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호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 소비 지형 바꾼다

  • 고가영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gyko@lgeri.com

    입력2014-02-19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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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비도 늘고 있다. 가구 구성원의 연령, 소득 차이 등을 제거하고 봤을 때 1인 가구의 소비는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보다 8%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LG경제연구원이 1월 발표한 보고서 ‘1인 가구 증가, 소비 지형도 바꾼다’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소비 위축을 보완하는 구실을 할 것이다. 이제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1인 가구 소비에 대처할 때다.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 소비 지형 바꾼다

    ‘1인 가구 드라마’를 표방하는 tvN의 ‘식샤를 합시다’.



    혼자 사는 것이 주된 가구 형태 중 하나가 되어간다.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까지만 해도 9.0%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0년에는 23.9%로 높아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복지제도가 발달해 혼자 사는 것이 편리한 북유럽 국가 스웨덴, 노르웨이의 47%, 4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의 26.7%에는 근접한 수준이다. 더욱이 세계적으로도 1인 가구화 추세가 계속 진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중 경제적 면에서는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는다. 홀로 사는 사람의 소비 규모나 소비 패턴은 2인 이상 가구에 속한 사람과 다를 것이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증가는 국내 소비시장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중년 남성, 고령 여성 1인 가구 증가

    혼자 사는 상황은 주로 청년기와 노년기에 발생한다. 청년기에 진학과 취업을 계기로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2인 이상 가구를 형성하지만 자녀가 자립하고 배우자와 사별하면 다시 혼자로 돌아간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비중은 30대 이하 청년층과 70대 이상 고령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 이하로 160만 가구이며 70대 이상이 79만 가구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1인 가구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계층은 50대 중년 남성이다. 50대 중년 남성의 1인 가구 수는 2000년 10만 가구에서 2010년 29만 가구로 3배가 늘었다. 중년 남성의 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은 미혼자 및 이혼자의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50대 남성 중 미혼자 비중은 2000년 1.1%에서 2010년 3.4%로 증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와 결혼관념 변화로 이혼이 증가한 것도 중년 남성 1인 가구 증가를 가속화한다. 50대 남성 중 이혼자 비중은 같은 기간에 3.3%에서 7.6%로 크게 늘었다. 이혼 후 여성이 자녀를 데리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혼의 증가는 여성보다는 주로 중년 남성 1인 가구를 증가시킨다.

    한편 자녀가 결혼 후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향이 줄어들면서 배우자와 사별 후 혼자 사는 노인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여성 고령층의 1인 가구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이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기대수명이 높기 때문이다. 70대 이상 여성의 1인 가구 수는 2010년 65만 가구로, 2000년 31만 가구와 비교해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1인 가구의 소비는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보다 8% 높다. 주거, 내구재 등 2인 이상 가구에서는 공유할 수 있는 품목을 1인 가구는 개별적으로 소비해야 한다. 또한 2인 이상 가구는 대량구매에 따른 비용절감과 효율적 소비가 용이하지만 1인 가구는 그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이에 따라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이 더 높게 나타난다.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의 2012년 기준 월평균 1인당 소비는 각각 97만 원, 77만 원으로 1인 가구가 1.3배 더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분석이다. 성별, 연령별 구성이나 소득수준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는 소득이 낮은 고령층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소비지출이 적어 보일 수 있다. 또 어린 자녀가 있는 가구와 독신가구의 소비를 비교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 소비 지형 바꾼다
    2인 가구에 비해 8% 더 소비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동일한 연령대의 2인 가구의 소비 규모 및 상품별 소비 구성을 비교해보았다. 정확한 비교분석을 위해 두 가구의 성별, 연령별, 소득별 차이를 조정해 1인당 소비를 환산했다. 2012년 기준으로 1인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146만 원, 소비는 114만 원으로 평균 소비성향이 77.8%로 나타났다. 반면 2인 가구의 1인당 가처분소득과 소비(소득 조정 전)는 각각 139만 원, 100만 원이고 평균 소비성향은 71.8%로 1인 가구보다 낮게 나타났다. 2인 가구의 소득이 1인 가구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1인당 소비규모는 105만 원이 된다. 즉, 2인 가구의 1인 가구화에 따라 전체 소비는 8% 증가하게 된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소비수준 차이가 가장 큰 연령층은 30대 이하였다.

