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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살해女 아닌데도 옷 벗겨진 까닭은?

유병언 사건으로 본 ‘시신의 비밀’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성폭행 살해女 아닌데도 옷 벗겨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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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수천 년 전 ‘미라’도 사인 알아낼 수 있어
  • ● 현장검증 취약한 게 한국 법의학 맹점
  • ● 수사·범인 확정 때도 권한 가진 美 CSI
성폭행 살해女 아닌데도 옷 벗겨진 까닭은?
“그는 살아 있을 것이다. 지금쯤 밀항선 타고 웃고 있는 건 아닐까?”

5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현상금이 걸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유병언(전 세모그룹 회장)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으나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유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때는 6월 12일. 경찰은 실제 사망일은 발견 시점보다 3주가량 앞선 5월 말경으로 본다. 그간 유씨의 시신을 무연고자로 판단해 따로 보관하다가 지문 검사,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이 뒤늦게 나오면서 변사체가 유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발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유씨가 사망한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의혹을 제기하는 이가 적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7월 25일 “시신이 유씨인 것은 100% 확신하지만 사망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발표하면서 의혹이 오히려 커졌다. 과연 이 시신은 유씨가 맞는 것일까. 왜 과학적인 조사를 거쳤는데도 사인을 알 수 없다고 하는 걸까.

평소 한국의 미라나 미국 마이애미 법의학센터 등을 취재하면서 법의학과 관련한 기사를 다수 출고한 경험에 비춰본다면 유씨 사건처럼 법의학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례도 드물다. 유씨 사건을 계기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법의학 관련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유병언 시신은 백골 아니었다

유씨 사건과 관련해 궁금증 중 하나는 시신이 단기간 내에 ‘백골’ 형태로 부패할 수 있느냐다. 사진으로 남은 유씨 시신은 해골이 거의 그대로 드러난 상태다. 경찰은 “유씨의 시신이 80% 백골화됐다”고 밝혀 의혹을 부추겼으나 국과수는 “일단 백골이라는 용어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얼굴 등이 많이 훼손된 시신 사진이 인터넷에 돌면서 ‘온몸의 살점이 다 썩어 뼈만 남은 상태’라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국과수는 “실제로 썩은 얼굴과 목, 즉 두개골 언저리에서만 뼈가 드러났고, 나머지 부위는 피부와 근육이 유지됐다”고 발표했다. 백골화라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설령 완전히 백골화가 됐더라도 이상하게만 여길 상황은 아니다. 유씨의 사망 시기는 5월 말 이후 비교적 온도와 습도가 높을 때다. 무덥고 습한 여름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람의 시체는 3~4주 만에 완전히 백골만 남기도 한다. 물론 습하지 않고 양지바른 곳이라면 1년 가까이 시신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4주에 백골이 드러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무리라는 의미다.

사람이 죽으면 생명 현상이 정지해 생체 방어기전이 파괴되며 당연히 육체는 썩기 시작한다. 사람의 몸에는 살아 있을 때도 많은 세균이 존재하는 데다 사망 이후에는 대장에 생리적으로 존재하던 세균과 입이나 코, 귀, 눈과 같이 평소에 습기에 젖어 있는 부위나 기도에 붙어 있던 세균이 번식해 조직 안으로 뚫고 들어간다. 그래서 얼굴 부위와 내장기관이 먼저 손상을 입는 것이 보통이다. 유씨의 시신 역시 얼굴과 대장 부분이 손상되고 팔다리의 피부나 근육은 비교적 온전했다.

이렇게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은 흔히 시취(屍臭)라고 하는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같은 물질이 원인이다.

성폭행 살해女 아닌데도 옷 벗겨진 까닭은?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이 7월 2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 감정 결과를 브리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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