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강남구청 vs 라마다호텔 ‘5년 전쟁’

“성매매 장소 제공…영업장 폐쇄” “술집 종업원이 손님 행세…이중처벌”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입력2013-02-22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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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개 사건에 공중위생법, 관광진흥법 적용
    • 라마다호텔 “악의적 법집행…5억 손배소”
    • 강남구청 “적법한 절차”
    강남구청 vs 라마다호텔 ‘5년 전쟁’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

    2월 5일 서울 강남의 특2급 호텔인 라마다서울호텔(대표이사 한상용, 이하 라마다호텔)이 서울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을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 개의 법을 적용해 이중처벌을 시도한다는 이유다. 부당한 법 적용도 문제 삼았다.

    이에 앞서 1월 25일 강남구청은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라마다호텔에 한 달간의 영업장 폐쇄 예정 통지문을 보냈다. 강남구청은 “‘등록한 영업범위를 벗어난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관광진흥법 조항(35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지자체와 관광호텔이 벌이는 ‘혈투’ 에는 무슨 배경이 있을까.

    강남구청과 라마다호텔의 갈등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4월 라마다호텔은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등 불법 퇴폐영업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후 강남구청은 라마다호텔에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5년째 소송 중



    그러나 라마다호텔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호텔 객실이 불법 퇴폐행위 장소로 제공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구청의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며 3년간이나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라마다호텔은 여러 차례 강남구청에 조정안을 내고 화해를 시도했다. 영업정지를 풀어주면 2억 원 정도의 과징금을 내겠다는 협상안도 제시했다. 법원도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중위생법 위반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며 버텼다.

    라마다호텔이 거액의 과징금을 제시하며 영업정지 해제를 요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전부터 예약된 국제행사들 때문이다. 라마다호텔은 매년 수십 건의 국제행사를 치르는 유명 관광호텔이다. 라마다호텔을 운영하는 라미드그룹(구 썬앤문그룹) 오도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예정된 국제행사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치르게 해달라고 강남구청에 여러 번 사정했다. 행사 수익금 전액을 강남구청에 기부하겠다며 호소했다. 돈을 못 버는 것보다 호텔의 신뢰도 추락이 더 문제였기 때문이다. 모처럼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손님들에게 불편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그것마저 거부했다. ‘전례가 없다’는 게 이유였는데, 참담한 심정이었다.”

    지난해 5월 10일 대법원은 결국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라마다호텔은 6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두 달간 객실영업을 하지 못했다.

    이때까지의 갈등은 시작에 불과했다. 객실 영업정지를 닷새 앞둔 지난해 5월 25일 라마다호텔은 또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렸다. 호텔 별관 지하에 있던 룸살롱 손님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강남구청 건축과 소속 직원 2명이 건설업자로부터 술접대와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9월 강남구청은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공중위생관리법(11조)을 적용, 라마다호텔에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라마다호텔은 이번에도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으로 맞섰다.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라마다호텔은 지난해 5월의 성매매 장소 제공 건을 부인하고 있다. 라마다호텔 한상용 대표는 “술집 종업원들이 일반 손님으로 위장해 객실을 구매했다. 우리는 객실이 성매매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2009년 성매매 장소 제공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했다. 절대 의도한 일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이 벌어진 후 문제의 룸살롱은 문을 닫았다. 최근 라마다호텔은 이곳에 K-POP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관광진흥법

    지난 1월 25일 강남구청은 느닷없이 라마다호텔에 영업장 폐쇄를 예고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사유는 3가지. 2009년 4월과 지난해 5월 발생한 성매매 장소 제공 외에도 호텔 별관 지하에 있는 스포츠마사지 업소가 무허가 영업을 하다 적발된 것을 문제 삼았다. 강남구청은 1개월 동안 호텔 전 사업장에 대한 폐쇄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서 “2월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라”고 라마다호텔에 통보했다.

    강남구청이 이번에 적용한 법은 관광진흥법이다. 성매매 장소 제공 문제가 ‘등록된 영업범위를 벗어난 경우’를 규정한 이 법 33조와 35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관광진흥법 35조는 ‘등록한 영업범위를 벗어나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하거나 시설 운영의 개선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남구청 vs 라마다호텔 ‘5년 전쟁’

    서울 강남구청.

    결국 라마다호텔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5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2009년 벌어진 성매매 장소 제공 건은 이미 법적 조치가 끝난 사안이며, 2012년 사건은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법을 적용해 호텔 전 사업장에 대해 폐쇄처분을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라마다호텔은 성매매 장소로 이용된 숙박업소에 관광진흥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라마다호텔은 소장(訴狀)에서 “관광숙박업자가 자기 업소를 성매매 장소로 제공하는 행위가 관광진흥법 35조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2010년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도 확인됐다. 강남구청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악의적인 이유로 부당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 잘못된 법령을 적용한 악의적인 법적 조치다”라고 밝혔다.

    스포츠마사지 업소의 무허가 영업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스포츠마사지 영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영업장 인수(引受)가 진행되면서 사업자 명의 변경이 지연되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설사 허가자 변경등록 의무를 위반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호텔 전체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상용 대표는 “단순한 시정명령 대상에 불과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탄압’ 주장도

    라마다호텔 측은 강남구청이 영업장 폐쇄 통지를 언론에 알리는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절차상 의견 제출 기간이 있는데도 이미 사업장이 폐쇄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이 1월 29일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은 ‘강남구, 불법행위 관광호텔 사업장 폐쇄!’였다. 한 대표는 “이 보도자료가 나간 뒤 우리 호텔에 예약했던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호텔의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손실은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고 항변했다.

    라마다호텔 측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낸 소장에서 “강남구청장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라마다호텔에 대해 부당한 행정처분을 반복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소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라마다호텔의 대주주는 소위 ‘친노(親노무현) 세력’에게 정치자금을 교부하였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는 특별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출신인 강남구청장이 라마다호텔 대주주에 대해 이유 없는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라마다호텔의 대주주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정적 후원자로 알려져 있는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이다.

    한편 라마다호텔이 제기한 소송의 내용과 주장에 대해 강남구청은 “법률 검토를 충분히 마치고 내린 조치다.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논란을 빚은 보도자료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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