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호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한반도 바꿀 역사적 발걸음”

크리스토퍼 힐 前 주한 美대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4-02-21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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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통일은 중국이 ‘더 나은 나라’ 될 기회
    • 김정은 2~3년 내 흔들릴 수도
    • 북핵 재가동…이보다 큰 좌절 없어
    • 북한 정권은 기억상실증 환자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한반도 바꿀 역사적 발걸음”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2005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로서 북한 핵 협상을 맡았다. 그전엔 주한 미국대사로 활동했다. 우리나라에서 지명도가 높은 이유다.

    힐 전 대사는 2월 10일 오전과 오후 천주평화연합(UPF) 주최로 열린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반도 평화 로드 맵’ 강연에 잇따라 참석해 연설했다. 여러 언론이 그의 강연 내용을 보도했다.

    인터뷰 시간 맞추려다 생고생

    그런데 그는 이 강연 하루 전인 2월 9일(일요일) 오전 서울에서 ‘신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하기로 돼 있었다. 이 약속 때문에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출발해 8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러나 비행기가 경유하는 도쿄 나리타 공항에 전례 없는 폭설이 내렸다. 비행기 이·착륙이 어려워 그는 일본 공항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25시간 정도를 공항 대합실 침낭 속에 있다가 10일 새벽녘 서울에 왔다고 한다. 잠시 눈을 붙인 뒤 국회에서 강연했다. 어찌나 고생했던지 강연에서 “굉장히 불편하게 주말을 보내고 왔다. 공항의 마루에서 잤다. 그래도 한국에 오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9일 오전에 잡혀 있던 인터뷰는 자연 취소됐다. 그는 10일 오후 국회에서의 강연 일정을 끝낸 뒤 “‘신동아’ 측이 좋다면 지금이라도 하자”고 했다. 그는 여의도에서 곧장 광화문 사거리로 와서 기자와 마주 앉았다. 공항 노숙 등 생고생으로 피곤할 터인데도 인터뷰 약속을 지켜준 점이 인상 깊었다.



    “당신은 한국에서 맥아더 장군 다음으로 인지도가 있는 미국인”이라는 몇 년 전 신문기사에서 본 내용으로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싫지 않은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힐=북핵’이므로 북한 핵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이 문제는 요즘 또 수면으로 부상했다.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했다. 1년이 지난 올 2월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이와 함께 평안북도 동창리의 장거리로켓 발사대 공사도 거의 마무리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은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배치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 클래퍼 국장은 최근 ‘북한이 영변 핵 단지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의 규모를 확충하고 있고 플루토늄 원자로도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것은 매우 부정적인 상황 전개입니다. 우리는 지난 일들을 되돌아봐야 해요. 6자회담 때 어떠한 합의가 이뤄졌는지 말입니다. 첫 번째는 원자로의 불능화였죠. 이것은 그들이 핵을 포기하는 마지막 단계는 아니죠. 그러나 이어 그들은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더 진행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했어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북한 핵을 사라지게 하려 했죠.”

    ▼ 합의하고 파기하는 일이 항상 반복됐죠. 북핵 문제를 지켜보면 데자뷰(旣示感) 비슷한 게 느껴져요.

    “우리가 북한 핵을 폐기하려고 단계적으로 소비한 지난 수년여의 시간은, 이제 여가를 즐겼던 시간이 됐어요.”

    2005년 힐 전 차관보가 참여한 6자회담에서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계획의 포기’를 담은 9·19 합의가 이뤄졌다. 또 2007년 10·3 합의의 결과로,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고 가동중단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4월 ‘6자회담 불참과 핵시설 원상복구’를 선언했다. 같은 해 5월과 2013년 2월 2차,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유엔(UN)의 제재 등이 이어지자 북한은 2013년 6월 대화 재개를 요구했다. 한미는 기존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 그러자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와 관련해 힐 전 차관보는 협상파트너였던 북한에 대한 불신감,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

    ▼ 이번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북한이 원자로를 다시 가동했다는 건 나쁜 뉴스죠.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 목표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증거들도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좋은 뉴스죠. 그러나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를 압도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핵을 계속 개발하려고 하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으니까요.”

