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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당쟁, 强臣, 정통성 논란 만병 불러온 ‘임금 스트레스’

화병, 눈병, 종기로 괴로워한 현종

  •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당쟁, 强臣, 정통성 논란 만병 불러온 ‘임금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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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욕의 놀라운 효과

즉위 2년에는 다래끼가 생기면서 옛 인경궁에 있는 초정(椒井)에서 눈을 씻었다. 인경궁은 광해군 때 인왕산 아래 지어진 궁궐로 그곳 초정의 물은 맛이 떫고 톡톡 쏘며 매우 찬 성질을 가진 냉천이었다. 물이 찬 것은 아래에 백반석(白礬石)이 깔려 있었기 때문인데, 백반은 화가 속으로 몰리면서 오한이 나거나 편두통이 있을 때 사용하는 약재이기도 하다. 초정의 물은 탄산수와 비슷한데, 너무 차가워 음력 7~8월에만 멱을 감을 수 있고 그때도 밤에 목욕하면 얼어 죽는다고 목욕을 막을 정도였다. 백반의 주성분은 알루미나이트라는 물질로, 위산과다 환자들이 먹는 겔 형태 약품의 원료이며 단백질을 침전시키는 능력이 강하다. 중국 청나라 말기에 편찬된 의약서 본경소증은 백반의 효능을 이렇게 분석한다.

“돼지 창자를 백반으로 문지르면 끈적끈적한 액체가 없어지며 상치를 절일 때도 백반을 넣으면 점액이 없어진다. 조직 속의 물을 없애 단단하게 강화한다. 눈에 열이 나고 진물이 나 아픈 증상을 잘 고친다.”

눈병과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현종은 즉위 6년째 되던 해에 치료차 온천에 다녀올 것을 조심스럽게 타진한다. 신하들의 목소리가 크고 기근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일찍이 내가 들으니 온천이 습열을 배설시키고 눈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하니 지금 이 기회에 가서 목욕을 했으면 한다. 눈동자에 핏발이 서서 침침한데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거기다 습창이 도져 온몸에 퍼졌다.”



현종이 이렇게까지 호소했지만 대신들은 “평상심을 가지고 궁내에서의 치료에 임하라”며 온천행을 반대한다. 현종은 이에 대해 “(내가) 평상심을 갖지 않을 무슨 일이 있겠는가”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결국 현종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천을 다녀오는데, 그 결과는 놀랍다. 실록은 이렇게 썼다.

“상(上)이 서책의 획을 거의 구분하지 못했는데 문서의 작은 글자도 요연하게 읽을 수 있게 됐으며 수백 걸음이나 떨어져 있는 사람도 구별했다. 습창은 거의 사라졌다.”

온천에는 유황이 들어 있다. 유황은 성질이 뜨거우며 독성이 있다. 약으로 사용할 때는 독성을 없애기 위해 특별한 방법으로 조제한다. 유황과 두부를 함께 달여 두부가 짙은 녹색으로 변하면 두부를 제거하고 남은 액을 그늘에 말려 사용한다. 유황 600g당 두부 1200g을 사용한다. 두부를 넣는 것은 유황의 약성이 워낙 뜨겁기 때문에 이를 중화하기 위한 것이다. 스트레스로 화가 많은 사람에게 유황을 그대로 쓰면 오히려 열을 올리고 땀을 흘리게 해 원기를 손상할 수 있다.

신하들이 현종의 온천행에 반대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다. 그만큼 온천욕은 사람의 기를 데워주는 효과가 크다. 효과를 보는 질환은 피부나 근육, 관절이 차가워져 생긴 신경통이나 중풍 등이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서종태는 “온천욕 하고 나면 원기가 손상되니 오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온천욕은 손발이 오그라들고 손발을 못 쓰는 질환을 고치는 데 좋다”고 말했다.

온천욕이 가장 효과적인 질환은 역시 피부병이다. 유황은 크게 더운 성질이 있어 한의학에선 화(火)로 규정한다. 피부는 내부를 보호하는 단단한 돌과 같은 성벽이므로 금(金)이라고 본다. 불과 쇠가 만나면 용광로와 같이 끓어오른다. 쇠는 불순물과 분리돼 순수해지며 내부는 더욱 치밀하고 단단해진다. 유황천은 피부의 각질층을 녹이고 피부에 불기운을 더해 탱탱하게 탄력성을 높이며 물질대사를 항진시켜 상피 형성을 빠르게 한다. 의서들은 유황천이 습창, 즉 진물이 나는 습진류의 질병을 잘 고친다고 설명한다.

