잘 맞는 주인장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편 오이타로 건너가서는 스님의 집에 머물며 함께 사찰도 둘러보고 전통 음식도 맛봤다. 이런 게 공유경제를 통해 여행하는 즐거움이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에 곧잘 비교된다.

“우리 스스로를 전통 숙박업체와 비교하진 않는다.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같은 금액으로 빌릴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넓고, 현지인의 집에 지냄으로써 말 그대로 ‘동네’를, ‘이웃’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손님과 주인장이 서로 교류하며 우정을 쌓는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그리고 에어비앤비에서는 숙소뿐만 아니라 비행기나 성(城), 개인 소유 섬도 빌릴 수 있다!”

-공유경제의 공동체 정신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했을 때 에어비앤비 주인장들이 이재민들에게 1200칸 이상의 방을 기부했다. 공유경제 내에서 공동체가 갖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세계 각 나라나 문화권마다 특성과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만 어디서든 공유경제의 정신이 점점 더 널리 수용되고 있는 것 같다.”

에어비앤비는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이 살던 3명의 젊은이가 집세를 마련할 목적으로 호텔을 구하지 못한 여행자 몇 명에게 자신들의 아파트를 빌려준 데서 시작됐다. 게비아는 “의외로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 주민의 눈으로 여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공유경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진정 의미 있는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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