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 리포트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군폭(軍暴)과의 전쟁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2/5
28사단 검찰부는 가해자 4인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는데, 군인권센터와 국민 감정은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쪽이다. 상해치사 기소를 사건 축소로 봐야 할지는 28사단 검찰부와 6군단 헌병대 등이 조사하고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사건일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사건일지는 최초 수사를 한 헌병대와 수사 대상이 된 28사단 측의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대 내에서 강력 사건이 일어나면 해당 부대의 헌병대가 수사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윤 일병 사건은 28사단이 아닌 6군단 헌병대가 수사했다. 이에 대해 육군 측은 “수사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처음부터 상위 부대 헌병대를 투입했다”고 설명한다.

윤 일병 사건을 유심히 살펴본 독자라면 ‘윤 일병의 사망일을 4월 6일로 봐야 한다’는 기사를 기억할 것이다. 이는 군인권센터에서 주장한 날짜다. 반면 군이 발표한 윤 일병의 사망일은 4월 7일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상위 부대의 헌병대 투입

수사 자료는 4월 6일 오후 4시30분경, 상급자 4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던 윤 일병이 쓰러졌음을 보여준다. 주범으로 지목된 이 병장은 의무병이 아니라 앰뷸런스 운전병이었다. 윤 일병이 쓰러지자 이 병장을 제외한 가해자들은 의무병답게 윤 일병의 상태를 확인해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을 알았다(4시40분). 이 때문에 바로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 이들은 윤 일병이 숨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고 쓰러진 것으로 하자’고 합의했다.



2분 뒤 이들은 이 병장이 모는 앰뷸런스에 윤 일병을 태워 연천의료원으로 향했다. 이때 가해자 중 한 명인 지 상병은 타지 않고 대신 N 하사가 탑승했다. 앰뷸런스 안에서 2명의 가해자는 울기만 해 N 하사가 혼자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러다 이들에게 ‘윤 일병에게 산소를 투여하라’는 지시를 반복해서 내렸다.

그 시각, 부대원이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것을 안 부대 당직사령은, ‘이송된 환자가 누구이고 왜 쓰러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의무대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지 상병은 구타 사실을 숨기고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고 TV를 시청하다 고개를 가누지 못하더니 ‘저 오줌을 쌌어요’라고 해서 살펴보니 호흡이 없었다”라고 거짓 대답을 했다.

앰뷸런스가 연천의료원에 도착했으나 의료원 측은 시설이 없다며 윤 일병을 받지 않았다. 그때 주차장에서 잠시 기다리게 된 3인(N 하사 제외)은 이 병장의 주도로 “냉동식품을 먹고 윤 일병이 쓰러졌다”고 하기로 또 입을 맞췄다.

이들은 다시 앰뷸런스를 몰고 국군양주병원으로 달려갔다. 28사단에서는 지휘통제실에 있던 이모 소령이 지 상병을 호출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지 상병은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고 쓰러졌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국군양주병원에서는 윤 일병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28사단 헌병대가 기다리고 있다가 앰뷸런스가 도착하자 바로 3인을 불러 진술을 요구했다. 이들은 미리 약속한 내용대로 대답했다.

지 상병은 지휘통제실에서 내무반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K 병사 등이 지 상병을 붙잡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지상병은 K 병사 등을 향해 “어디까지 알고들 있느냐? 이 병장이 때려서 그렇게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1시간여가 흐른 저녁 7시37분쯤 이 병장 등 3인이 헌병대 조사를 받고 돌아왔다. 이 병장은 바로 지 상병을 붙잡고 “입을 맞춘 대로 이야기하라”고 했다. 입실 환자인 다른 병사들에게는 “그때 당신들은 자고 있었던 것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포대장에게 구타 제보

지 상병으로부터 진실을 전해 들은 K 병사는 고민하다 동료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의견을 구했다. 동료는 포대장에게 보고할 것을 권했다. 국군양주병원도 윤 일병을 처치하지 못해 그날 밤 윤 일병을 구급차에 태워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보냈다. 그 시점에 K 병사는 포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윤 일병은 냉동식품을 먹고 갑자기 쓰러진 것이 아니라 이병장과 의무병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제보했다. 그때가 오후 10시10분쯤이었다.

그런데 무슨 느낌이 들었는지 10시40분쯤 지 상병은 K 병사에게 “윤 일병이 차라리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만 입 닫고 조용히 있으면 잘 마무리될 수 있다”며 비밀 유지를 당부했다. 밤 11시가 되자 포대장이 모든 의무병과 의무대에 입원해 있는 병사를 대상으로 면담에 들어갔다.

4인은 미리 맞춰놓은 대답을 했다. 그러나 포대장은 K 병사가 아닌 다른 병사로부터도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5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목록 닫기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