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호

“나는 매일 밤 미국으로 쇼핑 간다~”

인터넷 쇼핑 즐기는 해외직구족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4-02-20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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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 이른바 해외직구족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 비싼 배송료와 세금을 내고도 국내 판매가의 절반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을 일컫는 이 단어가 지난 연말 대한민국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싹쓸이했다. 이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直購)족’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준다.

    해외직구족인 직장인 A씨가 지난 연말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품은 총 20여 종. 평소 눈여겨보았던 티셔츠부터 스피커, 비타민제, 심지어 ‘신발정리용 도구’처럼 사소한 물건까지 모두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했다. 특히 그가 구매한 외장형 DVD 라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된 LG전자 제품이었다. 그는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물 건너온 물건이 더 싸다?

    “일단 가격이 저렴합니다. 같은 물건을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말에는 대대적인 가격 할인행사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거기다 지난 연말엔 비씨카드사가 해외 사이트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해외배송비를 카드사에서 대납해주는 행사를 진행해 배송비 한 푼 안 내고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모조리 구매할 수 있었죠. 흥청망청 술 마시고 유흥비로 탕진하는 것보다 훨씬 뿌듯하고 기분 좋은 연말을 보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여름 온라인 쇼핑족 1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4.3%가 “해외 인터넷 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건수는 2010년 318만 회, 2억4200만 달러에서 2011년 500만 회, 4억31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2012년에는 720만 회, 6억42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나는 매일 밤 미국으로 쇼핑 간다~”
    해외직구족의 성장으로 인천공항세관이 북적인다. 인천공항세관은 2013년 한 해 해외 인터넷 쇼핑을 통한 국제특송화물의 반입량이 전체 1000만 건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외 인터넷 쇼핑 건수는 전체 특송물량과 대비해 2008년 29%(195만 건)였으나, 2011년에는 50%(506만 건)를 넘은 후 2013년에는 전체 69%(1003만 건)를 기록했다.

    몇 해 전만 해도 해외직구는 인터넷과 외국어에 익숙한 소수 젊은 네티즌의 ‘마니아적인’ 문화였다. 외국어로 된 어려운 제품 설명과 구매방법을 해석하고, 까다로운 해외 배송 절차를 확인해가면서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던 것. 용기를 내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거나 국내산에 비해 제품 질이 확연히 높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네티즌은 해외직구를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직구가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해외직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비싼 배송료와 세금을 치르고 나서도 국내 판매가의 절반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많아졌기 때문. 게다가 해외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위해 비싼 배송비에 대행 수수료까지 지불해가며 배송대행업체를 이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생겨났다. 이제 해외 쇼핑몰을 이용한 직구는 사치나 허영이 아닌 알뜰족의 스마트한 발품 팔기로 인식된다.

    한편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가 발효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물품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1.3%가 “FTA 체결 이후에도 해외 브랜드 상품가격은 동일하거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관세장벽은 낮아졌지만 유통비 절감으로 인한 이득이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고 있지 않은 것. 반면 해외직구를 이용할 경우 과거와는 달리 관세 부담이 적어 유통비 절감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유난히 국내에서만 ‘가격 콧대’가 높은 것은 수입 물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같은 모델의 전자제품을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한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 연말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삼성 스마트 TV를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려는 한국의 소비자들 때문에 일부 배송지 대행업체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에서 결제할 때 붙는 국제카드 수수료 1%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비씨글로벌카드의 인기 역시 폭발적이었다. 2011년 발급되기 시작한 이 카드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400만좌를 돌파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겨냥해, 한시적이긴 했지만 아마존 결제 건에 한해 배송비 무료행사를 진행한 것도 크게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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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해외직구 사이트 이용법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www.amazon.com)이나 미국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www. ebay.com), 6pm(www.6pm. com)이나 아소스(www.asos.com) 같은 의류 전문 쇼핑몰, 아이허브(www. iherb.com) 같은 건강식품 전문 쇼핑몰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접 신용카드나 페이팔(인터넷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 물품을 선택한 후 카드 결제 후 직접 배송을 받거나 몰테일(post.malltail.com), 오마이집(www.ohmyzip.com), 아이포터(www.iporter.com), 고투코(www. gotokor.com), 유니옥션(www.uniauc.net) 등의 배송 대행지(일명 배대지)를 거쳐 제품을 받는 방식이다.

    해외직구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외국어 사용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방법만 제대로 알면 구매가 가능할 정도다. 대표적인 해외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의 경우 주소창에 사이트 주소를 입력한 후 오른쪽 상단 ‘Sign in’을 클릭, 자신의 e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Sign in using our secure server’라고 쓰여 있는 노란색 바를 클릭해 회원가입 페이지로 이동한다.

    자신의 영문 이름과 e메일 주소, 비밀번호를 각각 입력한 다음 ‘Create account’라고 쓰인 노란색 바를 클릭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가입 절차만 따진다면 국내 인터넷 쇼핑몰보다 훨씬 간편한 셈이다.

    가입이 완료되면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 왼쪽 상단의 ‘shop by Department’를 클릭해 구매를 원하는 물품의 종류를 선택하고 국내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방법으로 물품을 골라 제품의 사이즈나 수량 등을 선택한 후 ‘Add to Cart’를 클릭한다.

