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학(Sexology)은 통합의학, 통합학문
- 섹스만 잘해도 황혼 이혼 안 당한다
- 파트너만 빼고 장소, 체위 다 바꿔라
- 따뜻, 촉촉, 수축 좋은 ‘명기’ 누구나 가능하다
- 정상적으로 섹스하는 사람은 절대 자살 안 해
대한성학회 정회원인 그는 ‘성 상담 전문의’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2008년엔 맞춤 성 코칭서 ‘사랑의 기술’을 펴냈는가 하면, ‘오르가슴의 기술’ ‘인간의 성’을 공동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서도 민감한 성 이야기를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한다. 하지만 탄탄한 성 이론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외설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국민 성교육 강사’ 구성애 씨와는 다른 차원의 ‘성 전도사’로 불리는 이유다.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그는 최근 마광수 교수의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영화로 만든 임장미 감독, 섹스칼럼니스트 이여명 씨와 함께 팟방(팟캐스트를 모아둔 인터넷사이트)에서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시작한 지 보름 만인 지난 2월 9일 현재 6500개가 넘는 팟캐스트 중에서 40위권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화제다
박 이사장은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20년 넘게 해성산부인과를 운영해왔다. 서울 강남에도 진출해 ‘비엘여성의원’을 열기도 했다. 산부인과는 특성상 ‘성’과 관련이 깊지만, 그렇다고 모든 산부인과 의사가 ‘성 전문가’는 아니다.
▼ 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인의 소개로 홍성묵 교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게 인연이 돼 성 워크숍도 주최한 것이다. 내용이 너무 좋았다. 학문인 동시에 실전이었다. 환자에게 적용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성학(sexology)을 배우기 시작했다.”
▼ ‘성 워크숍’이 큰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충격이었다. 그런 분야가 있는 걸 처음 알았다. 성학을 배우고는 나 자신은 물론 환자를 상담하는 내용도 달라졌다.”
▼ 어떤 점이 달라졌나.
“전에는 환자의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으로 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학을 배운 후로는, 예를 들어 염증 때문에 오면 성교통(痛)은 없는지, 갱년기 증상으로 오면 성관계 때 애액은 잘 나오는지를 묻는다. 단순히 드러난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근본 원인인 성 문제까지 조언해주니까 환자도 좋아한다.”
성학(Sexology)
▼ 성학이 뭔가.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섹스를 단순히 피스톤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섹스는 존재하는 모든 것(everything)이다. 통합의학이고, 통합예술이고, 통합학문이다. 모든 게 다 연결돼 있다. 우선 산부인과, 비뇨기과, 정신과 등 다양한 의학과 관련돼 있다. 그렇다고 성 문제가 약이나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리상담이 필요하다. 여기에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말솜씨, 몸매, 애무 기술 등 다양한 도구와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즐거운 섹스를 위해선 시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자극을 활용해야 한다. 이처럼 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히 행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를 함께 유기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학과가 개설돼 있을 정도로 이미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미국, 호주의 경우 성학에 의한 성 치료가 이뤄진다. 의사와 남녀치료사가 한 팀이 돼 활동한다. 발기부전 환자라면 여성치료사가, 불감증 환자라면 남성치료사가 치료를 도와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현 제도상 불가능하다. 의사 면허가 없는 치료사가 치료에 개입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모든 걸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 더구나 성치료에 대한 의료수가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니 비뇨기과 의사든 산부인과 의사든 간단하게 수술로 해결하려 하고, 의사가 아닌 사람은 성기능 개선 물건을 파는 것이다.”
성 관련 제도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나라 제도에서 바꿔야 할 대표적인 게 성매매특별법이다. 이 법으로 장애인과 노인들이 피해를 본다. 아내가 없거나, 아내가 섹스를 거부하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거나 재주가 좋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 남자는 성욕을 배출할 데가 없다. 전에는 5만 원, 10만 원 모아서 풀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법이다. 능력이 없으면 금욕하거나 스스로 해결하라는 건데, 마스터베이션이 여자의 보드라운 속살하고 같을 수 있나(웃음). 성 기구 수입도 불법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섹스돌(doll)은 600만 원, 800만 원씩에 거래된다. 배출구는 막아놓고 계속 먹기만 하라고 하는 셈이다.”
