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 단지.
2분기 이후의 증가에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특판이 크게 기여했다. 이 상품은 대출 후 5년간 최저 연 3% 초반의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구조다. 현재 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최저금리가 평균 4%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다. 혼합형 특판대출 상품을 통해 약 11조 5000억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졌다.
아쉽게도 이 특판 상품의 판매는 최근 종료됐고 조만간 재개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2월 발표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에 따라 올해 말까지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20%까지 높여야 하는 은행들이,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혼합형 특판대출 상품 판매가 종료된 이후에도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택 관련 대출 부문에서 은행의 입지는 계속 축소됐다. 전체 주택 관련 대출 중 은행의 비중은 2007년 말 75%에 달했지만 올해 3월 말에는 66.4%로 낮아졌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및 공적기관의 비중은 각각 3.9%p, 4.7%p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비해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또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자산유동화 등이 활성화화면서 주택금융공사, 국민주택기금 등 공적기관을 통한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금리 경쟁력 측면에서, 대출 태도 측면에서, 그리고 대출 관련 정책 측면에서 은행이 다시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적기관은 주택대출 위축
지난 수년간 주택 관련 대출을 가장 큰 폭으로 늘린 곳은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기관이다. 2007년 말과 올해 1분기 말의 대출 잔액을 비교해보면,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이 각각 1.3배 및 1.9배 늘어나는 동안 공적기관의 주택 관련 대출은 2.2배 늘었다.
이처럼 공적기관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금리에 있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자산유동화 등을 통한 주택금융공사의 자금 조달 금리도 하락해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공적기관의 주택 관련 대출 상품 금리가 큰 폭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2012년 상반기에는 장기고정금리 대출 상품임에도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금리(적용 금리 범위의 중간값 기준)가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가중평균금리)보다 약 0.1%p 낮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든 ‘버냉키 쇼크’ 이후 중장기 금리를 중심으로 국내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공적기관 주택 관련 대출 상품의 금리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중장기 시중 금리 움직임에 크게 영향 받는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등의 금리는 높아진 반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단기금리 움직임과 낮은 가산금리 부과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도리어 낮아졌기 때문이다. 7월 기준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금리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약 0.37%p 높은 수준이다.
공적기관의 주택 관련 대출 위축은 자산유동화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채권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MBS) 발행 규모는 올해 1분기 2조 2800억 원에 그쳐 지난해 1분기의 7조 3800억 원에 비해 69%나 급감했다. 자산유동화를 통한 대출채권 현금화가 부진하면 대출 여력이 그만큼 위축된다는 점에서 공적기관의 주택 관련 대출은 당분간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간 주택 관련 대출 시장에서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유력한 대체재 기능을 했던 공적기관 주택자금대출의 금리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