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봉급쟁이 고달픈가? ‘마흔의 역전’ 준비하라!

VVIP 자산관리 전문가 신동일의 ‘인생 2막’ 어드바이스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4-08-21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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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직장인이 예상하는 평균 퇴직연령은 48세.
    • 퇴직 이후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 자수성가한 100억대 부자들의 성공습관을 오랫동안 분석해온 자산관리 전문가 신동일 씨가 40대에게 권하는 ‘제2의 인생’ 로드맵.
    봉급쟁이 고달픈가? ‘마흔의 역전’ 준비하라!

    자산관리 전문가 신동일 씨는 40대 직장인에게 자신을 위한 ‘제2 인생’을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대기업 부장으로 잘나가던 진영석(45) 씨는 지난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 신제품 개발팀장에서 하루아침에 한직으로 발령났다. 팀장 지위도 사라졌다. ‘배알 꼴리는 봉급쟁이 확 때려치우고 내 사업을 해?’ 싶지만 쑥쑥 커가는 아이들과 아직 갚지 못한 대출금, 전혀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생각하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사내복지기금으로 저금리 대출을 당겨 쓴 데다, 어떻게든 회사에 붙어 있으면 대학까지 아이들 학비를 대준다. ‘회사에서 나가라고 등 떠밀 때까지 악착같이 버티는 게 장땡’이라는 선배, 동료의 조언을 위안 삼아 다시 버텨보기로 마음을 다잡지만, 언제까지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정년이 사라진 시대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예상하는 평균 퇴직 정년은 48세에 불과했다. 40대 중반이 되면 어느 순간 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산다는 얘기다. 창업을 꿈꿔보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더구나 진씨가 다니는 회사처럼 사원복지가 괜찮으면 오히려 ‘결단’에 방해가 된다. 복지라는 꿀단지에 발목이 잡혀 어영부영 직장생활을 이어가려는 마음이 커진다.

    이렇듯 익숙한 것에 빠져들고 편안함에 길들어 꿈도 자신도 잃어버린다. 몇 년 더 버틸 수는 있겠지만 결국 쓸모없는 소모품 취급을 받으며 짐을 싸게 되는 건 마찬가지. 60세 정년은 꿈같기만 하다.

    신동일(45) 국민은행 대치PB센터 VVIP자산관리팀장은 이런 40대들에게 “남을 위한 인생은 그만 살고, 이제 인생역전을 준비하라”고 충고한다. 2012년 대한민국 베스트뱅커 PB대상을 수상하는 등 소문난 자산관리 전문가인 신 팀장은 자수성가한 100억대 부자들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한국의 슈퍼리치’와 ‘한국의 장사꾼들’을 펴내기도 했다. 그가 최근 펴낸 ‘마흔의 역전’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일단 알을 깨고 나오라”



    “흔히 40대에 제2의 사춘기를 겪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오긴 했지만 자기 주도로 일을 하는, 역동적인 삶이 아니었기에 슬럼프를 겪고 흔들리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 할 텐데 이내 자포자기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40대를 전후해 새로운 희망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설령 내일 망한다고 해도 회사나 남을 위한 인생을 살지 말고 내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고.”

    ▼ 말이 그렇지, 나이 마흔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오히려 20대가 창업하는 것보다 돈과 경험 면에서 유리하지 않나. 지금은 100세 시대다. 40대라면 이제 인생 전반부가 지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50년도 넘게 남았다. 미래를 포기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다.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

    ▼ 지금 직장에서 버티고 버티면 어쨌거나 월급이 나온다. 다들 그래서 눌러앉아 있는 것 아닌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다. 하지만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안정적으로 받던 월급이 안 나오니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당장 죽을 것처럼 힘든 건 아니었다’고. 신기하게도, 월 수입이 30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줄어도 어떻게든 생활이 된다. 물론 포기해야 할 것이 많긴 해도 일단 알을 깨고 나오니까 되더라는 거다.

    의지만 있으면 된다. 창업 후 안정될 때까지 고생은 하지만 그 기간이 생각만큼 길지는 않다. 백화점 VMD(Visual Merchandiser·상품가치연출 전문가)로 일하다 창업한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은 1년도 안 돼 이전 연봉의 두 배를 벌게 됐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은 직장에 남아 있는 게 더 안락해 보여도 5년, 10년 후엔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꿈 노트’와 사업계획서

    ▼ 성공한 부자들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특별한 이들 아닐까.