    ▼ ‘북한이 6자회담 합의를 어겨도 핵 문제를 놓고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히 중국이 ‘북한과 계속 이야기해보자’고 말하는 편인데요.

    “중국이 그렇게 말하는 건 좋아요. 다만, 이미 동의한 토대 위에서 대화를 해야 해요. 북한은 아무 조건 없이 다시 토론하고 다시 협상하기를 원해요. 이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는 무의미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화란 이미 이전에 말해놓은 내용에 이어서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하고 이야기하는 상황을 맞게 될 거예요. 같은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같은 합의를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합의를 어기고, 이어서 같은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이보다 더 ‘좌절’을 안겨주는 일이 또 있나요?”

    ▼ 북한이 먼저 행동으로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거네요?

    “북한이 옛날 약속을 지키면서 나가야 해요. 기억력을 잃은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는 건 정말 어려워요.”

    ▼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그들은 과거에 그들이 동의해준 것들이 현재도 그들을 속박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그들과 다시 대화해 어떤 약속을 받아낸다고 해도 그들은 또 어길 테니까요. 이 점이 중요해요.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버리기로 했으면 우리는 이 약속이 지켜지는 것을 보면서 그다음 페이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

    ▼ 북한은 핵을 생존 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이 점에 동의하나요?

    “내가 보기엔 그들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아요.”

    “달에 우주선 보낸 나란데…”

    ▼ 북한이 핵을 생존의 필수 수단으로 껴안은 상황에서 북핵을 폐기할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전제가 틀렸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하는 것이겠죠.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실제의 필수 수단은 ‘핵’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전 세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죠. 북한이 이 점을 알아야 일이 풀립니다. 한번 보세요. 핵이라는 게 지금 북한을 고립하고 있고 북한에 견디기 힘든 제재를 하고 있잖아요. 또 솔직히 북한 핵을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은 북한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게 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 것이고요. 핵무기는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요.”

    ▼ 북한이 이 의견에 동의할까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 미국은 ‘지금까지의 북핵은 용인하고 추가확산을 막는 데 주력한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미국은 북핵을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핵 보유를 멈추게 하기 위해, 그것이 무엇이든-미국이 달에 우주선을 보낸 나란데-수단을 강구할 거예요. 의지를 갖고 있고 그것을 보여주려고 할 거예요.”

    ▼ 북핵 문제를 해결할 좀 더 ‘포괄적인 해결책’은 없을까요?

    “나는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어떤 대가를 필요로 하니까요. 그들이 원하는 대가가 무엇이냐 하면, 경제적 지원 같은 것이겠죠.”

    ▼ 단지 그것만으로는….

    “물론 경제적 지원만으론 핵을 포기하지 않겠죠. 그들은 여기에 더해 몇몇 나라와 새로운 관계 형성을 원해요.”

    ▼ 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고립’이 아닐까요? 경제 제재나 체제 붕괴 위험 같은 건 힘든 일이겠죠. 미국은 ‘만약 핵을 포기하면 우리가 당신들의 고립을 끝내주겠소’라고 북한에 말할 수 있나요? ‘북미 수교’까지 포함해서?

    “우리는 이미 테이블 위에 모든 칩을 올려놨어요. 심지어 북미 관계의 정상화까지요. 북한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달라’고 말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모든 것을 제시했고 단지 한 가지만 요구했어요. 핵을 포기하라고요.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진지하게 고려했죠.”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북핵 문제가 시작됐다. 이후 20여 년간 핵무기를 소유하려는 쪽과 제거하려는 쪽이 대화를 할 만큼 하기는 했다. 그러나 후자의 손에 들어온 성과물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후자의 처지에선, 전자가 핵을 갖게 됐고 그 양을 늘려가려고 하니 더 안 좋아진 셈이다. 힐 전 대사는 ‘제재’를 유용한 해결책이라고 보는 듯했다.

