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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을 스윙하고 남은 생을 퍼팅하다

‘골프 시인’ 김영진 성서원 회장

  • 글·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꿈과 사랑을 스윙하고 남은 생을 퍼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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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권한 골프

전반 6번 홀(16번홀 파4)에 서자 다시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기가 밀려들었다. 페어웨이 너머로 서삼릉이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IP(Intersection Point·세컨드샷 하기 좋은 지점) 근처에 감정가가 7억3000만 원이라는 반송(盤松)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기자도 드라이버샷을 멀리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날렸지만 세컨드샷이 생크가 나고 말았다. 김 시인처럼 연습 스윙 없이 어드레스 상태에서 곧장 스윙한 탓이다.

“연습 스윙을 하지 않고 바로 치니까 사람들이 저를 특이하게 봅니다. 그러나 연습 스윙을 하지 않는 대신 스윙하기 전에 어디로 공을 보낼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 후 어드레스를 잡으면 배짱 있게 휘둘러요. 시원시원하게 움직이는 게 남 보기에도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의 퍼팅은 신중하고 정교했다. 퍼터로 가볍게 공을 맞추는 작은 움직임도 시인의 눈에는 엄청난 의미로 다가온다. ‘이미 내가 기록해 온 숫자들은 의미가 없다/ 오직 지금의 퍼팅이/ 빗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 남은 생애를 퍼팅하듯이’(자작시 ‘퍼팅’ 중에서)

후반 3번홀 파3(158m). 김 시인은 1989년 10월 25일 이곳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공이 그린을 구르지도 않고 곧장 홀컵으로 빨려들어가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홀인원은 생애 6번 기록했다.



“30년 전보다 요즘 건강이 더 좋아요. 밤 10시까지 작업해도 아침에 7시40분이면 출근합니다. 그게 다 골프를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봐요. 제 인생에 골프가 없었다면 제가 암이나 우울증 같은 병에 걸려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라운드를 하면 이렇게 5시간씩 풀밭을 걷고, 몸을 움직이며 성취감도 갖게 되니 얼마나 좋아요. 골프는 정말 예찬할 만합니다.”

김 시인의 마음은 오늘도 그린을 향한다. ‘희망의 깃발이/ 그곳에 꽂혀 있었기에/ 그린은 언제나 내 젊은 날을 부르고/ 나는 오늘도 꿈과 사랑을/ 힘차게 스윙한다’(자작시 ‘그린의 깃발이 나를 부른다’ 중에서)

꿈과 사랑을 스윙하고 남은 생을 퍼팅하다

김영진 시인의 서재. 골프 시가 새겨진 패를 들고 즐거워했다.



신동아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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