    “성공한 사람은 나와 다르다, 나는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와 다를 게 없다. 그들의 성공 습관만 익히면 누구나 그들처럼 될 수 있다. 한우 목장주 정기태 씨는 초등학교만 나왔다. 도박과 방황으로 20대를 보냈다. 정육식당을 차릴 때까지 칼 한번 잡아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한 우물을 파는 우직함으로 성공해 한우 목장까지 차렸다.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

    그는 “아무리 스스로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도 자신을 꼼꼼하게 살피다보면 한두 가지 장점은 발견하게 된다. 그 장점에 집중해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마흔에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깨는 용기와 자신만의 아이템을 행동으로 옮길 실행력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복한 인생 2막을 꿈꾼다면 지금 당장 꿈 노트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보라고 권했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자기가 행복한 것이다. 자기가 행복해지기 위한 꿈을 전부 노트에 적어보라.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 할 일, 1년 계획, 5년 계획, 10년 계획을 적어라. 전부는 안 되겠지만 한 가지라도 당장 실천하면 자신감이 붙고 두 번째 것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신통하게 절반은 저절로 이뤄진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보라. 사업계획서는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좋다. 예를 들어 수익형 부동산을 운영하겠다면 어느 지역에 얼마짜리 건물을 얼마의 대출을 끼고 구입하며 월세는 얼마를 받을지 등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이를 수정, 보완해가면서 현실화하는 것이다.”

    ▼ 창업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직장인이 종잣돈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자기 돈으로 시작해야 한다. 대출을 받아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대출은 잠자는 동안에도 이자가 붙는다. 종잣돈을 모으려면 독하게 해야 한다. 먼저 모으는 기간과 금액을 결정한 후 월급이 들어오면 그 돈을 먼저 저축하고 나머지로 생활해야 한다. 얼마를 버느냐보다 얼마를 아끼느냐가 더 중요하다. 슈퍼리치들은 없으면 안 쓰는 것이 습관이 돼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우습게 여기는 푼돈도 아낀다. 티끌 모아 태산 된다. 능력 있는 사람은 강연료, 원고료 등으로 부가수입을 저축할 수 있지만 보통 사람은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지레 포기한다. 그렇지 않다. 창업을 결심했으면 새벽이나 주말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한다. 하려고만 하면 아르바이트 자리는 많다. 돈을 모을 때는 한번 가입하면 깨기 어려운 저축보험이나 적립식 펀드를 활용하라.”

    준비, 관심, 전문성

    ▼ 무슨 창업을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 많을 텐데.

    “보통 사람은 그저 직장 생활만 열심히 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목적은 생각해보지 않는다. 현직에서 일할 때 늘 직장 생활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은행 본부장까지 지낸 분이 ‘가장 후회되는 게, 현직에 있을 때 열심히 일했지만 거기에 플러스 알파, 즉 퇴직한 다음 인생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뭘 준비할지는 모른다 해도 스스로에게 ‘앞으로 뭘 할 거지?’ 하는 질문만 던져봤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40대라면, 현직에 있는 직장인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이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현직과 관련된 일,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전략이다. 섬유회사에 다니던 어떤 분은 그 분야의 틈새시장을 찾아 성공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던 분은 납품 루트를 개발해 창업했다. 그런 일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살피지 않으면 안 보인다.”

    그는 와인전문점 보나베띠 공덕역점 신규영 대표와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을 사례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신규영 대표는 직장에서 맡은 업무가 취미가 되고 제2의 인생으로까지 연결된 경우다. 카드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자신이 기획한 와인카드의 실적이 부진하자 직접 전문가 수준이 될 정도로 와인에 대해 공부하며 영업 활동을 편 끝에 성공했다. 50세에 지점장을 끝으로 명퇴한 후에는 직접 와인전문점을 차렸다.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은 상품기획부터 매장 인테리어 진열 서비스 등 매장 환경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VMD다. 백화점에서 일하며 재래시장의 매장 환경을 업그레이드하는 자원봉사를 하던 그는 열심히 일해도 승진이 번번이 좌절되자 직접 창업해 재래시장 매장환경 컨설팅으로 성공했다.

