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어로 출판된 ‘위협과 피위협의 사이, 한국학자 황병무의 중국안보해석서’란 제목의 이 책은 황 교수가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멜 거토프(Mel Gur tov·포틀랜드대 명예교수)와 공저한‘China under Threat’(1980) 및 ‘신중국군사론’(1992)을 비롯한 각종 저서와 국·영 논문 언론기고문 등을 분석하고 있다.
중국 문제, 특히 군사와 외교안보 문제에 천착해온 황 교수는 이 분야의 석학으로 꼽힌다. 중국안보 문제를 독특한 분석틀에 의거해 해석해내는 그의 학문적 업적은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황 교수는 노무현 정권 때 대통령직속 국방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
3가지 충동요인
▼ 최근 대만대학에서 황병무 교수의 중국안보해석서를 발간한 바 있습니다. 평생 중국 문제에 천착해온 처지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번 중국안보해석서 출판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고 할까요. 제가 30여 년 전 중국안보 문제를 3개 충동요인으로 해석하는 하나의 이론적인 프레임을 제시한 것인데, 그 후속 연구를 통해 보다 실증적인 연구를 많이 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가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의 학자와 전문가들에게 잘 알려진 데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학자와 전문가들에게는 널리 전파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군요. 대만의 국립대학에서 이런 연구서를 출판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 문제를 두고 우리 주변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어떤 시각으로 연구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황 교수께서는 중국 안보정책결정의 3대 요소로 역사적 충동요인, 사회주의 충동요인, 그리고 혁명적 충동요인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어떤 내용입니까.
“역사적 충동요인이란 한마디로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 침탈로부터 중국이 일어섰다는 역사적 경험이 이후의 안보전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즉 반제(反帝), 반패권이 신중국 건국 이후 오늘날까지 중국의 외교안보정책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죠.
사회주의 충동요인은, 공산당 영도하에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원칙하에 반(反)수정주의와 개혁 개방의 영향을 받은 외교안보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왔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혁명적 충동요인이라는 것은 국제사회, 특히 아프리카 같은 제3세계가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착취와 압박을 받는다고 보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혁명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이 혁명적 충동요인은 나중에 국익을 중심에 놓고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립되는 경향을 띠게 됩니다.”
▼ 그러니까 이 3가지 충동요인이 시기에 따라 사안별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중국의 안보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인데요, 중국 역사상 중요한 안보 이슈라 할 6·25를 통해 본다면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요.
“6·25전쟁은 혁명적 충동요인과 역사적 충동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한 반면, 사회주의 충동요인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일성이 남침문제를 스탈린, 마오쩌둥과 협의했을 때 마오쩌둥도 동의해 전쟁을 지원하게 됩니다. 아시아 공산주의운동의 주도권을 중국이 가져야 한다, 남한을 적화해 해방시켜야 한다는 혁명적인 충동요인이 작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남한의 공산화가 거의 성공하는 듯했지만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북한 인민군이 밀리게 되지 않습니까. 이때 중국이 참전을 결정하면서‘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구호를 내걸었는데, 이게 바로 반제를 내세운 역사적 충동요인이 작용한 것입니다.
반면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자 사회주의적 충동요인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어요.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위한 자원 배분이 어려워지고, 대만을 상대로 한 사회주의 국가통합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 것입니다.”

황의봉 세종대 초빙교수와 대담하는 황병무 교수(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