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4일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이석래 평창군수(오른쪽 두 번째)가 오륜기를 흔들었다.
3수(修) 끝에 평창이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온 국민은 환호했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와 고물가로 인한 서민경제 악화로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는 당시 이명박(MB) 정권에 대형 호재로 작용했다.
그 후 3년. 지금 평창에는 그날의 영광은 간 데 없이 우려와 한숨만 남았다. 지난 7월 21일, 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하고 유치 후에도 대회 준비를 지휘해오던 김진선 2018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한 데 이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도, 경기장 등 인프라 시설 건설 계획이 크게 축소된 것. 이를 두고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4년을 앞둔 시점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직위, 강원도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제 와서…” “아직 안 늦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중 강릉에 신설되는 경기장은 4곳(스피드스케이팅, 피겨쇼트트랙, 남자아이스하키, 여자아이스하키). 총 사업비는 4371억 원 규모로 그중 3280억 원(75%)은 국비로 지원되고 1091억 원(25%)은 강원도 지방비로 메워야 한다.
지난 5월 셋째 주, 해당 4개 경기장에 대한 설계를 마치고 6월 3일 시공사 선정을 앞둔 상황에서 문체부는 강원도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최소비용 건축 후 대회 이후 철거하고, 나머지 2개 경기장은 규모를 감축해 설계·시공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경기장이 해외 사례에 비해 과다 설계됐고, 합리적 사후 활용 방안이 없으며, 사후 운영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이유였다.
문체부는 경기장 설계 및 시공 변경을 통해 공사비 75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강원도와 조직위는 “설계가 완성돼 이미 70억 원이 넘는 설계비가 지급됐고 사후활용방안은 이미 논의했다”며 반발했지만 문체부는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압박했다.
조직위는 이미 지난해 4월 한국관광개발연구원에서 수행한 용역을 근거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워터파크로 개조하고 남자아이스하키장은 해체 후 원주로 이전하는 ‘사후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는 설계를 의뢰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1년 뒤에서야 “강원도에 워터파크가 6곳(건설 예정 포함)이라 현실성이 없고 원주 이전비용이 600억 원이나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갑자기 ‘워터파크는 경제성이 없으니 대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심지어 조직위에 ‘지난 3년간 사후 계획도 제대로 생각지 않고 뭐했냐’고 몰아세웠다”고 전했다.
해당 경기장 사후활용계획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사후활용계획을 검토한 결과 과거 동계올림픽 대회의 사후활용계획과 유사하며, 개최지의 인구규모,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양호한 운영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예견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측은 “재정자립도가 21%에 불과한 강원도는 공격적인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그나마 워터파크로 수정해 경제적 활용을 하자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답변했다.
220억 vs -755억
문체부는 해당 공문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워터파크로 활용했을 때 수익구조 분석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가 ‘민간개발회사’에 자문해 검토했다고 밝힌 바에 따르면 예상 투자비는 845억 원, 예측 수요는 30만 명, 그로 인해 10년간 755억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3년 6월 강원도가 용역 조사 후 발표한 예상 운영 수익(220억 원)과 1000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강원도와 문체부가 예측한 워터파크 수요, 이익이 이처럼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실 가장 못 믿을 것이 관광 통계다. 교통 인프라, 주변 환경, 경쟁지 발생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원하는 결론에 맞춰 통계를 만들기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