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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돌아보기

輿論 실종, 空論 난무 주먹구구 선거 여론조사

“20대 1명은 5명, 60대 1명은 0.3명…”

  • 이의철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 eclee@asaninst.org

輿論 실종, 空論 난무 주먹구구 선거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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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적 단어 선택

여론조사를 할 때 어떤 단어를 선택할 것인지 역시 문제다. 같은 설문조사라도 어떤 말을 쓰는지에 따라 결과가 변할 수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광주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결심한 강운태 후보와 이용섭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을 앞두고 진통이 있었다. 후보 단일화에 반영할 여론조사 문항에 어떤 후보가 단일후보로 “적합한가?”라고 물을 것인지 아니면 둘 중 누구를 “지지하나?”라고 물을 것인지가 공방의 핵심이었다.

이번 재보선 여론조사에서도 설문문항이 달라 조사 결과에 차이가 생긴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수원정 선거구가 그런 경우다. 이 지역 선거는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 정의당 천호선 후보 3자대결로 구도가 이뤄졌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영향을 미칠 여론조사에도 관심이 높았다.

주목할 점은 정의당 천 후보의 지지율이다. 여론조사별로 천 후보 지지도는 4.9%에서 12.9%까지 편차가 컸다. 정의당 자체 의뢰 조사 결과에서는 16.3%까지 치솟았다. 비밀은 조사 문항에 있다. 정의당이 의뢰한 여론조사는 다음과 같은 문항으로 진행됐다.



“이번 수원 영통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로는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노동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 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 당 대변인인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 수원청년회 회장, 당 민주수호특위위원장 통합진보당 김식 후보,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대변인·당 대표인 정의당 천호선 후보,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당 부대표인 노동당 정진우 후보가 있습니다. ○○님께서는 내일이 투표 날이라면 이 중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한편 KBS에서 의뢰한 조사에서 해당 문항은 다음과 같다.

“○○님께서는 수원정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다음 5명의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후보는 기호 순으로 불러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전화조사라면 질문을 정의당 조사에서처럼 길게 하지 않는다. 질문 도중 상당수 응답자가 전화를 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의당 조사의 경우 전화면접임에도 응답률이 비교적 낮은 8%대에 머물렀다. 작위적 질문으로 결과의 정확성이 하락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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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범위 내 승리’는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역시 문제다. 대부분 언론사는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간 승패를 예측한다. 그러다보니 “특정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따져 틀린 말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 있다면 조사를 반복했을 때 두 후보 간 지지율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가 ±3.1% 포인트일 때, A 후보 지지율이 35%, B 후보 지지율이 30%라고 하자. 이 경우 재조사를 하면 A 후보 지지율이 32%, B 후보 지지율이 33%로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각 언론은 ‘오차범위 내 승’이라는 말을 남발한다. 한국일보는 7월 16일자 ‘7·30 재보선 수도권 판세 여는 장밋빛, 야는 잿빛’이란 기사에서 중앙일보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평택을에서 새정치연합 정장선 후보가 37.7%로 새누리당 유의동 후보(33.0%)를 오차범위에서 앞섰다”고 했다. KBS는 7월 23일“새누리, 동작을·김포에서 압도적 1위” “새누리, 수원 3곳 모두 우세”라는 타이틀로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 중인 지역을 마치 승부가 끝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두 정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동작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승리한 수원정 판세를 전하면서 새누리당 후보가 압승 혹은 우세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결과 해석에서 또 다른 문제는 적극투표층으로 선거 판세를 설명하는 행위다. 투표율이 선거 결과의 향방을 결정짓는 선거일수록 언론에서 적극투표층 표심을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적극투표층 정의로는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 적극투표층 후보 지지율의 경우 편향이 훨씬 심할뿐더러, 적극투표층을 가리는 여론조사 문항만으로는 선거 날 투표소에 갈 사람을 추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재보선에서 적극투표층 표심을 보도한 KBS의 기사를 보면 이와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KBS는 재·보선 투표일을 일주일 앞둔 7월 23일 주요 격전지 6곳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경기 김포 적극투표층의 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 58.6%,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 26.8%라고 밝혔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31.8%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 결과 두 후보의 격차는 10.4%포인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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