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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시집도 못 갔는데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중국어선 179척 나포한 해경 최유란 경사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아, 내가 시집도 못 갔는데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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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특채

▼ 전자충격기는 안 써요?

“전자충격기는 가까이서 쏴야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중국 선원들은 구명조끼에 두꺼운 솜바지를 껴입고 있어 전자충격기가 뚫지를 못해요. 반면 모래탄은 솜바지를 뚫어요. 치명적이진 않지만 맨살에 박히기 때문에 엄청 아파요. 우리가 나중에 헬기로 병원으로 이송해줬죠. 중국 선원들이 조업 나오면 술을 한잔씩 하기 때문에 총을 쏴도 아픈 줄 몰라요. 감각이 무뎌진 거죠.”

실탄은 탄통에 따로 챙겨 간다. 오발 사고의 위험성 때문이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단정에 실탄을 싣는다. 하지만 여태껏 현장에서 권총을 사용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최 경사는 “민간인에게 살상무기를 쓸 수는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 몸싸움은 없나요?



“배에 올라타기 전까지는 거칠게 반항해요. 우리가 한꺼번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한두 명씩 엄호를 받으며 올라가거든요. 우리 대원들이 갑판에 다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저항을 포기해요.”

▼ 그쪽은 몇 명이나?

“16~17명 돼요. 늘 우리가 부족하죠.”

▼ 선장, 항해장, 기관장 빼고는 다 덤비겠군.

“맞아요.”

그녀가 타는 1509함은 1500t급이다. 길이 100m, 폭은 15m쯤 된다. 1509함은 지난해 9월 해양경찰청이 주관한 ‘해상 종합전술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현장에 늘 투입돼요?

“예. 늘 따라 나가죠.”

▼ 매번 단정에 올라타나요?

“예.”

▼ 대원들 중 여경이 또 있어요?

“원래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발령 나서 지금은 저 혼자예요.”

▼ 굳이 여경이 안 나서도 되는 일 아닌가요. 남자 대원들이 싸우면 되잖아요?

“제 임무가 있기 때문에…. 제가 중국어 특채로 들어왔거든요. 중국어 잘하는 사람이 적어요. 단정이 2척인데 한 배에 한 명씩 중국어 특기자가 타죠.”

그녀는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다. 중국에 1년 유학도 했다.

▼ 단정에 오르지 않고 방송으로 하면 안 되나요?

“바다엔 바람이 거세요. 방송이 안 들리죠, 최대한 가까이 가도. 중국 어선에 건너가서 얘기해야 해요. 중국 선장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강압적인 조사예요. 근데 언어가 통하는 사람이 있으면 협조를 잘해줘요. 제가 여경이라 더 좋아해요.”

▼ 여경 앞에선 폭력을 덜 쓰나요?

“예. 단정에 있을 때는 헬멧에 진압복을 입고 있으니 여자인 줄 모르죠. 제가 배에 올라가면 태도가 조금 달라져요.”

괴테가 말한 ‘여성성의 위대한 구원’이 해적 잡는 현장에서 발현될 줄이야! 이건 중요한 얘기다.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할 만한 세계 질서의 변화는 금녀(禁女)의 성벽이 완전히 허물어진 것이다. 대표적 남성 영역인 군대만 하더라도 여성이 전투병이 되고 파일럿이 되고 함정까지 탄다. 학자들은 머잖아 여성이 명실상부하게 세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세계 질서의 재편은 단순히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지는 것을 넘어 여성성의 위대함이 구현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리플리’(영화 ‘에이리언’ 시리즈 여주인공, 시고니 위버 분)의 초강력 파워가 아니라 최 경사의 ‘부드러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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