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 그러나 집창촌을 제외한 영역에선 그 영향력이 미미해졌다는 여론이 높다. 물론 한쪽에선 여전히 이 법의 유효성을 주장한다. 우리 사회의 ‘홍등(紅燈)’은 과연 꺼질 수 있을까. 상반된 인식을 가진 두 단체의 여성 관계자 대담을 통해 성매매 문제 해법을 모색해본다.
■ 장 소 :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회의실
■ 패 널 :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사미숙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持志)’ 활동가(여성문화이론연구소 도서출판 ‘여이연’ 편집장)
■ 사 회 · 정리 : 김진수 기자
사회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법이 성매매 근절을 위해 일정한 성과를 내온 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법 시행 이전과 지금의 현실이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강월구 지금의 현실이 달라진 게 없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아요.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줄어야 하는데 아직도 성매매와 성산업이 성행하는 걸 두고 그렇게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피해여성을 상담하고 24시간 생활시설에 보호하고 직업훈련을 하며 사회성도 기르게 돕는 자활지원센터 등 관련기관이 전국에 91개소 있습니다. 법 제정 전엔 그런 게 없었죠.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최고 등급인 1등급에 속합니다. 정부가 법적, 제도적으로 대응을 잘하는 나라가 1등급을 받죠. 그 키포인트가 바로 자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잘 구축된 피해여성 지원체계입니다. 또한 특별법 덕분에 성매매가 불법이고 범죄라는 국민 인식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기업이나 공직사회에서 술 접대, 성 접대가 많았는데, 법 시행 이후 그런 접대 문화가 크게 줄어든 긍정적 영향도 있어요. 성구매 남성과 성매매 알선 업주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훨씬 강해졌고요.
사미숙 누구의 관점에서 어떤 현실을 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성노동자권리운동을 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말할까 합니다. 성매매를 없애야 한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본다면 가시적인 성산업, 즉 집창촌 수와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것, 그리고 해당 지역이 재개발과 도시 미화사업으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상업지대로 탈바꿈했다는 건 굉장한 효과로 보이겠죠.
하지만 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이란 관점에서 보면, 성매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이전보다 크게 강화됐기 때문에 그들의 생계가 훨씬 불안정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성매매가 불법이라고 명시됨으로써 성노동자들이 범죄자라는 낙인을 계속 떠안게 됐습니다. 그들이 실제적으로 느끼는 인권침해의 문제에서 보자면, 경찰과 손님으로부터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더 취약해졌고요.
‘풍선’은 아예 터뜨려야
사회 특별법이 되레 ‘특별한 성매매’, 즉 음성적 성매매를 조장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른바 ‘풍선효과’를 일컫는데요. 실제로 법 시행 이후 집창촌 여성 상당수가 음성적 성매매 현장으로 옮겨갔다고 알려졌죠.
강월구 풍선효과라는 게 바람직한 용어는 아니라고 봅니다. 특별법 때문에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는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별법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음성적 성매매는 있었어요. 음성적 성매매가 활개 치는 건 음성적으로 해야 더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풍선효과를 없애려면 더 큰 압력으로 아예 풍선을 터뜨려야 한다고 봅니다. 경찰의 단속과 처벌이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거죠.
사미숙 그 해결책에 대해선 강 원장 견해와 뜻을 달리하지만, 특별법이 풍선효과를 불러왔다는 데는 저 역시 동의하지 않아요. 지금은 사람들의 성적 욕망 자체가 상품이 되는 시대예요. 후기산업화 시대라는 변화에 발맞춰 성적 욕망도 그렇게 변해온 겁니다. 그런 흐름에 따라 특별법이 아니어도 다양한 성매매 업종은 생겨났을 거란 이야기죠.
다만 집창촌이라는 눈에 보이는 공간이 단속의 집중 타깃이 되다보니 성구매 남성의 시선과 발길을 음성적인 곳으로 이끄는 걸 가속화한 면은 있다고 봅니다. 그렇더라도 한국적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일상에서 원활히 풀리지 않는 성의 문제 등으로 성산업이 비대해진 게 오히려 풍선효과라는 단어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매매 문제에 관해 대담하는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오른쪽)과 사미숙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활동가.