    “꼭 현직 업무와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지면 눈에 들어오게 돼 있다. 이충희 한국에트로 회장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프라다, MCM, 에트로 같은 명품의 한국 총판에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았는데도 에트로 한국 총판을 따낼 수 있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는 미국의 대규모 유통업체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5급 공무원 생활을 했다. 어느 날 방바닥에 앉아 걸레질을 하다 스팀청소기를 구상하고 창업에 도전했다.”

    CEO 마인드

    ▼ 관찰력이 중요할 것 같다.

    “어렵지 않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점심 때 식당에 가고, 저녁엔 종종 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대개 동료들과 수다나 떨지 음식점 운영 시스템을 관찰하거나 주인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럴 때 잠깐이라도 짬을 내 식당의 회전율, 매출, 경영 노하우나 문제점을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고 기록해보라. 여기는 장사가 잘되는데 목이 더 좋은 저 식당은 왜 안 되는지 분석해보라. 그렇게 1, 2년만 데이터를 쌓아도 값진 자료가 될 것이다. 그런 노력도 안 하고 하늘에서 아이템이 떨어지길 기다리면 평생 찾을 수 없다.”

    ▼ 또 무엇이 필요한가.

    “사람이 재산이다. 거래처 관계자를 단순히 회사 업무로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창업했을 때 도와줄 평생 자산으로 여기고 관리해야 한다. 내가 아는 분은 하도급 업체 사람과 만날 때 밥을 먹으면 갑(甲)인 자기가 밥값을 내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 섬기는 자세로 대화했다. 그가 창업하자 거래하던 사람들이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며 도와줬다. 그런 경지에 이르려면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 직장 생활을 할 때와 오너가 된 후의 마인드는 달라야 할 것 같은데.

    “직장에 있을 때부터 CEO 마인드를 연습할 필요가 있다. 사장의 마음으로 일하라는 거다. 예를 들어 직원들은 회사 비품이 내 돈으로 산 게 아니라서 함부로 쓴다. 누가 시키지 않으면 이면지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회사라면 복사용지 한 장, 휴지 한 장도 아낄 것이다. 그런 작은 것부터 시작해 ‘내가 사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를 자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창업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를 나가서는 그런 훈련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무엇보다 CEO와 부자들은 신문을 보고 책을 많이 본다. 거기서 사업 정보와 재테크 정보를 얻는다.”

    그는 또 매일 한 시간 이상 외국어 공부에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창업은 스펙이 아닌 실력과 기술로 승부가 갈리 기 때문이다.

    “한국에트로를 창업한 이충희 사장은 당시 800만 원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른 경쟁자들이 에트로 아시아 책임자인 일본인과 통역을 두고 이야기할 때 그는 일본어로 직접 대화했다. 에트로 책임자에게 그의 진실성이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

    땀 흘린 만큼 돌아오는 삶

    봉급쟁이 고달픈가? ‘마흔의 역전’ 준비하라!

    창업하기 전에 반드시 그 업종을 체험해보는 게 좋다.

    ▼ 창업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좋다. 스타트업 하기 전에 최소 6개월은 관련 경험을 쌓아야 한다. 여의도떡방 김옥희 대표는 창업 전에 다니던 회사가 8시 출근이었는데 새벽 5시부터 인근 떡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뒤 출근했다. 경험은 거창한 게 아니다. 하고 싶은 업종을 관심을 갖고 보면 된다. 치킨집을 고려한다면 월급을 안 받고도 한 달쯤 배달 서비스를 해봐야 한다. 그러면 주방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운영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매출은 어떤지 등이 눈에 들어온다. 2억, 3억 원을 투자하는 데 아무 경험도 안 하고 시작하는 건 무모하다. 한국에트로 이충희 사장은 호텔신라면세점에서 8년간 근무했지만 창업하기 전 수입 유통업체 영업이사로 1년간 근무하면서 유통 분야를 경험했다. 스스로도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창업 후 많이 힘들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에너지원을 확보하라고 덧붙였다.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기분이 다운될 때도 있다. 그럴 때 취미가 있어야 이겨낼 수 있다. 피아노를 배워도 좋고, 여행도 좋다. 모든 걸 내려놓고 힐링할 수 있는 취미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나는 분재를 좋아하는데 처갓집에 소나무를 심어놓았다. 시간 날 때 그걸 돌보면서 힐링도 하고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에게 ‘왜 자기 사업을 하는 게 좋은가’를 물었다. 그가 말했다. “제2의 인생에 성공한 사람은 하나같이 말한다. 땀을 흘린 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가슴 뛰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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