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주요 혁신 과제로 삼은 포스코가 ‘솔루션 마케팅’으로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기술지원과 영업지원 등 제품 개발의 영역을 넘어선 다각적인 서비스를 개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상생의 윈윈’을 꾀하려는 전략이다.
4월 삼성중공업 본관에 박대영 사장으로부터 LNG운반선 관련 설명을 듣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오른쪽).
고객이 쓰기 가장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솔루션 마케팅입니다. 모든 제품에 대해 고객이 고민하는 바를 ‘패키지’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야 합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3월,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소 내 고객이용기술 인력을 철강산업본부로 이동시켰다. 연구원과 현장 직원이 머리를 맞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솔루션 마케팅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가장 먼저 고객이 만족할만한 우수한 품질을 갖춰야 하는데, 고품질의 고급 강재를 생산하다보면 생산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조직 개편과 발빠른 대응
포스코가 추진하는 새로운 솔루션 마케팅의 가치는 단순히 고객의 수요를 발굴하고 강종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기술과 이에 필요한 인력 구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특히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된 ‘철강솔루션센터’는 시장지향적 제품개발과 안정적인 고급재 생산, 판매 확대 지원 등 제품 판매 전후로 제공되는 고객 서비스를 통합 관할해 서비스 품질 향상의 견인차 구실을 한다.
포스코는 앞으로 솔루션 제공을 원하는 고객사의 요구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 거점에 기술서비스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사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동적 서비스에서 고객사에 필요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연구해 제공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쳐 고객사와 동반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실제로 권 회장은 4월 4일, 직접 울산 현대중공업과 거제도 삼성중공업을 방문한 데 이어 4월 21일에는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상생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국내 조선 고객사들이 극지용 LNG선박, 심해 해양플랜트, 친환경고효율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船種)을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는 만큼 이에 필요한 강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가 개발한 선체용 강재와 이용기술은 고객가치를 혁신한 솔루션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근 국제선급협회(IACS)는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선체의 안전성을 높이고 외부 충격에 의한 균열이나 파손을 예방하는 새로운 규정을 제정했다. 그런데 포스코는 이보다 한발 앞선 기술개발로 규정에 부합하는 강재와 이용기술을 고객사에 선제공한 것.
이로써 고객사는 새로운 규정이 발효된 후에도 선박 설계와 건조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포스코의 기술력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고객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전남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
세계 최고 강도 교량 케이블
포스코는 또한 차별화한 고유 제조기술과 고유제품으로 세계의 교량 케이블용 선재 제조기술을 선도한다. 특히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나 인천국제공항의 관문인 인천대교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현수교와 사장교가 국내에서 제작될 수 있었던 데는 포스코가 생산한 우수한 교량 케이블의 역할이 컸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 사이를 현수 케이블로 연결하고 거기에 상판을 묶어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이고, 사장교는 주탑과 상판을 케이블로 경사지게 묶어 케이블이 다리 상판을 끌어당기는 방식이다.
이순신대교는 총 길이 2260m, 주탑과 주탑 사이의 주경간 1545m로 국내 현수교 중 그 길이가 가장 길다. 주탑의 높이도 270m로 서울의 남산(262m)이나 63빌딩(249m)보다 높다. 바다에서 상판까지의 높이는 최대 85m, 평균 71m로 아파트 20층 높이에 달한다. 이 덕분에 다리 밑으로 초대형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
웅장한 외관을 갖춘 첨단공학의 집합체로 인정받는 인천대교는 총 길이만도 18.38㎞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인천대교의 상징인 사장교의 주경간 거리는 800m로 세계 5위 수준이다.
현수교와 사장교 교량의 길이 증가 추세에 주목한 포스코는 고강도 케이블에 대한 요구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초고강도 소재를 개발하는 동시에 가공기술을 제공하고, 강재 맞춤형 케이블 정착장치의 개발과 케이블 성능 인증기술을 지원하는 데 힘썼다.
포스코에서 개발한 인장강도 1960㎫(메가파스칼)급 도금 강선은 포스코가 상용화한 선재 제품 ‘POSCABLE92’를 소재로 제작한 것으로, 일본의 경쟁사가 상용화한 1860㎫a급 제품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강도 제품이다. 포스코는 현재 이보다 인장강도가 높은 2200㎫급 강선(POSCABLE98 선재 사용)의 초도 적용기술을 확보, 상용화 단계를 눈앞에 뒀다.
글로벌 시장 개척
포스코의 고강도 케이블용 선재인 POSCABLE92는 성인 검지보다 조금 작은 지름 13㎜의 선재로, 마치 철사와 같은 코일 형태로 신선사에 공급된다. 신선사에서는 이 선재를 길게 잡아 늘이면서 13㎜보다 작은 지름의 구멍에 통과시켜 지름 5.4㎜ 정도의 강선을 완성한다. POSCABLE92는 특히 탄소를 0.92% 함유해 0.5% 이내의 탄소 함유량을 갖는 일반 강재에 비해 강도가 월등히 뛰어나다. POSCABLE92로 만든 지름 5.4㎜의 강선은 어린아이의 새끼손가락보다도 가늘지만 약 1.5t인 중형차 3대를 한 번에 들 수 있는 정도의 강도를 자랑한다. 이 강선들은 적게는 수백, 많게는 1만 개가 넘는 숫자가 하나의 다발로 모여 거대한 교량을 지지하는 케이블로 제작된다.
포스코는 우수한 고강도 교량 케이블 제작과 더불어 각 케이블에 맞는 전용 정착장치와 최적의 이용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현수교용 케이블 소켓을 시공사와 공동개발하고 사장교용 정착장치를 독자 개발하려 노력한다. 이로써 강재와 이용기술을 주로 해외업체에만 의존해오던 교량 시공사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케이블 시공비용의 약 10%를 절감하는 효과까지 거뒀다.
3000t 케이블 피로시험기, 1500t 케이블 정착장치 수밀성 시험기 등을 도입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케이블 성능인증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지금까지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 전문기관에서만 진행해왔던 성능 검증을 국내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케이블 제작사들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최고 강도의 강재 공급과 가공기술 지원, 전용 정착장치 제공, 성능 인증 지원 등 토털 솔루션 체계를 구축한 포스코는 현재 건설 중인 터키의 보스포러스 제3대교와 울산대교에 이러한 기술을 적용했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교량 케이블시스템을 공동개발하고 글로벌 교량 케이블을 신규 수주하는 등 고객사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솔루션 마케팅 체제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