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호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위기 탈출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4-02-20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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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살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정치인도, 평범한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위기는 고의나 과오로 본인이 자초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주변의 음해나 오해에 의해 덧씌워진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많은 것을 잃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한번도 위기를 겪지 않고 성공에 도달한 사람은 없다. 태어난 순간부터 승승장구를 거듭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오히려 갑의 지위에 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 비해 더 많은 위기를 겪었다고 봐야 한다. 시키는 일만 잘해서는 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좀 더 도전적이었을 것이며 그만큼 더 자주 위기에 노출됐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 진면목 드러나

    누구에게나 닥치는 위기지만 그것을 대하는 자세는 천차만별이다. 위기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무심한 사람부터 결정적 위기가 아닌데도 화들짝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까지. 사실, 위기를 맞았을 때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멘붕’ 상태에서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있고, 자기 살길만 찾겠다고 애꿎은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사람도 있다. 반면 냉정하게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 기필코 살길을 찾아내는 사람도 있다.

    연애를 할 때도 한창 좋을 때는 상대의 진면목을 알기 어렵다. 권태기가 오거나 외부 위협요인이 닥쳐 헤어질 위기에 처할 때 이른바 ‘바닥’이 드러난다. 결국, 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헤어질 때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잠재력과 됨됨이를 본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위기 대처법은 도망치는 것이다. 피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임모 여인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는 게 떠오른다. 피하는 것은 그저 결론을 유보하는 일일 뿐이다. 자꾸 도망치는 사이에 함정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피한다고 될 일 아니다”

    위기가 한 번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크고 작은 위기가 전후좌우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집안에서 터진 사고를 처리하고 나면 연이어 회사에서 사고가 터지는 식이다. 때로는 동시다발로 발생해 몸이 하나인 것이 한스러울 때도 많다.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운에 기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해서도 안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짐만 되기 때문이다.

    위기를 맞으면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나마 한번 위기를 겪고 나면 다른 위기를 극복하기가 수월하다. 항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위기는 분명 기회지만, 안락함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은 일단 위기를 거부한다. 회피와 정면대결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정면대결을 택하기로 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마주하기로 한 다음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괴멸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압도적인 적의 화력 앞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다. 어떠한 위기든 극복할 방법은 반드시 존재한다.

    물론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위기도 많다. 질병이나 천재지변이 그러하다. 하지만 인간사 위기의 대부분은 누군가의 도발에 의해 시작된다. 전쟁, 낙선, 파산, 실직, 좌천, 명예훼손 모두 마찬가지다. 적은 상대 정당일 수도 있고 경쟁업체일 수도 있고 같은 직장 구성원들일 수도 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도전에 대한 응전, 곧 반격에 있다. 거침없이 진격해오는 적에게 유효한 반격을 가해야 비로소 위기에서 벗어날 계기를 얻는다. 반격의 목표는 분명하다. 첫째 적의 진격을 저지하고, 둘째 후퇴를 이끌어내고, 셋째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다.

    공격의 진원지 파악

    반격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공격의 원점, 그 진원지다. 그다음에 알아야 할 것은 상대의 전략이다. 그들이 나를 공격하려고 준비한 전략 말이다. 이때 유념해야 할 불편한 진실 한 가지는 세상 모든 것의 이면에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 사고를 제외하고 그냥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구매라는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 대개는 그에 앞서 유사 상품들을 놓고 비교한다. 그리고 가격 대비 자신의 욕구를 최대로 충족하는 전략에 의해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이들은 수도 없이 많은 기획회의를 거쳐 상품 판매 전략을 구상했을 것이다. ‘유사 상품들 속에서 우리 상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고객의 소비 전략을 역산해 판매 전략으로 삼는 셈이다. 즉, 상대의 전략을 읽을 수 있어야 나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딸이 “아빠는 이제 늙어서 운전하기 싫어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을 수 있다. 이 말에 빈정이 상한 당신은 겉으로 태연한 척, 아니라고 말하며 아내와 딸을 백화점까지 태워줬을 수 있다. 딸은 뛰어난 전략가다. 아빠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들여다보고 말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빠는 분명히 저렇게 반응하겠지? 딸의 전략적 승리다. 아내는 기본적으로 전략가이기 때문에 그동안 당신이 당한 것들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언제나 전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바쁜 일상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보기 원하는 것만 보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는 본인에게 이미 닥쳤거나 곧 닥칠 위기를 제대로 보려하지 않는다. 그러다 재앙을 맞곤 한다. 잊지 말자!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 집안 한쪽을 차지한 주방기구에도 아내의 전략적 노림수가 담겨 있다! 위기 탈출의 8계를 소개한다.