사회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성매매가 끊이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강월구 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부터 지금까지 경찰의 성매매 단속 건수를 살펴보면, 정부의 의지에 따라 늘거나 줄거나 했어요. 이는 법 집행에 일관성이 결여된 탓이죠. 단속돼도 16시간짜리 존스쿨 교육(성매수 초범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기소유예 대신 받는 재범방지 교육) 이수만으로 마무리되니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지 않는 겁니다.
사미숙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는지는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봅니다. 특별법 발의엔 2000년 전북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로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성매매를 해온 집창촌 여성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난 데 따른 여론 형성 등 여러 가지 면이 작용했어요.
그런데도 왜 집창촌 여성이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특별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했을까요? 왜 길거리로 나와 ‘성매매 합법화’ 시위를 벌였을까요? 즉 성매매 자체가 해당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지, 성매매와 인신매매는 과연 같은 것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최근 판례를 보면 법원의 태도조차 명확지 않아요. 여성의 인권을 얘기했다가, 때론 미풍약속을 강조합니다. 만일 여성 인권이 문제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성노동자에게 인권이 무엇인지, 당사자 얘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그게 인권의 출발입니다. 하지만 특별법 발의 당시 성매매 피해여성이 아닌 다른 성노동자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풍양속이란 것도 사회 변화에 따라 같이 변하는 겁니다. 옛날 기준의 미풍양속대로라면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는 죄다 범죄자이거나 정신병자여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그들이 스스로 인권운동을 벌이면서 사회의 시선도 점차 바뀌었어요. 누구 처지에서 여성 인권인지, 미풍양속이나 성도덕은 과연 성노동자의 인권보다 중요한지, 이런 점을 제대로 논의해야 합니다.
인권침해 vs 노동권 침해
강월구 저는 성매매를 노동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노동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그 직종에 대해 내놓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편견이 굉장히 심해 성매매를 노동이라고 스스로 밝히기 힘든 상황이죠.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에서 조사해보니 ‘성매매를 한다’고 등록한 이들이 5년 동안 단 1%밖에 안 됐어요. 반면 업주들은 마치 거창한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인 양 명함을 파고 다닙니다.
또한 성매매 현장이 해당 여성의 안전을 얼마나 위협하는 환경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1대 1로 은밀한 공간에서 만나 돈을 내고 성을 구매하는 남성은 소위 말하는 ‘갑(甲)’의 지위에 있어요. 권력을 가진 거죠. 그런 상황에서 남성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마약 투여를 강요하는 등 별의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환경에 노출된 채 성매매를 하는 걸 두고 노동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이 입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는 굉장히 큽니다. 보통은 어린 시절의 가난, 방임, 아동 학대, 친족에 의한 성폭력, 가정폭력 등에 노출됐다가 가출 후 성매매 현장으로 유입된 경우입니다. 또한 표본집단에 대한 조사 결과, 성매매 피해 여성의 68%가 자살 시도 경험을 가졌어요. 이런 사실에서 보듯,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인데, 그걸 노동이라고 보긴 힘들죠.
사미숙 강 원장 말씀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2003년 성매매가 비(非)범죄화된 뉴질랜드의 성매매거리 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감동을 받았어요.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사업과 현재 성매매를 하는 성노동자의 노동조건과 환경을 개선하려는 사업을 같이 하더군요. 우리 성노동자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도 그런 모델입니다. 그래서 어느 한쪽의 목소리만 들어선 안 된다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에선 모든 노동에 위계가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내가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없는 직업도 분명 존재해요. 그렇다고 ‘그건 직업이 아니야’하고 낙인찍을 순 없는 겁니다.
또한 인권을 위협하는 환경이 있다면, 그 자체를 개선해야지 그냥 쓸어버려선 안 되죠. 따라서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과 탈(脫)성매매 운동을 하더라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 자발적 성노동자의 얘기에도 똑같이 귀 기울여야 합니다. 실제로 성노동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넌 피해자다’ ‘자립시켜주겠다’는 거예요.
