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
이에 앞서 1월 25일 강남구청은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라마다호텔에 한 달간의 영업장 폐쇄 예정 통지문을 보냈다. 강남구청은 “‘등록한 영업범위를 벗어난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관광진흥법 조항(35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지자체와 관광호텔이 벌이는 ‘혈투’ 에는 무슨 배경이 있을까.
강남구청과 라마다호텔의 갈등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4월 라마다호텔은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등 불법 퇴폐영업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후 강남구청은 라마다호텔에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5년째 소송 중
그러나 라마다호텔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호텔 객실이 불법 퇴폐행위 장소로 제공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구청의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며 3년간이나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라마다호텔은 여러 차례 강남구청에 조정안을 내고 화해를 시도했다. 영업정지를 풀어주면 2억 원 정도의 과징금을 내겠다는 협상안도 제시했다. 법원도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중위생법 위반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며 버텼다.
라마다호텔이 거액의 과징금을 제시하며 영업정지 해제를 요구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전부터 예약된 국제행사들 때문이다. 라마다호텔은 매년 수십 건의 국제행사를 치르는 유명 관광호텔이다. 라마다호텔을 운영하는 라미드그룹(구 썬앤문그룹) 오도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예정된 국제행사만이라도 정상적으로 치르게 해달라고 강남구청에 여러 번 사정했다. 행사 수익금 전액을 강남구청에 기부하겠다며 호소했다. 돈을 못 버는 것보다 호텔의 신뢰도 추락이 더 문제였기 때문이다. 모처럼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손님들에게 불편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그것마저 거부했다. ‘전례가 없다’는 게 이유였는데, 참담한 심정이었다.”
지난해 5월 10일 대법원은 결국 강남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라마다호텔은 6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두 달간 객실영업을 하지 못했다.
이때까지의 갈등은 시작에 불과했다. 객실 영업정지를 닷새 앞둔 지난해 5월 25일 라마다호텔은 또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렸다. 호텔 별관 지하에 있던 룸살롱 손님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강남구청 건축과 소속 직원 2명이 건설업자로부터 술접대와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9월 강남구청은 성매매 장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공중위생관리법(11조)을 적용, 라마다호텔에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라마다호텔은 이번에도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으로 맞섰다.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라마다호텔은 지난해 5월의 성매매 장소 제공 건을 부인하고 있다. 라마다호텔 한상용 대표는 “술집 종업원들이 일반 손님으로 위장해 객실을 구매했다. 우리는 객실이 성매매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2009년 성매매 장소 제공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했다. 절대 의도한 일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이 벌어진 후 문제의 룸살롱은 문을 닫았다. 최근 라마다호텔은 이곳에 K-POP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관광진흥법
지난 1월 25일 강남구청은 느닷없이 라마다호텔에 영업장 폐쇄를 예고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사유는 3가지. 2009년 4월과 지난해 5월 발생한 성매매 장소 제공 외에도 호텔 별관 지하에 있는 스포츠마사지 업소가 무허가 영업을 하다 적발된 것을 문제 삼았다. 강남구청은 1개월 동안 호텔 전 사업장에 대한 폐쇄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서 “2월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라”고 라마다호텔에 통보했다.
강남구청이 이번에 적용한 법은 관광진흥법이다. 성매매 장소 제공 문제가 ‘등록된 영업범위를 벗어난 경우’를 규정한 이 법 33조와 35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관광진흥법 35조는 ‘등록한 영업범위를 벗어나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 사업장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하거나 시설 운영의 개선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