    ▼ 궁극적으로 ‘무엇’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을까요.

    “핵은 항상 ‘제재’를 수반하죠. 북한은 핵이 없다면 경제적으로 훨씬 나아질 수 있어요. 한번 가정해보세요.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아도 어떤 나라도 북한을 침공하지 않아요. 반대로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으로 한국, 일본, 중국 같은 주변국을 위협하는 것이죠. 그러나 한국, 일본, 중국이 진정으로 위협을 느낄까요? 핵이 북한 국익의 어떤 것에도 기여하지 않는다고 봐요.”

    ▼ 북한도 내심 핵이 없어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북한은 왜 핵에 집착하는 거죠.

    “내가 믿기에, 북한은 핵을 어떤 국가적 긍지나 자부심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우리는 핵을 가졌으니 위대한 국가다’ 이렇게 주민에게 이야기하죠. 이런 용도로 핵을 필요로 하는 듯해요.”

    “중국, 김정은에 화 나 있어”

    북한의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은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전 세계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장성택 처형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부인을 공개하고 스키장을 짓고 미국 프로농구선수와 파티를 여는 등 전혀 다른 모습도 보여준다. 한국은 이런 김정은과 상대해야 한다. 힐 전 차관은 “장성택이 중국과 매우 친했고 누군가와 경제적 거래를 했는데 김정은이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정은이 매우 잔인한(brutal)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고모부를 살해하는 행위는 그의 잔인성을 웅변한다고 봐요.”

    힐 전 차관 옆 자리의 알렉산더 만소로프 미국 존스홉킨스대 방문연구원이 부연했다.

    “김정일은 삼촌인 김영주를 살해하지 않았어요. 부주석을 지낸 김영주는 김정일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김정은은 아버지와는 매우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거죠. 김정은은 자기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자 선을 넘어 친척을 죽였어요. 다만 김정은은 친척을 동일하게 여기진 않는 듯해요. ‘피를 나눈 친척’과 고모부 같은 ‘법률에 의해 결합된 친척’을 구분해 전자는 죽이지 않고 후자는 거리낌 없이 죽인다는 거죠.”

    힐 전 차관은 만소로프 연구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힐 전 차관과의 대화.

    ▼ 장성택의 처형이 향후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면이 확실하게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장성택이라는 ‘중국과 말이 아주 잘 통하는 북한의 실력자’가 사라졌으니까요. 미국은 많은 시간을 들여 김정은을 분석해왔다고 봐요. 그러나 장성택의 처형을 가능하게 한 김정은 정권의 잔혹한 시스템에 대해선 충분히 분석하지 않은 것 같아요.”

    ▼ 김정은은 왜 장성택을 죽였을까요.

    “김정은에 대해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잔인한 사람이라는 건 분명해 보여요. 이건 좋은 성격이 아니죠. 그래서 염려가 돼요. 장성택이 회의에서 끌려나간 뒤 바로 처형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나는 장성택이 김정은 정권을 뒤틀어왔고 김정은이 이에 대해 처형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봅니다.”

    만소로프 연구원은 “장성택이 조카인 김정은을 과소평가하다 생명을 잃는 대가를 치렀다. 우리도 어쩌면 김정은의 잔인함과 비합리성을 과소평가해왔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다시 힐 전 차관과의 대화.

    ▼ 김정은이 향후 2~3년 내 북한 정권을 안정화할 수 있을까요?

    “그가 북한 경제를 얼마나 안정화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요.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게 될지가 확실하지 않죠.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천천히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국이 장성택의 처형에 매우 화가 나 있어요. 이것은 김정은에게 매우 어려운 테스트가 될 거예요.

    ▼ 중국이 김정은과 김정일을 다르게 대한다고 생각하나요?

    “중국은 김정일을 자주 초대해 정상회담을 했지만 김정은을 한번도 초대하지 않았죠. 그럴만한 적당한 환경이나 시점이 조성되면 달라지겠지만, 이 점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봅니다.”