    1인 가구는 전체 소비지출의 규모뿐 아니라 품목별 소비지출에서도 2인 가구와 차이를 보인다. 2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이 가장 큰 품목은 주거비다. 1인 가구의 주거비 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에 비해 62%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1인 가구는 주거 점유 형태가 월세인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주거비 지출이 크지만 자가나 전세 가구의 경우에도 간접적으로 주거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주거 점유형태가 자가소유 혹은 전세인 경우에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 받을 수 있는 금액, 즉 월세 평가액으로 환산해서 주거비를 계산해보면 1인 가구화에 따라 주거비가 3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거주 주택의 자산가치도 1인당으로 따져보면 독신가구가 더 크다.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거주하는 주택의 자산가치는 2012년 평균 1억4000만 원으로 2인 가구 거주 주택의 1인당 자산가치인 9400만 원보다 48% 높았다.

    주거비 부담이 가장 커

    1인 가구의 주거비가 높은 것은 1인당 필요한 주거면적이 더 넓기 때문이다. 2인 이상 가구의 경우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1인당 필요 면적이 작다. 인구주택 총조사의 주거용 연면적을 살펴보면 1인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70㎡로 2인 가구의 1인당 주거면적 40㎡보다 75% 넓다.

    주거 다음으로 차이가 큰 품목은 주류 및 담배다. 1인 가구의 주류 및 담배 소비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주류 소비가 30%, 담배 소비가 64% 차이가 났다. 특히 남성 1인 가구의 주류 및 담배 소비는 2인 가구의 부부 합산 소비보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남성의 음주, 흡연 양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배우자와 함께 사는 남성보다는 혼자 사는 남성이 담배도 더 많이 피우고 술도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혼자 사는 남성의 술과 담배 소비가 높은 것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설명된다. 먼저 혼자 살수록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한다. 미국의 한 연구팀에 따르면 외로움은 알코올중독이나 하루 15개비의 담배 흡연 등 조기사망률을 높이는 행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결혼 후에는 배우자의 선호에 따라 음주와 흡연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혼자 사는 사람은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기보다는 외식을 하거나 가공식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1인분의 식사를 조리하는 것이 조리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인분의 양에 맞는 식재료를 구매하기도 쉽지 않아 외식을 하거나 도시락, 반찬 등 이미 조리된 식품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다. 1인 가구의 외식비는 월평균 17만 원으로 2인 가구의 1인당 외식비에 비해 27% 많고, 즉석·동결식품, 조리된 반찬 등 가공식품의 소비는 51%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이하에서 1인 가구화에 따른 외식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청년층에서 사교모임이나 교제 등이 활발한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 1인 가구의 외식비 지출이 크다. 남성 1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외식비는 22만 원이고 여성 1인 가구의 외식비는 12만 원이었다. 반면 식료품 소비는 남성보다는 여성 1인 가구에서 높게 나타났다. 혼자 사는 남성은 집에서 음식을 하기보다는 외식을 주로 하고 여성은 혼자 살면서도 직접 요리를 하는 성별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담배, 외식비, 미용비 늘어

    의류 구입과 이미용 상품 및 서비스(화장품, 미용실 이용 등) 소비는 1인 가구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여성 1인 가구의 소비가 매우 높은 것에 기인한다. 1인 가구의 의류 소비는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에 비해 12% 많았으며 이미용 소비는 10% 높게 나타난다. 특히 젊은 여성의 의류비 지출이 많았다. 30대 이하 여성 1인 가구의 의류에 대한 한 달 평균 지출은 15만7000원으로 30대 이하 2인 가구의 부부 합산 의류비 지출 19만 원(1인당 9만5000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반면 남성 1인 가구의 의류 소비는 여성 1인 가구 지출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미용 관련 소비도 여성 1인 가구에서 높다. 여성 1인 가구의 이미용 소비는 한 달 평균 5만7000원인 반면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는 3만6000원이어서 여성은 결혼 후 이미용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혼 여성은 기혼 여성에 비해 직장에 다니는 비율이 높고 사교 및 교제의 필요성도 크기 때문에 의류 및 미용 소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1인 가구가 점차 늘면서 사회적 연계를 중요시하는 소비도 커진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온라인 네트워크는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용이한 수단이다. 집에 혼자 있어도 인터넷과 통신기기를 사용해 친구들 혹은 낯선 사람들과 언제든지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통신 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10% 높았다.