    자신이 선택한 물품의 사이즈와 수량 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Proceed to checkout’이라고 쓰인 노란색 바를 클릭한 후 아마존에 가입할 때 입력한 e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를 다시 한 번 입력하고 ‘Sing in using our secure server’를 클릭, 마지막으로 자신의 영문 이름과 배송대행지 주소를 입력하고 나서 ‘Continue’를 클릭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주문을 마치면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결제는 무료배송인 ‘Free Shipping’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비자나 마스터, 아멕스, JCB 등 해외 구매가 가능한 신용카드에 기재된 자신의 이름과 카드번호, 유효기간을 입력하고 ‘Add your card’를 클릭한 후 결제 화폐 단위로 U.S Dollar(USD)를 선택, ‘Continue’를 클릭한다. 결제 화폐를 한화로 선택할 경우 환율에 따라 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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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쇼핑몰 이용 돕는 ‘배대지’

    결제를 끝내고 나면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라는 메시지가 뜨지만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할 경우 이틀 만에 배송이 완료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1년에 79달러의 연회비를 내야 한다.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Place your order’를 클릭해 결제를 완료한다.

    배송대행지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별 직배송을 받는 것에 비해 배송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해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해외 쇼핑몰 제품도 해외의 배송지를 거쳐 국내로 반입하는 방식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배송대행지의 이용 방법은 간편하다. 우선 배송대행지에 가입해 물건을 받을 해외 주소지를 지정하고, 해외쇼핑몰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한국의 주소 대신 배송대행지의 주소를 기입하면 된다. 결제가 끝나면 배송대행지 사이트를 방문해 자신이 구매한 해외 물품에 대한 정보를 기입하고 책정된 운송비를 결제하면 된다.

    지니집(www.geniezip.com)처럼 전 세계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들을 종류별로 리스트업 해놓고, 구매를 원하는 제품을 클릭하면 각 제품을 판매하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가 자동으로 연결되도록 해놓은 일종의 검색 사이트 기능을 겸비한 배송대행 서비스 사이트도 있다. 이런 사이트를 이용하면 제품 검색을 위해 전 세계 쇼핑몰에 일일이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나는 매일 밤 미국으로 쇼핑 간다~”

    2월 5일 해외직구족의 국제특송화물로 번잡한 인천공항세관.



    “나는 매일 밤 미국으로 쇼핑 간다~”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쇼핑몰에서 삼성 TV를 구매하는 미국인. 블랙프라이데이에는 한국의 ‘해외직구족’도 바빠진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해외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해외에서 제품 구매부터 배송까지 대행해주는 구매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위즈위드(www.wizwid.com), 품바이(www. poombuy.com) 등 쇼핑몰처럼 운영되는 구매대행 사이트에는 국내 종합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듯 각 해외 쇼핑몰에서 수집한 물품이 종류별로 분류돼 있는데다 한국 화폐 단위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어 해외 사이트 이용에 따른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일단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를 원하는 물품을 찜해놓은 후 비드바이(www. bidbuy.co.kr), 모두바이(www.modubuy.com), 겟츠(www.gets.co.kr), 보다존(www.bodazone.com), 지오패스(www.geopass.com)와 같은 구매대행 서비스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구매대행 서비스 사이트들은 소비자가 자신이 검색한 상품의 링크를 올리고 결제를 진행하면 해당 구매대행 업체가 이를 대신 구매해 한국까지 배송해준다.

    해외직구족이 입는 가장 큰 손해는 배송 시 제품 파손에 따른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렵고 AS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설령 AS가 가능하다 해도 다시 본국으로 돌려보냈다가 되돌려 받는 데 걸리는 시간과 배송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전자기기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이라 해도 국내 AS가 가능한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파손, AS 불가로 피해

    마약류나 총기류, 지적재산권 침해물품, 가연성 향수나 스프레이, 수표나 화폐, 가공농산물이나 가공 육류 등 수입통관이 금지된 품목이 아닌지도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스피린 같은 단순 의약품이나 영양제 등도 수입 불가 방침이 내려진 품목의 경우 전량 폐기되거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판별이 어렵다면 관세청에 사전 문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물품에 따라 책정되는 관세가 달라지므로 이 또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의류나 신발, 도서는 총 결제금액이 200달러 미만이면 관세를 내지 않고, 이외 물품은 물품의 금액과 해외배송비가 15만 원 미만일 때만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품을 구입한 날짜가 각기 달라도 통관 날짜가 같을 경우 합산과세 대상이 되므로 주문일과 통관일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바뀐 관세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4월 1일부터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분기별 5000달러 이상일 경우 관세청에 자동 통보되도록 했다. 앞으로는 해외여행 등을 통해 직접 구매는 물론 해외 인터넷 쇼핑을 통한 소비지출이 분기별 5000달러 이상이면 입국 심사를 따로 받는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해외 사이트 이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비자나 마스터, 아맥스와 같은 글로벌 제휴 카드다. 하지만 해외 사이트의 경우 대부분 할부결제가 불가능하므로 결제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박위익 비자카드 상무는 “해외직구 시 배송과 제품 하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사이트를 고집하기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검증된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라 조언했다.

    그는 “단순한 배송 누락 사례라면 카드사에 이의 신청이 가능하다”며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한 물품이 배송되지 않는다면 당황하지 말고 카드사에 문의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제품 파손이나 하자로 인한 반품의 경우는 카드사에서도 손쓸 수 없으므로 파손의 위험이 있는 제품이나 고가의 제품은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박 상무는 “최근 해외직구족이 늘어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등도 생겨나는 추세”라며 “이러한 카페에 가입해 하나씩 차근차근 공부해가며 방법을 터득해가는 것도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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