피부병 중에서도 나력(癩?)은 현종을 끈질기게 괴롭힌 질환이었다. 요즘의 경부임파선결핵쯤으로 추정된다. 옛날에는 많은 사람이 앓은 대중적 질병이었다. 조선시대 의사들의 전문과로 나력의와 치종의(治腫醫)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나력을 치료하는 의생에게는 의서를 외우고 해석하는 고강(考講) 시험을 면제하고 특채해 양성했다는 기록(세종실록)도 있다. 동의보감도 나력의 원인과 치료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나력은 멍울이라 한다. 목의 앞과 옆에 콩알이나 은행 씨만한 멍울이 생기는 것을 나력이라 하고, 가슴 옆구리 겨드랑이에 돌같이 단단하고 말조개만한 것이 생긴 것을 마도(馬刀)라고 한다. 성격이 급하고 우울해 심장에 열이 생긴 부인들에게 많이 생긴다. 목에 처음 생겼다가 터진 다음에는 팔다리로, 온몸으로 병독이 퍼진다. 생김새는 매화 열매 같은데 치료하지 않으면 저절로 터지면서 구멍이 생긴다. 오한과 신열이 나며 쑤시고 아프다.’

현종의 나력 치료는 동의보감 나력문에 기재된 처방 위주로 진행됐다. 왕이 된 후 4년간은 치자청간탕과 연교산견탕을, 이후 4년간은 하고초환, 평혈음, 보중승독병, 산종궤견탕을 투여했다. 목의 종기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에는 곤포, 하고초, 연교, 현삼 등이 있는데 현종에겐 ‘현삼주(玄蔘酒)’가 특히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갑상선종 다스리는 하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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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의 목에 난 종기에 특효를 보였다는 현삼(玄蔘).

한의학은 곤포의 약효를 이렇게 설명한다. 겨울이 되면 두꺼운 옷을 입지만 얼굴은 맨살인 채 내놓는다. 한의학은 이를 양적인 기가 얼굴에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반면에 몸통은 음적이다. 곤포는 다시마 종류로 바닷물에서 자라며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음적인 장소인 물속에서만 살아간다. 사람의 몸통과 같이 음적인 것이다. 우리 몸의 양기가 만들어내는 화(火)는 몸통 속의 음적인 물질을 부글부글 끓어올렸다가 몸통과 얼굴 사이인 목에서 식으면서 묵처럼 응결된다.

지금으로 말하면 갑상선종의 형태인 나력 영류 핵환(核患)과 같은 종기 질환의 특성은 음적 영역의 끝부분인 목 위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곤포가 물 밖으로 못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의학은 이들 종기 질환의 원인을 응결한 기와 열이라고 본다. 열을 받아 삼겹살에서 나온 기름이 식으면서 뭉치고 굳는데, 그 굳은 형태가 바로 종기라는 것이다. 곤포는 차가운 기운으로 열을 배설하고 짠맛으로 딱딱한 종기를 무르게 연화시켜 뭉친 것을 풀어 주는 대표적 약물이다.

하고초도 이런 질환에 사용되는데, 여름에 꽃이 피고 나면 곧 죽는다고 해 ‘夏枯草’란 이름이 붙여졌다. 채취 시기는 하지(夏至) 전. 하지가 되면 마르기 시작하므로 그전에 채취해야 한다. 꽃 이삭과 풀잎을 채취해 말린다. 한의학은 약물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력을 응용해 질병을 치료하는데, 하고초의 특징적 생명력은 가장 더운 여름에 시든다는 데 있다. 인체에선 화병이 여름과 같은 상태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열이 오르며 숨이 차오른다. 하고초는 여름의 무더위를 시들게 만든다. 그래서 하고초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고혈압 증상에도 효능을 보인다. 필자는 이런 효능을 논문을 통해 증명했다. 약물을 민간에서 사용할 때는 차로 먹는 것이 좋다. 술에 담가 아홉 번 찌고 말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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