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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의 지구촌 현장

‘자국민 보호’ ‘대량학살 방지’는 명분 정부·반군·쿠르드 견제용 고차방정식

미국의 이라크 반군 공습

  • 김영미 | 분쟁지역 전문 PD

‘자국민 보호’ ‘대량학살 방지’는 명분 정부·반군·쿠르드 견제용 고차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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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다시 이라크 내전에 뛰어들었다. 이슬람국가(IS)를 선포한 반군에 공습을 단행한 것. 반군의 바그다드 침공을 막고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무능한 정부와 잔혹한 반군, 반사이익을 노리는 쿠르드족 사이에서 미국의 줄다리기는 위태롭다. 미국이 바라는 이라크 정부의 안정화는 요원하다. 다시 시작된 이라크 전쟁,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8월 8일, 미국이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2011년 이라크에서 완전 철군한 이래 첫 공습이었다. 공습 지역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KRG) 수도인 아르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인 IS는 6월 초 이라크 제2 도시인 모술을 사실상 장악했다. 미군은 IS가 아르빌을 방어하는 쿠르드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직후 공습을 개시했다.

오전 10시 45분경, 미군 F/A-18 전투기 2대는 아르빌 근처 IS 반군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226kg의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다. 미군 전투기는 걸프 해역에 머무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에서 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공습으로 3차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IS가 공습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라크 정부군도 이미 모술과 티크리트, 사마라 등지에서 반군을 겨냥한 공습을 수차 실시한 바 있다. 이라크 정부군의 공습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민간인 희생자를 초래하거나 반군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정밀도나 위력 면에서 세계 최강의 공군력을 자랑하는 미군의 이번 공습은 IS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11년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한 뒤 정치적 부담 등을 우려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개입을 꺼려왔다. 그러나 IS가 파죽지세로 이라크 북서부를 장악하고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협하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라크 내전에 뛰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이대로 놔두면 이라크 전역이 반군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공습의 명분은 ‘제노사이드(대량학살) 방지’와 ‘자국민 보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 전날인 7일 오후 IS가 아르빌로 진격할 경우 민간인의 대량 희생을 막기 위해 미군이 공습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선별적 공습안에 사인했다. 공습은 그 후 몇 시간 만에 단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을 승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군은 방심하지 않고 있다가, 그들(IS)이 아르빌에 있는 미국 영사관과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등 이라크 어디에서든지 미국 국민과 시설물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국은 당분간 지상군 투입은 자제하면서 구체적 목표를 타격하는 ‘제한적 선별 공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모술 댐과 하디사 댐

미국이 공습에 나선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이라크의 ‘댐’이다. 이라크에서 가장 큰 모술 댐은 모술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티그리스 강 상류에 있다. 원래 이라크 정부군이 경계를 섰는데, 지난 6월 IS가 모술을 점령한 이후부터는 쿠르드 자치정부 군대인 ‘페슈메르가(Peshmerga)’가 지킨다.

8월 5일, 무장한 IS가 모술 댐으로 진격해 페슈메르가와 전투를 시작하며 모술 댐 점령에 나섰다. 이들이 댐을 점령하려 한 이유는 영토 대부분이 사막인 이라크에서 물과 전기를 확보하면 주민에 대한 영향력 확대도 쉬워지는 데 있다. 댐이 붕괴할 경우 모술은 물론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댐이 붕괴할 경우 모술은 몇 시간 내에 완전히 물에 잠기고, 15피트(4.57m) 높이의 홍수가 바그다드를 덮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위험을 아는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IS가 모술 댐을 공격하자 공군에 쿠르드군 지원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군과 페슈메르가 연합군은 IS에 모술 댐을 빼앗겼다. 3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댐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이라크 북서부 안바르에 있는 하디사댐도 문제였다. 바그다드 지척에 있는 이 댐이 전기 생산을 멈추면 바그다드 전체는 암흑천지가 된다. 만약 IS가 하디사 댐을 장악하려 댐 근처 농지와 마을에서 이라크 정부군과 전투를 시작하면, 그 자체만으로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상당한 위기를 느낄 상황이었다. 현재 IS는 하디사댐 10㎞ 전방까지 접근하며 모술 댐과 마찬가지로 점령을 코앞에 둔 상태. 이런 위기가 결국 이번 공습으로 이어진 것이다.

IS는 최근 모술 인근의 소도시 주마르와 신자르, 와나 등 3곳과 아인 잘라, 바트마 유전까지 장악했다. 이라크 북부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들 두 유전에서는 하루 3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된다. 이라크 정부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지역에 사는 이라크 기독교인과 소수민족이다.

이미 IS는 이라크 최대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시를 비롯해 탈카이프, 바르텔라, 카람레슈 등 이라크 서북부 지역에서 20개에 가까운 마을을 장악했다. IS는 기독교 주민 10만여 명과 신자르 지역에 거주하던 예지디족 수만 명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세금을 내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위협했다. 기독교 주민들은 인근 돌산으로 피란을 떠나고 있다. 최근 필자와 간신히 통화가 이뤄진 피란민 제난(이라크 기독교 칼다니안족)은 “피란민 대다수는 거의 빈 몸으로 집을 떠났다. 의약품과 식음료 부족, 더위로 어려움을 겪는다. 제발 우리를 구해달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예지디족의 상황은 더 열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믿는 종교인 예지디교는 고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와 이슬람 수피즘이 혼합돼 만들어졌다. 이들은 전능한 존재의 천지 창조를 믿지만 “하나님의 뜻은 7명의 천사가 이룬다”고 믿으며 7명의 천사 중 ‘대장’격인 공작신(지상으로 추락한 천사)을 숭배한다.

그러나 이슬람은 이 공작신이 사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악마숭배자’라 부르며 예지디족을 박해해왔다. IS는 이미 예지디족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 대량 학살을 예고한 상태다. 신자르 주변 산악지대로 도망간 수만 명의 예지디족 피란민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2만5000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예지디족 피란민은 신자르 주변 산악지대에서 오도가도 못한다. 물과 위생용품 등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지디족의 상황은 미국에 ‘제노사이드 방지’라는 명분을 주었다. 피란민을 돕기 위한 구호 작전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현재 이라크 북부에서 피란길에 오른 주민은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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