▼ 인권 차원에서도 성매매는 금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물론 인권 유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성매매 자체를 완전히 합법화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잘 선별해서 또 다른 의미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나 여성단체에서는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성문화도 개방됐다. ‘성은 숨겨야 할 부끄러운 것’에서 ‘성은 즐기는 것’이란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여성의 성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환자들이 병원을 오는 이유가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엔 염증이나 성병 치료가 주였지만 성병은 지금 거의 사라졌다. 대신 성기능장애, 부부 성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찾는다. 또한 과거엔 수술은 주로 처녀막 재생수술이었는데 지금은 이쁜이수술, 양귀비수술 등 다양해졌다.”
▼ 이쁜이수술이 뭔가.
“질을 좁혀주는 수술이다. 출산을 하고, 나이가 들고, 많이 사용하다보면 질이 헐거워진다. 성교하다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게 그래서다. 남자들이 몰라서 그렇지, 40대 중반 이후 한두 번씩은 한다. 남자가 성기를 키우고 싶어 하듯이 여자는 속을 좁히고 싶어 하는 거다.”
▼ 성형수술 같은 건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얼굴에 보톡스 맞듯이 대음순이나 질을 지방으로 채우는 수술도 유행하고, 소음순이 까만 경우 핑크빛으로 바꾸는 수술도 한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이 성감을 높이기 위해 양귀비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권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남자 포경수술처럼 음핵을 벗겨주는 음핵보정수술을 권한다. 음핵이 자극을 쉽게 느껴 오르가슴을 빨리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럼 불감증이 해결되나.
“수술만으로 불감증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의사도 그걸 알면서도 편하고 간단하니까 권하는 것이다. 사실은 불감증의 진짜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성 만족도’ 꼴찌 국가
2006년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27개국에서 성 인식도 조사를 했다. ‘성이 당신 가정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전체 평균 50%였는데 우리나라는 90%에 달했다. 반면 성생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엔 ‘그렇다’는 응답이 전체 평균 50%인데, 우리는 남자 9%, 여자 7%에 불과했다. 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세계 1등이지만 만족도는 꼴찌인 셈이다. 박 이사장은 “중년 남성의 성 수준은 여전히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여성의 성적 욕구가 점점 커지는데 남자가 변하지 않으면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은 죽기 전까지 계속되는 문제다. 나이 들었다고 섹스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보수적인 성 관념을 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평생 성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 뭐가 문제라고 보는가.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그들이 가진 성문화가 단순하고 척박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보수적인 유교문화 환경에서 자란 데다, 가난해서 먹고살기 바쁜데 누가 자식 성교육에 신경을 썼겠는가. 그렇게 커서 결혼은 했는데 섹스에 대해 아는 것은 없고, 그래도 남자니까 리드는 해야겠고, 그러다보니 본능적으로 남성 위주의 성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성에 눈뜨면서 갈등이 생기게 된다. 아내는 뭔가 불만 어린 표정을 짓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여기에 중년남자의 고민이 있다.”
▼ 부부생활에서 섹스가 어느 정도 중요한가.
“이혼 사유의 80~90%가 성격(性格) 차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성(性) 격차 때문이다. 평생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죽도록 일했건만 황혼에 이혼당하는 남자는 섹스에 무지한 경우가 많다. 반면 남편이 무능하더라도 잘 받드는 여자가 있다. 심지어 맞고 살면서도. 이유를 보면 대부분 부부 섹스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가정폭력도 원인을 살펴보면 아내가 섹스에 잘 응해주지 않는 데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섹스는 잘 쓰면 부부생활에 도움이 되고 하찮게 생각하면 행복지수를 떨어뜨린다.”
박혜성 이사장은 “노력할수록 발달하는 게 성감”이라고 말한다.