    한편 혼자 사는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서만 타인과 접촉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와 친지 등과 교제를 유지하는 데 소비되는 지출인 교제비는 1인 가구에서 11%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1인 가구의 외식비가 높은 것으로 미루어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집 밖에서 왕성한 사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독신자나 혼자 사는 사람이 결혼한 사람보다 술집이나 댄스클럽에 가는 횟수가 2배 많았으며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더 자주 하고 공적인 행사에 더 자주 참석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전체 오락문화 지출로 볼 때 1인 가구의 소비는 2인 가구의 소비와 큰 차이가 없지만 세부 항목별로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1인 가구는 운동을 많이 하고 음악 및 미술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1인 가구의 운동 관련 소비 지출은 2인 가구 1인당 소비에 비해 16% 많았고, 문화서비스 소비는 33% 높게 나타났다.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 소비 지형 바꾼다

    혼자 사는 남자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리는 MBC TV‘나 혼자 산다’.



    다만 운동과 문화서비스 소비의 경우 남녀 간에 차이가 존재한다. 운동 지출은 남성 1인 가구가 여성 1인 가구보다 많았고 문화서비스 지출은 반대로 나타난다. 연령별로는 운동과 문화서비스 모두 젊은 층에서 1인 가구화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가 큰 반면 고령층은 높지 않았다. 즉, 한국의 고령층은 혼자 사는 경우 운동, 문화서비스 등 여가생활을 거의 즐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70세 이상 1인 가구 중 여가 소비를 전혀 하지 않는 비중은 51.5%로 절반을 넘었다.

    혼자 사는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애완동물 관련 지출은 1인 가구에서 2인 가구보다 69%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 1인 가구의 애완동물 관련 소비는 2인 가구 부부 합산 소비보다도 크다.

    혼자 사는 사람은 여가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고 이에 따라 여행 관련 소비도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1인 가구의 여행비 지출은 그리 높지 않다. 1인 가구의 여행비 지출은 오히려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는 혼자 여행 안 한다

    특히 여성보다 남성 1인 가구의 여행 소비지출액이 매우 낮았다. 남성 1인 가구의 월평균 여행 지출액은 1만5000원으로 여성 1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인 3만40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여성 1인 가구 중에서도 30대 이하의 여행 지출은 7만2000원으로 유달리 높게 나타났다. 이는 미혼 여성의 경우 기혼자나 미혼 남성에 비해 직장 및 가족관계에 덜 얽매이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젊은 여성일수록 패키지여행 등을 통해 혼자 여행을 하거나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떠나는 사례가 많다.

    반면 고령 1인 가구는 남성과 여성 모두 여행비 지출이 매우 작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를 경험한 일본에서 일어난 현상과 대조적이다. 일본에서는 고령층에서 배우자와 동반하지 않은 패키지 형태의 독립된 여행 수요가 늘면서 1인 가구화로 여행 소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아직 부부 단위의 여행이 일반적이며 독신 가구의 여행 수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병원보다 약국, TV 대신 PC

    가전제품은 가구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1인당 지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전제품의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컸다. 2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의 PC 소비가 38%, 세탁기·냉장고 등 백색가전 소비가 16% 높았고, TV 소비는 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C는 기능의 다양성은 강화되고 노트북의 발달로 점차 소형화하는 추세여서 혼자 사는 가구에서도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백색가전 소비는 PC 소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인 가구에서도 높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겨냥한 1인용 밥솥, 세탁기 등이 연달아 출시되며 가격에 대한 부담도 낮기 때문에 1인 가구의 구매의사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방송 시청은 점차 PC,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도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TV가 아닌 PC, 휴대전화 등으로 방송을 보는 ‘제로 TV’ 가구가 점차 증가하며 1인 가구화에 따른 TV 소비 증대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의료·건강 부문은 1인 가구화에 따라 소비가 줄어드는 부문이다. 1인 가구의 의료건강 관련 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8% 낮다. 의료 지출에서도 의약품 등 간단한 의료 소비는 1인 가구가 더 많았지만 외래 진료비, 입원비 등 직접 병원을 방문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은 더 적게 나타난다.

    다만 연령별로는 병원서비스 이용에 차이를 보인다. 30, 40대 연령층에서는 1인 가구의 병원서비스 지출 비중이 매우 낮지만 50대 이상에서는 높게 나타난다. 혼자 사는 젊은 층은 아파도 병원을 가기보다는 약만 복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1인 가구의 주류 및 담배 소비가 높은 것과 마찬가지로 결혼 전에는 상대적으로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병원서비스에 대한 고령 1인 가구의 지출이 높은 것은 가정에서 간병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70세 이상 1인 가구의 병원서비스 지출은 같은 연령 2인 가구에 비해 20% 높게 나타났다.

