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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고 더 치명적인 ‘진화된 암살자’가 온다

H7N9 신종 AI 대유행 공포

  •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증상 없고 더 치명적인 ‘진화된 암살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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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검사법, 백신 개발 시급

발병 연령대를 살펴 보면 장년 및 노년층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는데, 50세 이상이 38명으로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아는 2명에 불과하다. 2009년 대유행한 H1N1 신종플루가 주로 소아, 청소년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이는 H7N9 AI가 과거 사람에서 유행한 적이 없는 신종이어서 모든 연령층에서 방어면역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H7N9 AI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대유행으로 가는 필수요건인 사람 간 전염능력 여부다. 현재까지 사람 간 전파능력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감염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을 뿐 집단발생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으며, 감염자와 긴밀하게 접촉한 수백 명을 조사한 결과 2차감염자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WHO에서도 “H7N9 AI는 사람 간 전파 증거가 없으며 대유행 상황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종바이러스는 유전자 돌연변이 또는 재조합을 통해 전파능력을 획득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대유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사람 간 전염 의심사례가 있어 찜찜한 구석을 남기고 있다. 일례로 2월 말에 상하이시에서 첫 H7N9 AI 환자로 폐렴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한 87세 남자의 두 아들이 폐렴에 걸려 한 명은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회복됐다. 두 아들 모두에서 H7N9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제한적인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H7N9 유행이 발견되자 중국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은폐와 지연 보고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것과 달리 환자 발생,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 방역 상황을 공개하면서 WHO 등과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재래시장에 있는 생가금류 시장의 폐쇄, 오염된 가금류의 살처분 등 방역조치를 통해 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의 일상적 가금류 식습관으로 미뤄볼 때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며, 앞으로도 인체 감염자는 꾸준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홍콩에서 H5N1 AI 인체감염이 처음 발생했을 때, 현재 WHO 사무총장이자 당시 홍콩 보건국장이던 마가레트 챈이 과감하게 150만 마리에 달하는 가금류를 일제히 살처분해 유행을 성공적으로 종식시켰던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H7N9 AI 유행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종식하려면 진단검사법, 치료제 및 백신의 개발이 중요하다. 기존의 검사로는 A형 바이러스로 나오지만 더 이상 세부 형을 알아낼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검사법이 필요하다. WHO는 H7N9 바이러스의 표준 진단검사 방법을 웹사이트에 공개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중국으로부터 H7N9 바이러스를 제공받은 뒤 조만간 검사법을 개발해 각국에 배포할 예정이다.

H7N9 AI의 인체감염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백신을 확보하는 것인데 현재 기술로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린다. H7N9 바이러스는 신종이므로 겨울철에 접종하는 계절인플루엔자백신으로는 예방되지 않는다. 이미 중국과 미국은 백신개발에 착수했으며, WHO에서 백신 시드 바이러스를 만들어 백신회사에 공급하는 것이 첫 번째 절차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H1N1 AI 대유행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해 2500만 도스를 생산한 경험이 있어 H7N9 백신도 개발할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정부가 주도해 백신회사, 전문가 등과 함께 백신개발에 시급히 착수할 필요가 있다. 신종바이러스이므로 달걀에서 잘 자라지 않거나, 백신접종 후 방어항체 생성률이 낮거나, 2회 접종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는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국내 유입을 막아라

우리로서는 H7N9 AI가 국내에 과연 유입될 것인지, 들어온다면 어떤 경로로 언제 들어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에서 유행이 종식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우리나라 정부는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조기 통제를 통해 국내 유행과 토착화를 막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은 우리로서는 H7N9 바이러스가 절대 유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만반의 대책을 세워놓는 것이 현명하다.

우선 공항과 항만에서 중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능동적인 발열 감시를 통해 감염자를 조기에 확인해 격리, 치료해야 한다. 잠복기가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입국할 때는 증상이 없을 수도 있으므로 전국 병의원에 H7N9 AI 의심 사례에 대해 홍보, 교육을 실시하고 의심환자의 보고, 진단, 치료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중국내 유행지역을 여행하거나 가금류 노출 10일 이내에 고열, 기침 등 호흡기감염 소견이 있는 경우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감염자 확진을 위한 표준검사법을 개발해 각 시도 방역기관 및 의료기관 진단검사실에 배포하는 것도 시급하다.

중국 가금류 수입을 금지하거나, 기타 동물에서의 감염 여부도 감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 보건당국과 협력해 중국 현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WHO 등 국제기구와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교환하는 일도 필요하다. 항바이러스제 및 백신개발에 필수적인 H7N9 바이러스를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09년 H1N1 바이러스 대유행 때도 방역, 진료 등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 여행을 제한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행 중 가금류와 접촉을 피하고, 손 씻기 위생과 안전한 식습관 준수 등 H7N9 감염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특히 생가금시장이나 생가축시장 방문을 피하고 조류, 돼지 또는 기타 동물과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국내에서도 고기와 가금, 계란 등은 충분히 익혀서 먹으며, 손을 자주 씻고, 비누와 물이 없을 때는 적어도 60% 이상 알코올이 포함된 손세정제로 손을 청결히 해야 한다. 중국 여행 중 또는 귀국 후에 열, 기침 또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으며 반드시 의사 진료를 받도록 한다.

신동아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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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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