“자살 소식을 들으면 ‘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사랑은 섹스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사랑을 받으면 자기도 사랑을 주고 싶기 때문에 죽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섹스를 하는 사람은 자살을 안 한다는 이야기다.”
식욕과 성욕
우리나라 부부의 30%가 섹스리스라는 통계가 있다. 섹스리스가 되는 이유가 뭘까. 박 원장은 가장 큰 원인으로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사랑을 성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섹스는 몸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또한 섹스는 성기로 하는 게 아니라 뇌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가 중요하다. 몸의 대화가 사라지면 말의 대화도 사라지고, 말로 하는 대화가 사라지면 몸으로 하는 대화도 사라진다. 부부가 의식적으로라도 섹스에 관해 터놓고 대화해야 한다. 그러면 웃을 일도 많아진다. 무엇보다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존경을 받아야 한다. 페미니스트들이 들으면 뭐라고 하겠지만, 인류는 DNA에 그렇게 체화돼 있다. 의식적으로 ‘사랑한다’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
▼ 성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중년부부 아닌가.
“인간에게 가장 큰 욕망 두 개가 식욕과 성욕이다. 그런데 대부분 식욕은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성욕은 부끄러워한다. 성욕과 식욕 모두 대뇌변연계에서 관장한다. 그게 충족이 안 되면 슬픔, 분노가 생긴다. 일주일만 굶으면 남의 집 담 안 넘을 사람이 없듯이 섹스도 마찬가지다.”
▼ 식욕과 성욕이 같다?
“배를 곯지 않은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 맛을 음미하면서 즐긴다. 반면 늘 굶주리는 사람은 또 언제 먹을지 몰라 한번 먹을 때 게걸스럽고 탐욕스럽게 먹는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어려서 사랑을 못 받으면 커서 남에게 사랑을 못 준다. 섹스를 할 때도 자기 욕구를 채우는 데만 급급해 상대를 배려할 생각을 못 한다. 사랑을 충분히 못 받은 사람이 섹스중독에 빠지기 쉽다. 성욕이 꼭 섹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믿는 관계를 포함한다. 소통이 된다면 서로 포옹하는 것만으로도 성욕이 해소되지 않나.”
그는 “집 밥이 맛있어야 건강할 수 있는 것처럼 집에서 하는 섹스가 좋아야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하루 세끼를 늘 같은 국과 반찬만 먹으면 질리게 된다. 그러면 안 먹게 되고 배고파서 군것질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집 밥이 맛있으면 외식 유혹에 잘 빠지지 않는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외도는 부부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 우리 정서에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면 이혼 아닌가.
“그래서 이혼한 여자가 있었다. 이혼 후 행복하게 살았느냐 하면 그렇지 못했다. 밖에서 섹스를 잘하는 남자는 대부분 집에서도 잘한다. 원래 성욕이 넘치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람 안 피우는 남자는 집에서도 섹스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가 외도를 못 참는 것은 자기도 섹스를 좋아해서 질투하기 때문이다. 이혼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자기가 체력과 테크닉을 길러 남편이 바람을 못 피우게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남자는 체력이 떨어지고 돈 떨어지면 가정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 여성계가 들으면 화를 낼 소리다.
“옛날엔 나도 바람 피운 남자를 짐승 취급했다. 그런데 성학을 공부하면서 그런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보면 인간처럼 가정을 책임지는 수컷도 드물다.”
▼ 아내가 부부관계 하는 걸 싫어해서 고민인 남자도 있다.
“남자는 가정에서 섹스가 안 되면 아예 포기하고 살거나 밖에서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성을 꼬여야 하는데, 돈 들어가고, 정성도 기울여야 하고, 얼마나 피곤한가. 차라리 자기 배우자를 개조하는 게 낫지. 내 주위에 그게 고민인 남자가 있어서 아내를 병원으로 불러 상담을 해줬다. 남편이 밖에서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여자에게 투자하는 비용과, 그 여자와 눈이라도 맞아 이혼하게 되면 당신이 잃게 될 경제적 손실을 생각해봐라. 그 돈이 아깝다고 생각되면 남편이 하자고 할 때 해주는 게 이익이라고 충고해줬다.”
