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도서관
농산물 유통 혁신을 견인할 ‘농협a마켓’ 개장은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이사가 주도했다. 1979년 농협대 졸업 이후 35년 동안 농협에 근무하면서 줄곧 유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서강대와 중앙대에서 각각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특히 이 대표는 동아일보 인물정보에 ‘유통 현장에서만 13년을 근무해 농협 내에서 최고의 유통전문가로 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유통전문가다.
이 대표의 집무실은 농협중앙회 본관 1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집무실 바로 옆 접견실에는 그가 그동안 모아온 각 분야 책이 벽면을 가득 메웠다. 농업경제 관계자는 “대표이사 접견실은 작은 도서관”이라며 “직원들이 도서대여 장부에 스스로 기재하고 자유롭게 원하는 책을 가져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접견실을 도서관으로 꾸밀 만큼 책을 가까이하는 이 대표는 그 자신이 ‘유통’과 ‘마케팅’ 관련 저서를 여러 권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8월 12일 오후 책 향기 가득한 농업경제 대표이사 접견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 농업경제 대표이사로서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농업경제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많이 팔아주는 게 핵심 업무입니다.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하려면 농산물 유통 채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죠. 그래서 올해 초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을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습니다.”
이 대표가 온라인쇼핑몰에 집중한 이유는 미래 고객층인 젊은 세대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잠재적으로 우리 고객입니다. 시장에 가지 않고 컴퓨터로 구매하는 데 익숙한 이들을 선점하려면 온라인쇼핑몰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죠. 농협이 온라인쇼핑몰을 일찍 시작하긴 했는데, 그동안 재투자를 하지 않아 한동안 활성화하지 못해 ‘온라인쇼핑몰의 박물관’처럼 방치돼 있었어요. 제가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전산 시스템도 보완하고 아이템도 늘리고 외부 전문가도 영입해서 ‘농협a마켓’을 오픈해 집중적으로 육성합니다.”
유통 전문기관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은 해마다 10%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하는 데 반해 대형마트는 2~3% 성장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 대표가 오프라인 매장 확대보다 온라인쇼핑몰에 집중한 것은 이 같은 유통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그는 “농협은 농산물 유통에서 다른 온라인쇼핑몰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큰 강점을 가졌다”며 성공을 확신했다.
행복꾸러미
▼ 농협a마켓의 강점이라면?
“일반 온라인쇼핑몰이 농산물을 직거래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농산물을 수도권 주변 물류센터에 저장했다가 소비자에게 보냅니다. 그러다보니 물류센터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까지 소비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전국 산지에 유통센터가 있는 농협은 말 그대로 농산물 직거래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일반 온라인쇼핑몰보다 15~20% 싼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어요.”
‘농협a마트’는 개장 1년도 안 돼 벌써부터 1석3조의 효과를 거뒀다. 유통 마진이 줄어든 만큼 농산물 생산 농가에는 제값을 주고 구매하고, 소비자에겐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 그뿐 아니라 농협도 투자 대비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하나로클럽 같은 대형매장 하나를 내려면 땅 사고 매장 짓는 데 어림잡아 1000억 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큰돈을 들여 매장을 열어도 첫해에 1000억 원 매출 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이번에 새롭게 문 연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의 올해 매출목표가 2000억 원입니다. 2017년에는 1조 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고요.”
농협이 농산물을 산지 농가로부터 수매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공급하는 비율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일반 유통업체에 비해 오프라인 매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 때문. 그러나 농협은 온라인쇼핑몰 ‘농협a마켓’이 활성화하면 소비자 공급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