사회 성매매 피해여성과 자발적 성노동자에 대한 지원 정책이 투트랙(two-track)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건가요.
성매매와 인신매매
강월구 성매매 여성은 통상 본인이 자영업자로 일하기보단 업주가 관리합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감시와 협박, 고리사채 행위가 일어납니다. 7월에만 해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성매매 집결지(여성단체들은 집창촌 대신 ‘집결지’라는 용어를 쓴다)인 ‘텍사스촌’에서 수십 명의 여성을 감금한 채 성매매를 강요한 조직폭력배가 붙잡히지 않았습니까. 하루 성매매 할당량을 주고, 몸이 아프다고 하면 ‘주사 이모’라는 사람까지 불러 항생제, 진통제를 맞혀가면서 일을 시켰다고 하잖아요. 특별법에 의하면, 이런 경우엔 당연히 피해자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경우 피의자로 처벌받을 수 있죠.
저는 무엇보다 사람의 몸을, 성을 사고판다는 것 자체가 폭력적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신매매 중 79%가 성 착취를 위한 거예요. 나머지는 강제노동, 장기적출, 강제결혼 등이고. 그 정도로 성매매는 인신매매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한국 여성이 미국, 일본, 호주 등지로 팔려가 현지에서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잡혀간 사례도 많지 않나요?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에서도 실제 성매매 여성의 70~80%는 자국보다 못사는 인접 국가 여성들입니다. 성매매를 합법화한 나라에서 인신매매가 더 많다는 통계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투트랙으로 가는 건 굉장히 위험합니다.
사미숙 인신매매와 성매매의 관련성은 어느 기관에서 뭘 토대로 통계를 냈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지지’의 자료에 따르면, 인신매매와 성매매는 큰 관련성이 없어요. ‘지지’는 2005년부터 경기 평택시의 쌈리 집창촌 여성들과 연대해왔는데 특별법 제정 당시 그곳 성노동자들이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라는 조합을 만들었어요. 국내 초유의 일이었죠. 그래서 성산업인(업주)들과 노사협약을 맺고, 스스로 노동조건을 정했어요. 이를 토대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을 신청했는데, 거부당했죠. 하지만 민성노련은 일반의 편견과 달리 업주가 성노동자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관계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업주와 성노동자가 협상할 수도 있는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그만큼 성노동자들에게도 조직적인 힘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임파워링(empowering)해서 억압적 구조를 깨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몸과 성을 판다는 건 반(反)성매매를 외치는 이들의 표현일 뿐, 정작 성노동자들은 몸을 판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몸을 팔았다면 몸이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체를 이용하는 모든 육체노동자는 그럼 몸을 파는 것 아닌가요? 성노동자는 성적 서비스를 파는 겁니다. 그리고 성 상품화 문제는 성매매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녜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어요. 결혼 시장에서 여성의 섹시함을 따지는 건 성 상품화 아닙니까. 유독 성매매만 타깃이 되는 건 직접적인 성교가 이뤄지기 때문이겠죠. 저는 그런 성도덕의 이중성이 되레 문제라고 봐요. 일부일처제 이성(異性) 결혼제도 테두리 안의 성만 깨끗하고 그밖의 것은 추하다고 낙인찍는 성적 엄숙주의 말이죠.
강월구 성매매 여성의 일에 대해 더럽다, 추하다고 생각진 않아요. 다만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게 됐을 때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거죠.
합법화와 비범죄화
사회 그렇다면 출장마사지, 전화방, 오피방, 키스방, 귀청소방 등 각종 신·변종 업소를 통해 소규모로 이뤄지는 성매매와 유사 성행위, 즉 집창촌 밖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강월구 초지일관 강조하고 싶은 건 특별법이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경찰인력을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따라 단속 건수가 항상 달라질 수 있고, 법 집행 또한 느슨하다보니 신·변종 업태가 더 활발히 등장하는 것이므로 무엇보다 법 집행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러 방안이 있을 텐데, 일례로 현행법상 성매매는 불법이므로 그에 따른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데, 그것도 철저히 이뤄져야 합니다. 성매매가 지속적으로 벌어진 건물의 소유주에게 해당 사실도 수시로 통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인 만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범람하는 성매매 관련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차단 작업을 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합니다.