섹스는 힐링
▼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권태기도 오고, 자연히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는 거 아닌가.
“머리를 바꾸면 하루가 기분 좋고, 차를 바꾸면 일 년이 기분 좋다는 말이 있다. 섹스 파트너를 바꾸면 그 이상일 것이다. 왜 기분이 좋은가 하면, 상대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거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도파민이라는 교감신경 흥분제가 생성된다. 하지만 그 열정의 호르몬은 6개월, 길어야 3년이면 반감된다. 권태기가 오는 이유다. 그때마다 파트너를 바꾸면 가장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처럼 파트너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체위, 장소, 향수, 분위기 등 모든 것을 새롭게 해보는 게 필요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결혼 전 데이트할 때의 마음을 되살린다면 부부 금실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남편은 고객에게 쓰는 에너지의, 아내는 자식에게 쓰는 에너지의 100분의 1만 써도 부부 문제는 해결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야기하면 끝이 없는데, 가장 중요한 게 잔소리하지 않는 거다. 잔소리 듣고 나서 섹스하고 싶겠나.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야 남자는 발기가 되고 여자는 애액이 나온다. 부교감신경은 기분 좋을 때, 행복할 때 나온다. 전희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칭찬해주고 사랑한다고 해주는 게 중요하다. 남편이 낮에 전화해서 ‘오늘 일찍 들어갈 테니 맛있는 밥해놓고 기다리라’고만 해도 아내는 소풍 가는 아이처럼 설렌다.”
▼ 아내의 샤워 소리만 들어도 무섭다는 남자도 있다.
“발기가 안 되서 그렇다. 사업에 실패했거나 해고를 당하는 정도의 정신적 충격이 아니라면 여자가 옷만 벗어도 발기가 된다. 발기가 안 되는 건 거의 대부분이 혈액순환이 안 돼서다. 이런 경우 운동을 해야 한다.”
▼ 채널A ‘명랑해결단’에 출연해 ‘섹스는 힐링’이라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
“난 결혼 전까지 남자 손 한 번 안 잡아본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자위를 알았다. 당연히 오르가슴이 뭔지도 몰랐다. 성학을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오르가슴을 느끼면 몸의 모든 세포가 살아나면서 개운한 느낌이 든다. 섹스를 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상대에게 헌신하도록 하는 호르몬이다. 그건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또한 섹스를 하면 몸에 좋은 치유 에너지가 생성된다.”
▼ 아내가 오르가슴 맛을 알면 자기가 피곤해진다고 생각하는 남자도 있다.
“몰라서 하는 말이다. 부인이 오르가슴을 느끼면 질로 페니스를 조이는 촉감이 다르다. 당연히 남자의 쾌감이 더 높아진다. 부부 모두 행복한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식탁이 달라지고, 남편을 대하는 게 달라진다. 귀찮을까봐 섹스를 안 해준다는 것은 잠재적 폭탄을 키우는 일일 뿐이다. 오히려 섹스는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좋다. 주 3, 4회를 하면 12년 정도 젊게 산다.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랑 자주 하는 게 더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감대 찾기
우리나라는 부부가 마음 놓고 성을 즐기기에 어려운 구조다. 남편은 밤늦게 들어오고, 아이들은 새벽까지 공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파트 구조가 대부분 안방과 거실, 자녀 방이 베란다로 연결돼 있어 소리가 들리기 쉽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TV 볼륨을 크게 하거나 안방 문을 잠글 수도 없다. 머리가 다 큰 아이들이 눈치 채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3분, 5분에 끝나는 섹스는 할 수 있겠지만 30분, 한 시간씩 하기는 불가능하다. 3분 섹스는 남자만을 위한 섹스다.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 어떻게 해야 하나.
“집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최소 한 달에 한두 번은 고객을 만나듯 약속을 정해 모텔을 가기를 권한다. 집에서 하는 것과는 분위기가 확 다를 것이다.”