    전조 감지

    어떤 위기도 예고 없이 닥치지 않는다. 천재지변조차 전조 현상을 보인다. 하물며 사람이 기획한 공격에 전조가 없을 수 없다. 문제는 감지 능력이다.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 사건들의 맥락을 잘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자신을 더욱 객관적으로 보려는 눈, 깨어 있는 눈을 가지면 된다.

    그다음으로 정보 획득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사내의 빅 마우스가 전하는 풍문, 수뇌부가 사석에서 무심코 흘린 말도 챙겨 듣는 것이 좋다. 정보는 자기 앞으로 거대한 폭풍이 다가온다는 점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리더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빛을 발한다. 그것은 그들이 뛰어나서라기보다는 정보를 사전에 얻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가정보원을 두고 대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대외협력부서 명의의 정보팀을 운영하고 증권가에 ‘찌라시’가 도는 것도 다 같은 이유에서다. 정보가 힘이고 돈이고 위기 탈출의 수단이다. 미리 알고 준비하면 훨씬 잘 대처할 수 있다.

    위기가 밀려오고 적들이 누구이고 그들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인지했다면 가장 먼저 적들의 전략 중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피조물이 그러하듯, 완전한 전략은 없다. 어떤 전략이건 취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상대의 약한 고리 찾기

    일단, 저들의 전략을 복기해보는 것이 좋다. 완제품을 분해해 조립과정을 추론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통해 전략 설계도를 도출할 수 있고, 개별 전술의 성능과 효과도 알아낼 수 있다. 특히, 나에게 뼈아픈 상처를 줄 전술은 잘 기록해두는 게 좋다. 그게 바로 나의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적 전략 지형, 내게 치명타를 줄 전술, 내게 유효타가 되지 못하는 전술을 골라내어가다 보면 서서히 적의 약한 고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약한 고리들에 순위를 매길 수도 있다.

    이어서 약한 고리의 강도를 간봐야 한다. 간보기는 추론만으로 미흡하다. 실제로 찔러봐야 한다. 권투에서 상대방에게 잽을 날려 허점을 알아내듯이 전술적 잽을 약한 고리로 추정되는 곳에 날려보면 상당 부분 확인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가장 약한 고리, 내가 화력을 집중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반격 포인트를 잡아내야 한다.

    ‘담대한 반격’ 언제나 가능

    반격은 예상을 불허해야 한다. 그래야 흐름을 끊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전세를 역전시킨 수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6·25전쟁의 인천상륙작전이 그런 사례다.

    선거에서도 막판 역풍이 불면서 극적으로 반전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2년 대선 때 민주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폭로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궁지에 몰았다.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작업과 같은 유력한 정황 증거도 있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 위기를 여성 인권침해 문제로 돌파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해당 국정원 여직원을 무단으로 장시간 감금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2012년 대선의 가장 극적인 반전에 해당한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쳐놓은 대선 개입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주당의 가장 약한 고리를 활용해 인권침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고 이 전략은 상당히 유효했다.

    반격 전략을 구상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다시 말하지만, 그 전략이 예측 가능한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적이 이미 감지하는 전략은 전략으로서 가치가 없다. 상대방이 단숨에 복기해 전략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는 전략은 오히려 반격을 허용할 뿐이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담대한 반격 전략을 만들어내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언제나’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 진실이다. 집중해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차원의 반격 전략이 떠오를 것이다. 기상천외한 반격 전략은 생각의 차원을 달리해야 얻어진다. 1 더하기 1은 2라는 식의 사고로는 차원을 넘나들 수 없다. 위기를 많이 경험해본 사람이 위기를 잘 넘는 것도, 여러 차례 위기에서 탈출하면서 거의 본능적으로 이런 식의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반격을 할 땐 배수진을 쳐야 한다. 이기기 어렵다면 하다못해 상대에게 상처라도 남길 각오로 달려들어야 한다. 덩치가 큰 상대방이 공격해올 때는 상대의 급소를 향해 반격을 개시해야 한다. 반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급소를 제거해 아예 불구로 만들겠다는 자세로 덤벼야 한다. 그럴 자세가 안 갖춰졌다면 그냥 일방적으로 당한 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낫다.