    ▼ 중국이 김정은을 초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간단해요. 화가 나 있기 때문이죠. (3차 핵실험 등) 김정은이 6자회담 합의 내용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니까요.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이 회담을 이끌어 왔고 중국에 이 회담이 중요한데도요. 김정은은 이런 중국의 처지에 별로 관심이 없죠.”

    “매우, 매우 도움 되는 발걸음”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해외에서도 한반도 통일론을 적극 설파한다. 이에 대해 “공감한다” “뜬금없다”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북한, 미국, 중국이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

    힐 전 차관보에게 이 문제를 물어봤다. 기자가 ‘대박’을 “잭팟(jackpot)”이라고 표현하자 힐 전 차관 옆의 만소로프 연구원은 “보난자(bonanza)가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잭팟은 ‘횡재’라는 뉘앙스가, 보난자는 ‘노다지’라는 의미가 강하다는 이야기였다. 며칠 후 존 캐리 미 국무장관도 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통일은 대박’을 언급하면서 “보난자”라고 했다.

    ▼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나는 북핵 이슈를 제거하는 일이 북한지역에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질문에서 동떨어진 대답 같지만, ‘통일 대박 논의가 북핵 문제와 분리될 수 없으며 북핵 문제의 해결이 선결과제’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말한 듯했다.) 그러면서 나는 ‘마담 프레지던트(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한반도를 바꿀 ‘매우, 매우 도움이 되는 발걸음(very, very helpful step)’이 될 것이라는 데에 공감해요. 그리고 이 발언은 중국에도 과거의 어떤 부정적인 측면을 단절하고 훨씬 나은 국가로 나아가게 하는 진정한 계기가 되리라고 봐요. 확실히 통일은 굉장히 많은 것을 함의합니다. 이것은 한국에 매우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어요. 또한 진정한 도전이며 역사적인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통일을 ‘대박’이라고 한 것은 통일을 지칭하는 여러 표현 중 가장 완벽하게 훌륭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 남·북한이 통일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나요?

    “궁극적으로 매우 좋은 일이지만, 언제 될지, 어떠한 방식으로 될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성공한 이야기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줘야 합니다. 머지않아 북한 주민은 이러한 사실을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 케리 국무장관이 최근 ‘중국과 통일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중국과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중국에 ‘전술적 질문’이 아니라 ‘본질적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어요. 중국 내 많은 사람은 한반도의 통일을 미국의 승리이자 중국의 패배로 여겨 두려워한다고 생각해요. 이 점이 케리 장관이 중국과 논의하겠다고 한 이유 같아요.”

    “질문을 좀 바꾸는 게…”

    ▼ 중국은 어떤 전제조건하에서 남북통일을 용인할 것이라고 보나요?

    “질문을 좀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통일을 용인하는 주체는 중국이 아니라 한국인입니다. 통일은 중국에 의존하는 문제가 아니죠. 그 질문은 ‘중국은 어떤 전제조건하에서 남북통일에 도움을 줄 것인가’로 바꾸는 게 좋겠어요. 내가 생각하기에 중국은 ‘확신’을 필요로 한다고 봐요. ‘통일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확신 말이죠. 내 의견으로는, 지금까지 중국은 이 문제로 미국과 심각하게 토의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통일 후 한미동맹은….

    “계속 굳건할 거예요. 한미동맹은 통일한국과 미국 모두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反) 중국적’이지도 않을 거예요. 통일과 한미동맹을 중국에 부정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으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어요.”

    ▼ 미국 내 일부 전략가들은 ‘G2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공개리에 주장하는데요.

    “그 의견에 반대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미국과 중국이 더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게 좋아요. 좀 더 진실한 대화가 가능한 관계 말이죠.”

    인터뷰 자리에 먼저 와 힐 전 차관보를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으로 그와 관련된 내용을 검색했다. 그가 두어 시간 전 국회 강연에서 “일본 정치인들이 국내 문제에 너무 몰두하면서 큰 그림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 내용이 뉴스에 올라와 있었다. 힐 전 차관보에게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 협력 관계를 맺어나가는 게 중요한데 총리의 참배가 이 일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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