사미숙 신·변종이란 용어 자체가 나쁜 건 아니죠. 다만 이 말에 이미 낙인이 찍혀 있다고 봐요. IT 발달에 따라 많은 산업 분야에서 업종, 업소가 변화하는데 언론은 꼭 성산업 분야에만 신·변종이란 표현을 씁니다. 저는 성매매가 일상으로 파고들기 때문에라도 하루빨리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집창촌보다 개별적이고 고립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매매가 성노동자에겐 훨씬 위험하기 때문이죠. 성구매 남성에게 어떤 일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어요. 이미 자신이 범죄자이기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할 수 없죠.
그 때문에 성노동자가 원하는 건 국가가 엄격히 통제, 관리하는 독일식의 규제적인 성매매 합법화가 아니라 뉴질랜드식의 성매매 비범죄화입니다. 독일식 규제주의(관련법은 존재하되, 그 법 테두리 안에서 일정 부분 성매매를 허용하는 제한된 금지주의)를 택하면 합법화돼도 신상 기록이 남기 때문에 스스로 자영업자가 되길 원하는 거예요.
지난해 대만이 성매매를 합법화했는데, 그곳 성노동자들이 원래 대만 정부에 요구했던 건 2~3명이 한 집에서 기거하며 자영업을 하는 거였어요. 그래야 정보 공유 및 안전 문제가 해결되니까. 그렇게 나름의 생존방식을 찾았음에도 대만 정부는 결국 특별구역을 지정함으로써 독일 방식을 따랐어요.
스웨덴 모델을 보는 시선
사회 일각에선 ‘제한적 공창제’를 허용하자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몇몇 국가에선 공창제를 실시하는데요.
사미숙 그게 독일식 규제주의죠. 저는 반대합니다. 전면적인 성매매 합법화가 이뤄져야죠. 독일 성노동자들에 따르면, 행정당국이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관련 정책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해요. 또한 일정한 테두리 내에서 성매매를 하라면 거기서 배제되는 자발적 성노동자도 생기고 국가가 특별히 관리를 하는 만큼 계속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어요. 국가가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정책인 만큼, 성노동자로선 환영할 수 없는 거죠.
강월구 제한적 공창제는 여성단체에서도 반대합니다. 물론 ‘지지’ 측과 이유는 다르지만. 제아무리 안전장치를 잘 갖춘다고 하더라도 성을 돈 주고 산다는 행위 자체가 폭력적인 것이므로 성매매 여성이 공정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기 힘들다고 봐요. 공창제는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닙니다.
사회 특별법에 한계가 있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뭐라고 봅니까. 더불어 해결 방안은요?
강월구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 단체들도 성매매의 비범죄화를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매매 여성만 비범죄화하자는 게 핵심이죠. 반면 성매매 알선 업주나 성구매 남성은 범죄자로서 계속 처벌해야 한다는 겁니다. 바꿔 얘기하면 성매매 수요부터 차단하겠다는 거죠. 사실 성매매가 현장에서 적발돼도 증거로 확보할만한 건 매우 적어요. 당사자끼리만 알기 때문이죠. 그럴수록 진술이 굉장히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데, 그게 스웨덴식 모델이에요. 성매매를 하면 처벌받는다는 국민 의식을 더욱 확산해 성매매 자체를 줄여나가면서 그런 성매매가 더 이상 없도록 하는 게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 보장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미숙 그와 관련해 ‘지지’는 지난해 9월 ‘성노동 비범죄화’를 모색하기 위한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열었어요. 성노동자가 많이 참석했죠. 성매매 여성만 비범죄화하자는 스웨덴식 모델은 유럽 다른 국가들도 환영하면서 많이 도입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특별법 제정 논의 당시 이미 거론된 모델이고, 특히 여성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밀었어요.
