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호

“힘들지만 멀리 보는 경영 펼치겠다”

KT&G 민영진 사장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4-02-20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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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무조사·경찰 수사로 의혹 많이 해소
    • KT&G 핵심 철학은 ‘원칙경영’
    • 혁신 통해 국내시장 선도, 글로벌 시장 개척
    • 독창적 사회공헌활동에 매진하겠다
    “힘들지만 멀리 보는 경영 펼치겠다”
    지난 1년여간 국내 최대 담배회사인 KT&G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회사와 경영진을 겨냥한 투서가 난무했고 국세청 세무조사와 경찰 수사가 1년 내내 이어졌다. 특혜 의혹, 비자금 조성 의혹, 횡령·배임 의혹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신동아’는 최근 민영진(56) KT&G 사장과 인터뷰했다.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였다. 민 사장이 KT&G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자신의 생각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 사장은 인터뷰에서 KT&G CEO로서의 경영철학과 원칙에 대해서도 말했다. 1986년 전매청에 입사한 그는 해외사업본부장, 생산부문장 등을 거쳐 2010년 2월 KT&G 사장에 선임됐고,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1년여 동안 KT&G에 쏟아진 많은 오해를 해소하고 KT&G의 비전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수년간 KT&G가 이뤄낸 경영성과와 사회공헌활동이 이 인터뷰를 통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됐으면 합니다.”

    ▼ 지난해 진행된 국세청 세무조사와 경찰 수사 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루머와 투서로 경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재판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겠지만, 부동산 사업 등 일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대표이사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르는 기회로 생각합니다. 솔직히 그동안 ‘신동아’의 의혹 제기 기사를 보면서 화가 나고 때로는 답답했습니다.”

    ‘신동아’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KT&G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최근에도 KGC라이프앤진 광고대행사 선정 관련 의혹, 남대문 호텔 건설 등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의혹, 원전브로커 오희택 씨와 맺은 해외 컨설팅 계약 관련 의혹, 경찰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 등을 보도했다. KT&G 측은 ‘신동아’ 보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폈다.

    “부동산 사업을 하는 과정에 용역업체에 부당한 이익을 준 사실이 없다. 오희택 씨와의 해외시장 컨설팅 계약은 특혜가 아니며 현재 정리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 수사과정에 외압이 행사됐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 KT&G는 그동안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의혹이 노조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된 걸로 압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는데, 사실 의혹을 제기한 쪽은 정확히 말하면 ‘KT&G 노조’가 아닙니다. 우리 직원 상당수가 가입한 노조가 저를 의심하고 고발하려 한다면 어떻게 제가 이 자리에 있겠습니까. 조합원이 6000명에 달하는 KT&G 노조는 오히려 지난해 2월 저의 연임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KT&G와 사장인 저의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주장해온 노조는 조합원 수가 40여 명에 불과한 자회사 인삼공사의 제2노조입니다. 이 노조는 지금까지 루머를 외부에 제보하며 KT&G 임직원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줬습니다.”

    ▼ 대다수 노조원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인삼공사 제2노조가 모든 KT&G 임직원과 노조원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저를 믿어주는 우리 KT&G 구성원들이 있기에 제가 다시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KT&G는 인삼공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인삼공사 제2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최근 KT&G 노조는 그간 경영진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우리 노조는 KT&G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의혹 제기 답답했다”

    ▼ KT&G CEO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저는 2010년 대표이사 취임 때부터 ‘길고 멀리 보는 원칙경영’을 핵심 경영철학으로 밝혔습니다. 바른 기업, 깨어 있는 기업, 함께하는 기업의 경영이념을 실현하려 노력했습니다.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 변화와 혁신에도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 성과는 있었나요.

    “국내 담배시장을 개방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KT&G는 여전히 국내시장에서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합니다. 저를 포함한 임직원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경영 성과입니다. 115년을 이어온 KT&G의 저력이죠. 지배구조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큰 성과입니다. KT&G는 ‘소유구조의 분산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확립’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2003년 이미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기업지배 구조헌장을 제정했고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을 90%로 유지합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누구나 일하고 싶은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CEO 취임 이후 경영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취임할 당시 국내 담배사업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계속 하락했습니다. 핵심 소비층의 외국 브랜드 선호 성향이 심화됐습니다. 홍삼사업도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도 컸습니다. 2008년 12조4000억 원이던 시가총액이 2009년 말에는 8조8000억 원으로 급락했습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 어떻게 극복했나요.

    “담배사업의 경우 차별화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핵심 소비층에 어필했습니다. 그 결과 50% 중반까지 하락했던 시장점유율이 62%까지 올라왔습니다. 또 국내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판단,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수출 대상 국가를 33개에서 42개로 늘렸습니다.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주력했습니다. KGC라이프앤진을 설립해 종합건강사업에 진출했으며, 소망화장품 인수, 중국 인삼사업 개척 등 신규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했습니다. 그 결과 KT&G의 시가총액이 다시금 10조 원 이상으로 회복됐습니다.”

    ▼ 해외사업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의혹이 제기됐죠?

