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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실패했지만 ‘안철수 현상’은 진행형

‘안철수 현상’ 3년_ 얻은 것, 잃은 것, 남은 것

  • 패널 : 김호기 윤평중 이철희 | 사회·정리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안철수는 실패했지만 ‘안철수 현상’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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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현상

안철수 현상도 있었지만, 박근혜 현상도 분명히 있었어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단순히 아버지 박정희 모델을 재현하겠다는 건 아니었잖아요. 2007년 대선 때는 신자유주의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2012년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터닝했죠. 박근혜 현상과 안철수 현상이 만나는 곳이 바로 그 지점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현상의 에너지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 했다? 꼭 그렇게 해석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안철수 의원이 안철수 현상을 잘못 해석한 것은 그게 자신을 매개로 한 에너지임을 몰랐다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를 통해 시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잘못 이해했다는 뜻입니다. 시민들이 분출한 욕구가 그저 ‘새로운 사람으로 해보자’는 수준의 인물교체, 세대교체 요구는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가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이 더 컸죠. 특히 신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시민들이 정치를 발견하기 시작했거든요. 정치를 통하지 않고서는 삶을 바꾸는 게 쉽지 않겠구나 하는 자각이 생겼고요.

그런데 현실 정치권 내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 같으니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서 대안을 찾아보려고 한 것이죠. 그런 흐름을 안철수가 정치의 영역을 좁힌다든지,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식으로 좁게 해석한 거죠. 새 시대는 구체제와의 갈등을 전제로 형성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안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가서 구체제와 싸웠나요? 낡은 민주당과 싸웠나요? 저는 별로 안 싸웠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구체제와 싸웠다기보다는 오히려 편입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편입되고 녹아들어 갔죠. 그때부터 안철수는 자기 언어를 잃어버렸어요. 당 대표가 돼서 한 모두발언을 보면 과거에 그가 쓰던 언어가 아니에요. 보통 정치인이 쓰는 언어가 등장해요.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그 부분에서 계속 역할을 했더라면 좀 더 다르게 갈 수 있었는데 그런 점이 약했죠.

그가 정치권에 들어오고 민주당과 합당한 이후 ‘새정치’ 말고 다른 어젠다가 뭐가 있었죠? 새정치라는 큰 담론 아래 안철수가 ‘지금 시대의 과제는 이거다’라고 얘기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합당의 명분으로 내건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도 부정당한 건지 부정한 건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렸어요.

결국 안철수 스스로 안철수 현상과 괴리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봐요. 그게 가장 큰 문제였죠. ‘안철수 대통령이 되는 길’과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개혁자의 길’ 두 가지를 한데 뭉뚱그려서 정치인 안철수를 봐선 안 된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안 되면 무조건 실패한 건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철수가 다시 한 번 대중적 에너지를 끌어모아 개혁자 내지는 변혁자 구실을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한 인물의 정치적 공과나 성패를 따질 때 ‘대통령이 됐느냐 아니냐’만을 유일한 잣대로 평가할 순 없습니다.

안철수는 실패했지만 ‘안철수 현상’은 진행형
서태지, 노무현, 안철수

이름 뒤에 ‘현상’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대표적인 세 사람을 꼽을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서태지 현상’,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 현상’, 그리고 안철수 현상이죠. 어느 분야에서든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열망이 함축돼 있어야 ‘현상’이라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안철수 현상에서 안철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현상’입니다. 현상이 현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구체적인 콘텐츠와 지지세력이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는 기성 정치에 대한 거부로 나타났습니다. 기성 정치가 우리 사회의 자원과 가치를 합리적으로 배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지지세력도 2011년에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무당층에다 합리적 중도층, 경우에 따라서는 중도 진보층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지지세력이 있었어요.

그런데 안철수 현상이 명실상부해지려면 또 하나의 조건을 충족했어야 합니다. CEO 안철수가 정치인 안철수로 진화했어야죠. 막스 베버는 책임과 열정, 균형감각을 직업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제시했어요. 정치인 안철수는 이 점에서 미숙했죠. ‘새정치’ 이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섬세한 해법이 필요한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정책 대안도 내놓지 못했어요. 또한 지지그룹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정치 입문 전까지 소통의 아이콘이던 CEO 안철수가 정치인 안철수가 된 뒤에는 오히려 소통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냈죠.

정치인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에 걸맞은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요. 앞으로 이 소장 얘기처럼 비정치적 영역에서 새로운 역량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인으로서는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유권자는 오래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안 의원이 계속 정치를 할 생각이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내용과 방법으로 정치를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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