그런데 손님만 처벌하게 된다면 성노동자의 생계는 당연히 불안해지겠죠? 스웨덴식 모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국제성노동자연대 쪽에서 계속 나옵니다. 성노동자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려면 손님이 처벌받지 않도록 보호해줘야 한다는 비판이죠. 성매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콘돔까지 삼켜야 하느냐는.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인권을 인권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피해여성 전폭 지원 바람직
사회 성매매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어떤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봅니까.
강월구 현재 국가 예산으로 성매매 피해여성에게 여러 가지 지원을 합니다. 문제는 관련 예산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그렇다보니 성매매 여성들이 생계 문제부터 거론하는 거죠.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게 된 성매매 피해여성들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는 성매매 여성이 피해자가 돼서 국가 지원체계 내로 들어오면 3년간 760만 원 범위에서 법률구조, 의료지원, 심리치료, 직업훈련 등의 지원을 받게 되는데, 이는 지나치게 적은 액수죠. 따라서 그것 외에 최소한의 생계비라도 지원하고 주거문제도 해결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그게 이뤄지려면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부터 버려야겠죠.
사미숙 피해여성 지원을 확대하자는 주장엔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모두가 피해자는 아니라는 겁니다. 성매매 여성 모두를 피해자로 보는 시선은 옳지 않아요. 그렇기에 편견이 생기죠. 성노동자가 여성단체에서 찾아오는 걸 싫어하는 이유는 ‘네가 하는 이 일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으면서 자꾸 자기부정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그게 불편하고 싫은 거죠.
따라서 탈성매매를 원하는 이들에 대한 전폭적 지원 못지않게 다른 한편으로 성매매를 통해 어쨌든 생계유지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도 더 안전하고 나은 직업 환경을 마련해주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심지어 5월엔 정부가 조직폭력이나 성매매와 같은 범죄 수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사람에게 최고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어요. 성매매와 조직폭력이 같은 선상의 범죄인가요?
사회적 빈곤과 인권 의식이 성노동 문제의 근간임에도 그에 대한 이해는커녕 성노동자를 점점 더 인권 사각지대로 내모는 어처구니없는 조치입니다.
강월구 인권을 운위하는 여성단체 사람들이 성매매 여성을 만날 때 “너희가 하는 일은 무조건 나쁘다”고 한다면 그건 잘못된 접근방식이죠. 다만 여성단체 쪽에선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부작용을 워낙 많이 접하게 되니까 합법화 반대 주장을 펴는 겁니다. 흔히 집결지를 없애면 혼자 사는 남성, 장애인, 노인은 어떻게 하느냐고들 하는데, 피해여성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사람이 성욕 해소를 위해 찾아오는 것보다는 오히려 평범한 가정을 가진 남성이 자기 내부의 분노를 표출하려 찾아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해요. ‘내가 돈 주고 산 상품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으로 피해여성을 대한다는 거죠. 그런 변태적 성향의 남성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경우가 많은데, 무언가 특별한 부탁을 거절하면 이내 폭력을 행사하곤 해요. 그런 걸 봐서라도 합법화는 절대불가입니다.
권력의 평등 추구
사미숙 그런 권력관계의 불균형 문제는 그것이 평등해지도록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권력관계를 아예 없애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기울어진 것을 최대한 평등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결혼제도도 그렇게 진화해온 것 아닌가요? 평등이야말로 여성운동의 핵심이었어요. 모든 소수자나 약자를 위한 운동도 당사자들의 힘을 결집해 권력의 평등함을 추구해온 겁니다. 성매매 문제도 그런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사실 성매매가 ‘여성 몸의 성 상품화’냐, ‘성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보장’이냐 하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에서 보면 양자 간 접점을 찾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대담은 두 시각의 공감 여지가 전혀 없진 않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뜻 깊은 자리입니다. 어느 사회도 ‘균질한 사회’가 아닌 만큼, 무엇보다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할 듯하네요. 두 분 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