    “중동의 판매상(Alokozay)에게 8000억 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했다거나, 수출담배를 스스로 폐기해 부실 채권을 초래했다는 루머가 있다는 걸 잘 압니다.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건을 두고도 이런저런 말이 나왔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를 인수하면서 회계를 조작했다는 주장, 중국 진출 사업이 실패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견디기 힘듭니다.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 사실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는 세계 5위의 담배시장인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KT&G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인수가격 설정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유능한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의 판단을 기초로 했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중국 사업도 그렇습니다. KT&G는 중국시장 진출 전략에 따라 지난해 6월 뿌리삼과 봉밀절편 2종 등 신자원식품 4종에 대한 현지 생산 허가를 취득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어요. 이게 팩트입니다. 중동 사업도 알려진 것과 달리 매출채권을 잘 관리합니다.”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

    ▼ KT&G가 국내 담배시장에서 60% 넘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외국계 담배회사를 압도하는 브랜드 관리 전략입니다. KT&G는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앞세워 제품의 수입·판매에 의존했던 외국계 담배회사와 달리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혁신적이고 차별화한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을 선도해왔습니다. 예컨대 2000년대 초반 웰빙 트렌드에 맞춰 초저(超低)타르 대표 브랜드로 출시한 ‘더원’이나, 전 세계 초슬림형 담배시장에서 부동의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에쎄’ 등이 그렇습니다. 국내 최초로 LIP(저발화성) 담배 제조 기술인 ‘블루밴드’를 개발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거나, 품질실명제, 42번의 품질검증시스템 등을 통해 품질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던 것도 소비자의 신뢰 제고와 시장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합니다.”

    ▼ KT&G의 구체적인 해외진출 전략은 어떻습니까?

    “KT&G의 해외진출 전략은 ‘현지화를 통한 신시장 개척 및 성장 강화’와 ‘글로벌 브랜드 육성을 통한 수익성 제고’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이란, 터키에 이미 현지 공장을 세워 가동 중이고, 중국·미국·인도네시아에 현지 영업망을 설치했으며,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기업을 M·A(인수합병)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브랜드이자 러시아, 동남아 등지에서 인기몰이 중인 ‘에쎄’를 비롯해 ‘레종’ ‘보헴’ ‘토니노 람보르기니’ 등을 내세워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KT&G의 글로벌 성장 전략과 연계해 해외 현지 제휴, 브랜드 라이선싱 등 사업구조의 다양화를 통해 글로벌 미진출국을 적극 개척해나갈 계획입니다.”

    세계 담배시장은 필립모리스(PMI),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제이티(JTI), 임페리얼토바코(ITG) 등 이른바 세계 담배산업계의 빅4가 중국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담배시장의 약 71%를 차지한다. 사실상 과점시장인 셈이다. KT&G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수량 343억 개비, 금액으로는 5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KT&G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도 말씀해주시죠.

    “건강보험공단이 행사하겠다는 구상권이 법적 구성요건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공단 주장의 핵심 근거는 흡연자들을 상대로 한 문진 응답 자료입니다. 그런데 흡연 외에도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주 많습니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개인 병력 등이죠.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작성된 문진응답 자료가 법적인 자료로 인용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봅니다. 면밀한 사전 검토 없이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이미 담배에는 연간 약 1조7000억 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돼 있습니다.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돈은 사실 흡연과 관련된 사업에 지출돼야 하는데, 현재 징수액 대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데 충당합니다. 흡연 관련 의료비를 환수하겠다는 이번 소송에 앞서 이미 담배 소비로 걷는 부담금 운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배 소송, 무리하고 부적절

    ▼ 현 정부에서 상생경영이 화두입니다. KT&G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KT&G에는 이미 ‘상생협력 3대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이익과 고충을 협력사와 함께 나누려 마련한 방안입니다. 농가 소득을 증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도 벌입니다. KT&G는 또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합니다. 사회복지사업, 장학사업, 문화예술사업, 기부봉사 등 총 4개 분야에서 매년 5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사업을 펼치며 국내 대표적 사회공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상펀드’와 ‘기부청원제’입니다. 상상펀드는 임직원이 매달 일정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그와 동일한 금액을 회사가 내놓아 조성하는 사회공헌 기금이고, 기부청원제는 임직원이 직접 수혜자를 발굴해 도움을 주는 방식입니다.”

    ▼ 마지막으로 KT&G의 중장기 성장전략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KT&G는 담배와 홍삼사업을 주력으로 건강기능식품, 제약, 바이오, 화장품, 부동산 사업을 합니다. 이 중 국내시장 넘버원으로 시장을 리드하는 담배와 홍삼은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만족을 극대화해 국내시장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습니다. 이제는 협소한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로 눈을 돌려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공략해 지속 성장을 꾀할 것입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제약, 바이오, 화장품 등 회사의 미래를 짊어질 신성장동력 사업은 단기 성과 추구를 지양하고 길고 멀리 보는 관점에서, 철저한 소비자 지향의 경영으로 펀더멘털을 강화해 각 사업이 내실 있게 커가도록 성장전략을 추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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