    내구재는 공유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1인 가구의 지출 부담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가전제품의 경우 실제로 1인 가구 소비가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보다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내구재라 하더라도 자동차와 가구류 는 오히려 1인 가구 소비가 더 적다. 1인 가구의 자동차 관련 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에 비해 31% 낮으며 가구 소비는 19%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 소비 지형 바꾼다

    1인 가구 증가 추이와 맞물려 가볍게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즉석조리식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화훼, 애완동물 수요 늘 것

    이는 혼자 살면서 자동차를 아예 보유하지 않는 비율이 다른 내구재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자동차 보유 비중은 32.6%에 불과해 2인 가구 보유 비중인 69.5%에 비해 크게 낮았다. 혼자일 때는 값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다가 결혼 이후에야 비로소 차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비는 1인 가구가 3만3000원으로 2인 가구 1만7000원(1인당)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또한 혼자 살게 되면 부피가 크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가구류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집에는 거실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소파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또 작은 집에 크고 무거운 장롱을 놓는 대신 가벼운 옷걸이 행거로 대체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주로 월세에 사는 것도 가구류 소비를 낮추는 요인이다. 가구는 주로 집의 크기와 형태에 맞춰 구매하기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니거나 자신의 집에 사는 것이 아닌 경우 구매 유인이 약해진다.

    향후 1인 가구의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9.6%, 2030년 32.7%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화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소비둔화를 상쇄하고 전체 소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대비 2020년 가구 구성 변화에 따른 소비 변화를 추정해보면 고령화는 소비를 1.6% 낮추지만, 1인 가구 및 가구원 수 감소는 전체 소비를 3.1%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인구구조 및 가구 구성 변화에 따른 전체 소비 증가 효과는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화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품목별 소비 구조 변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전체 소비를 추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2020년 가구 구성 변화에 따라 품목별 소비지출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계해보았다.

    분석 결과 주택 유지 및 수선, 곡물, 신선식품, 의약품, 화훼 및 애완용품 등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증가세가 높게 나타났으며, 교육, 출산 관련 서비스, 유아용품, 고칼로리 식품, 정보통신장비 등이 소비 감소가 큰 품목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지 및 수선은 1인 가구화에 따른 효과와 인구고령화에 따른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인구 및 가구 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증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이다.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주택을 자가 소유하는 경향이 있고 노후한 주택의 수리에 돈을 많이 쓴다. 2012년 대비 2020년 주택 관련 수요 증가 효과는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 신선식품, 의약품 등은 1인 가구화 효과와 인구고령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화훼 및 애완동물, 육상운송, 가전제품 수요도 1인 가구화 효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품목이다.

    반면 교육, 출산, 유아용품 등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소비 감소 효과가 10% 이상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 정보통신장비, 자동차, 운동 및 오락 서비스 등도 고령화에 따른 소비 감소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비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화 속도에 맞는 제도 및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아파트 공급 과잉 경계해야

    1인 가구화에 대응하지 못한 예로 대형아파트 공급 과잉 현상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아파트 공급이 중·대형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등 평형별 주택 수급의 차질이 현재까지 지속된다. 장기적으로도 1인 가구화에 따른 소형 주택 수요가 계속 늘어날 여지가 큰 만큼 소형 주택, 셰어하우스 등 주택시장의 공급 다변화 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젊은 1인 가구는 PC, 통신기기를 사회적 관계 유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노인 1인 가구는 관련기기의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 고령층의 IT 교육을 확대하고 고립과 소외를 이겨낼 수 있도록 지역 커뮤니티 및 문화시설을 늘릴 필요가 있다.

    1인 가구의 전반적인 병원서비스 이용도는 낮지만 그중에서도 고령 가구는 간병할 사람이 없어 병원에 입원하는 경향이 있다. 향후 병원서비스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서비스의 확대 및 의료제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의 확산은 전체 소비규모를 키우는 요인이지만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결국 저출산·고령화로 이어지면서 미래 소비여력을 줄이기 때문이다. 앞서 가구 구성 변화에 따른 소비 변화를 추정해본 결과 2020년 가구 구성을 가정하면 1인 가구의 증가세에 힘입어 전체 소비가 2.1% 높아지지만 2030년에는 고령화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커져 전체소비도 0.9%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장기적인 소비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수요 확충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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