▼ 모텔을 가도 전과 똑같은 섹스를 한다면 달라질 게 없지 않나.
“테크닉을 배워야지. 돈을 벌려면 그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듯이 섹스를 잘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섹스는 본능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운전을 하기 위해 운전 연습을 하듯 우리가 우리 몸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아내의 몸을 모르고 하는 부부관계는 남편이 전원을 꽂지 않고 컴퓨터가 안 켜진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부부는 서로의 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배울 의지만 있다면 배울 곳은 많다. 섹스비디오나 책을 보면서 부부가 같이 공부하면 새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걸 소개해달라.
“우선은 서로의 성감대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모르면 서로의 온몸에 초코시럽을 바르고 혀로 핥아보면 알게 된다. 또한 전희를 충분히 하는 게 좋다. 아로마 오일로 마사지하며 애무를 해주는 것도 좋다. 이런 게 민망하다면 함께 거품목욕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으면 아내의 눈을 가리고 부드러운 깃털로 몸을 자극해봐라. 정말 예민해진다.”
▼ G스폿, T스폿, A스폿 같은 성감대가 있다는데.
“성감이 예민한 사람은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이론적으로 여자가 똑바로 누웠을 때 질의 위쪽 벽에 있다. 남자가 ‘in and out’이 아니라 ‘up and down’으로 마찰을 해야 느낄 수 있다. 이곳이 자극받으면 여성이 소변이 마렵다고 느껴진다. 그 단계 지나면 오르가슴을 느낀다. 남자는 피스톤 운동을 느리게, 슬로 섹스를 해야 한다. 그래야 아내가 잘 느끼고 본인도 오래 할 수 있다. 성감을 잘 못 느끼는 여성의 경우 평소 자위를 많이 하면 성감대가 발달해 실제 성행위할 때 오르가슴을 빨리 느낄 수 있다. 성감은 용불용설이 딱 들어맞는다. 노력하면 할수록 발달하는 게 성감이다.”
놀라운 케겔운동 효과
▼ 명기라는 게 실제 있나.
“따뜻하고, 촉촉하고, 수축이 좋은 걸 명기라 한다. 따뜻한 것은 혈액순환과 관련 있다. 진찰을 해보면, 손발이 차가우면 질도 차가운 경우가 많다. 따뜻하게 하려면 병이 없어야 하고 운동으로 체온을 높여야 한다. 촉촉한 것은 애액의 분비인데, 전희를 충분히 해주면 심리적인 안정을 줘 분비에 도움이 된다. 호르몬 영향으로 적게 나온다면 젤을 쓰거나 호르몬제로 보충해주면 된다. 수축은 이쁜이수술로 일부 해결할 수는 있지만 근본 해결은 안 된다. 질을 줄이더라도 근력이 없으면 수축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질 근력 강화엔 케겔운동이 좋다. 요실금도 없어진다. 남자도 케겔운동을 열심히 하면 자기가 사정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변비에도 좋다.”
▼ 어떻게 하는 건가.
“피시근육이라고 해서 항문과 질, 요도 사이에 8자 모양의 근육이 있다. 애 낳고 나이 들면 근육이 끊기거나 느슨해진다. 항문에 빨대를 꽂았다고 생각하고 그 빨대로 물을 배꼽까지 끌어올린다는 기분으로 힘껏 힘을 줘 항문을 수축시켰다 풀어준다. 이렇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 된다. 앉아 있든 서 있든 누워 있든 언제든 할 수 있다. 또한 섹스를 잘하고 싶으면 하체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허벅지 근육과 엉덩이 근육은 회음근육과 관계가 있다. 이 근육이 단단해야 남성은 발기가 잘되고 여성은 질 근육이 탄탄해진다.”
박 이사장의 거침없는 이야기는 어쩌면 신동아 독자들이 읽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부부의 성 문제가 침대에서 나와 법정에 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당신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부부가 함께 맛있는 섹스를 즐겨야 가정이 행복해지고,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