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아’는 최근 민영진(56) KT&G 사장과 인터뷰했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였다. 민 사장이 KT&G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자신의 생각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 사장은 인터뷰에서 KT&G CEO로서의 경영철학과 원칙에 대해서도 말했다. 1986년 전매청에 입사한 그는 해외사업본부장, 생산부문장 등을 거쳐 2010년 2월 KT&G 사장에 선임됐고,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1년여 동안 KT&G에 쏟아진 많은 오해를 해소하고 KT&G의 비전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수년간 KT&G가 이뤄낸 경영성과와 사회공헌활동이 이 인터뷰를 통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됐으면 합니다.”
▼ 지난해 진행된 국세청 세무조사와 경찰 수사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루머와 투서로 경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겠지만, 부동산 사업 등 일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대표이사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르는 기회로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동안 ‘신동아’의 의혹 제기 기사를 보면서 화가 나고 때로는 답답했습니다.”
‘신동아’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KT&G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최근에도 KGC라이프앤진 광고대행사 선정 관련 의혹, 남대문 호텔 건설 등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의혹, 원전브로커 오희택 씨와 맺은 해외 컨설팅 계약 관련 의혹, 경찰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 등을 보도했다. KT&G 측은 ‘신동아’ 보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폈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과정에 용역업체에 부당한 이익을 준 사실이 없다. 오희택 씨와의 해외시장 컨설팅 계약은 특혜가 아니며 현재 정리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 수사과정에 외압이 행사됐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 KT&G는 그동안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의혹이 노조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된 걸로 압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는데, 사실 의혹을 제기한 쪽은 정확히 말하면 ‘KT&G 노조’가 아닙니다. 우리 직원 상당수가 가입한 노조가 저를 의심하고 고발하려 한다면 어떻게 제가 이 자리에 있겠습니까. 조합원이 6000명에 달하는 KT&G 노조는 오히려 지난해 2월 저의 연임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KT&G와 사장인 저의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주장해온 노조는 조합원 수가 40여 명에 불과한 자회사 인삼공사의 제2노조입니다. 이 노조는 지금까지 루머를 외부에 제보하며 KT&G 임직원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줬습니다.”
▼ 대다수 노조원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인삼공사 제2노조가 모든 KT&G 임직원과 노조원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저를 믿어주는 우리 KT&G 구성원들이 있기에 제가 다시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KT&G는 인삼공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인삼공사 제2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최근 KT&G 노조는 그간 경영진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우리 노조는 KT&G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의혹 제기 답답했다”
▼ KT&G CEO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저는 2010년 대표이사 취임 때부터 ‘길고 멀리 보는 원칙경영’을 핵심 경영철학으로 밝혔습니다. 바른 기업, 깨어 있는 기업, 함께하는 기업의 경영이념을 실현하려 노력했습니다.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 변화와 혁신에도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 성과는 있었나요.
“국내 담배시장을 개방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KT&G는 여전히 국내시장에서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합니다. 저를 포함한 임직원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경영 성과입니다. 115년을 이어온 KT&G의 저력이죠. 지배구조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큰 성과입니다. KT&G는 ‘소유구조의 분산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확립’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2003년 이미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기업지배 구조헌장을 제정했고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을 90%로 유지합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누구나 일하고 싶은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CEO 취임 이후 경영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취임할 당시 국내 담배사업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했습니다. 핵심 소비층의 외국 브랜드 선호 성향이 심화됐습니다. 홍삼사업도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컸습니다. 2008년 12조4000억 원이던 시가총액이 2009년 말에는 8조8000억 원으로 급락했습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