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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이해하면서 신뢰 쌓았더니 ‘바티칸 앞잡이’에서 ‘신부님’으로”

북한서 평화·화해·나눔 실천 박창일 신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싸우고 이해하면서 신뢰 쌓았더니 ‘바티칸 앞잡이’에서 ‘신부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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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신부는 “북측 인사들이 이젠 신부님이라고 깍듯하게 호칭한다”면서 ‘바티칸의 앞잡이’라는 표현도 ‘가톨릭의 성직자’로 고쳤다고 말했다.

“북한에도 ‘신앙의 자유’는 있습니다만, 북한 사람들이 종교를 잘 몰라요. 한번은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 문규현 신부냐고 묻더라고요. 신부가 결혼하지 않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결혼 안 했다고 말하면 아가씨들이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웃어요. 통일될 때까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농담을 해줬습니다.”

북한 헌법 제68조에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다. 북한의 ‘신앙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와 다르다. ‘종교의 자유’는 ‘무종교인 또는 다른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을 포교·개종할 자유를 포함하고 있으나 ‘신앙의 자유’는 믿고, 기도할 자유만을 의미한다.

現場의 북한 전문가

“싸우고 이해하면서 신뢰 쌓았더니 ‘바티칸 앞잡이’에서 ‘신부님’으로”

박창일 신부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마음을 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신뢰를 쌓는 게 남북 관계를 푸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평화3000이 북측과 10년 넘게 별다른 충돌 없이 일한 것은 신뢰 덕분입니다. 신뢰는 행동으로부터 나옵니다. 행동이 없으면 신뢰도 없어요. 우리는 약속한 것은 지키고, 못할 일은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우리 정부가 행동으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북한도 마찬가지고요. 내가 상대방을 믿는 게 상대방이 나를 믿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천주교 부산교구 가톨릭노동상담소 소장과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도시빈민위원장, 통일위원장을 역임했다. 15년 넘게 남북을 오가면서 일한 현장의 북한 전문가다. 책, 자료로 북한을 공부한 학자나 협상 상대로 북한을 다루는 관료의 그것과는 결이 다른 통찰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북한 전문가 중 하나다. 인맥도 두텁다. 강지영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등과 10년 넘게 친분을 쌓아왔다. 북측은 지난해 6월 남북 장관급회담 협상 때 강 국장을 회담 대표로 남측에 통보했으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의 ‘급(級)’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는 적어도 평양의 경제 사정은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평양 문수물놀이장을 방문했습니다. 평양만큼은 과거보다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사람들의 돈 씀씀이가 달라졌어요. 예전엔 옷차림이 잿빛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화려해졌습니다. 지난해 4월 완공된 희천발전소에서 평양으로 전기를 끌어온 덕분에 밤풍경도 환해졌습니다.”

핵무기와 관련한 북측 인사들의 시각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무시당하지 않을 수준의 핵무기를 갖춰 미국의 위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재래식 무기로는 남측과 경쟁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소련이 붕괴한 것은 핵무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재래식 무기를 늘리는 경쟁을 계속하다 경제가 파탄 났기 때문이라고 보더군요. 남측은 핵무기가 없고 우리는 있으니 재래식 무기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다면서 군으로 가던 것을 민간으로 돌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겁니다.”

북측 인사들은 지난해 불발한 장관급회담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관급회담을 했더라면 남북관계가 확 바뀌었을 것이라면서 ‘남측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준비가 돼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산가족 상봉뿐 아니라 어지간한 것은 다 들어줄 생각이었나 봅니다.”

요리하는 칼, 사람 죽이는 칼

“‘고립으로부터의 탈피’가 2013년 초여름 북한의 정책 목표였다”고 박 신부는 설명했다.

“김정은이 2012년 4월 15일 육성 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성과물을 보여줘야 합니다. 놀이시설, 스키장을 짓고, 특구·개발구를 지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북한이 지난해 초여름 다급했던 것 같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등장 이후 중국이 북한을 쪼았지 않습니까. 북한과 중국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아요. 북한 사람들은 중국을 믿지 않습니다. 지난해 남북이 으르렁거릴 때 미국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이 서해에 들어왔어요.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죠. 앞바다로 여기는 서해에서 미군이 활개 치는 게 못마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3차 핵실험 후 다방면에서 압박을 받았습니다.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 같아요. 고립에서 벗어나는 게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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