    아무리 강한 적도 죽기 살기로 덤비는 상대 앞에서는 일단 주춤한다. 혹시 실수로라도 한 방 맞으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기 때문이다. 반격은 이렇게 해야 한다. 상대방이 비록 청동투구와 비늘갑옷으로 무장한 골리앗이더라도 다윗이 던진 짱돌 한 방에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할 정도로 세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나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음에도 짱돌조차 들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나마 가진 것을 더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답이 없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반격은 한 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누구나 영화 같은 막판 뒤집기 한 방을 꿈꾸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한 방에 쓰러지는 적은 의외로 거의 없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연속으로 유효타를 날려야 반격의 효과가 비로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반격 전략을 구상할 때는, 연속타를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준비할 수 없다면 반격을 포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다음 기회를 기대하며 힘을 비축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논리’와 ‘도덕’으로 승부

    질병엔 약을 처방하면 되고 천재지변은 복구하면 된다. 그러나 ‘몹쓸 사람’으로 찍히면 답이 없다. 거의 재기불능이다. 반격을 할 땐 논리와 도덕에서 이긴다는 각오를 세워야 한다. 상대와의 치열한 논리전에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경쟁업체가 위협적인 신상품을 내놓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분히 비방성 논리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품위를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결국 논리전에 뛰어들기로 했다면 ‘감정’이라는 조미료를 듬뿍 뿌려주는 것이 유리하다. 증거를 따지는 진실게임의 순간에도 관전자들은 감정에 휘둘린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전쟁에서 나는 반드시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 하고 상대는 ‘나쁜 사람’이 돼야 한다. ‘나는 의로운 사람이지만 불의에 의해 희생당했다’는 인상을 관전자들에게 주는 게 최선이다. 이러면 당장은 피해를 보았더라도 능히 재기할 수 있다. 당연히 흑백논리, 이분법이 어느 정도 용인될 수밖에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아무리 좋은 사람도 약점이나 나쁜 점을 갖고 있다.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는 일은 물론 야비한 짓이다. 차마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당방위 차원에서 대처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 나쁜 점 가운데 가장 휘발성이 높은 것 순으로 하나씩 공격해 공분을 살 수 있다면 일단 유효타다. 그 유효타에 상대방이 발끈한다면 더 호재다. 상대방이 흥분할수록 나는 유리해진다. 상대방이 침묵한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다. 침묵은 곧 인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방이 뜨악해하는 사이에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런 반격 전략이 무서운 것이다.

    읍소는 위험한 행위다. 하지만 궁지에 몰려 고사(枯死) 직전인 사람에겐 최후의 수단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순간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허리를 90도 숙이고 눈물을 흘리면 공세를 퍼붓는 쪽이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악어의 눈물’이라는 말도 등장했지만, 그만큼 효과가 크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쇼로 비쳐선 안 된다. ‘순간 감정 몰입, 눈물 주르륵.’

    영화 속 환경운동가는…

    역풍 기획은 수준 높은 반격 전략이다. 흔히 역풍을 우연적 현상으로 이해하지만 실은 사전에 기획한 경우가 적지 않다. 역풍조차 기획하고 연출한다는 것에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격 전략을 구상할 때는 반격 이후 전개될 상황을 고려해두는 것이 좋다. 영화 ‘프라미즈드 랜드’에서 주인공은 셰일가스 개발과 관련해 회사로부터 특명을 받고 주민 동의를 받아내려 한다. 환경운동가는 가스 개발에 반대한다. 지역주민 중 일부가 환경운동가에게 동조하면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환경운동가가 제시한 환경오염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다. 결국 환경운동가가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개발에 힘이 실린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환경운동가는 회사가 투입한 인물이었다. 회사가 주인공의 실패 상황에 대비해 세컨드 옵션으로 준비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상대방이 역풍이 맞도록 하는 전략과 더불어 내가 먼저 역풍을 맞은 뒤 상대방이 재역풍을 맞도록 하는 전략도 생각해야 한다. 2차, 3차 옵션까지 넉넉하게 마련해둬야 당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풍 기획은 대선 과정에서 흔히 목격된다. 역풍 제조 기술도 이제 널리 보급된 까닭에, 치밀하게 하지 않으면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다.

    내 편 흩어지면 망한다

    마지막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은 내부 단결이다. 반격에 성공하려면 화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자기 편의 내부 단결 없이 이것을 이뤄낼 수 없다. 내부 단결 없이는 그 어떤 공격도 막아내기 힘들다. 정당이 몰락할 때, 나라가 망할 때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것이 내부 분열이다.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이종훈

    성균관대 박사(정치학)

    국회도서관 연구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강한 상대의 공격을 물리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부를 결속시키는 게 더욱 중요하다. 뛰어난 리더는 위기를 내부 단결에 유효한 재료로 바로 활용할 줄 안다.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기 극복을 향한 의지를 북돋운다. 이럴 때 구성원들은 금 모으기 운동 같은 것을 벌인다.

    이때 리더가 너무 나서서 단결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위기를 상기시키고 동기를 부여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반향이 크다. 국론 결집을 이뤄낸 정치인들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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