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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의 벤처트렌드 2.0

“한번 실패하면 다 잃는 한국 벤처”

위인터랙티브 임현수 대표의 나의 폐업기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한번 실패하면 다 잃는 한국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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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실패하면 다 잃는 구조

▼ 그럼 초기 벤처들이 국가 R&D 과제를 많이 해 지원을 받으면 좋을 것 아닌가.

“국가 R&D 과제를 통해 사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좋지만 이 때문에 ‘좀비기업’이 될 수 있다.”

▼ 좀비 기업?

“자생력 없이 국가 R&D 과제만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기업 말이다. 국가 R&D 과제 심사위원은 대부분 교수들이다. 사업성보다 문서의 완결성만 본다. 그렇기에 국가 R&D 과제를 따내는 일종의 ‘공식’이 있다. 벤처기업이 좀비같이 목숨만 겨우 붙어서 국가사업으로 연명하다보면 부채는 감당할 수없이 늘어나고 회생이 불가능해진다.”



▼ 임 대표가 2억이 넘는 부채를 진 것도 국가 R&D 과제 때문이었다.

“정부기관의 산학연구과제에 응모했으나 과제가 끝날 때쯤 ‘중복 지원했으니 지원금 1억3000만 원을 한 달 안에 돌려달라’고 하더라. 지원받은 돈을 쏟아 붓고 갖은 노력 끝에 개발을 앞두고 있었는데 과거에 진행했던 다른 과제가 중복 처리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잘잘못을 떠나 벤처한테 1억3000만 원을 한 달 안에 내놓으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해당 과제가 중복된다는 것을 진작 알려줬으면 그 돈을 쓰지 않았을 텐데….”

▼ 임 대표 처지에선 ‘과제 선정 당시 중복된 것을 걸러내지 못한 국가의 책임 아닌가’라고 항변할 수 있었을 텐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도 만나고 중소기업청장도 만났다. 그분들은 ‘해결해주겠다’고 했는데 막상 실무자들이 해결해주지 않았다. 서로 말만 그렇게 하지 책임은 지지 않으려 했다.”

▼ 임 대표는 폐업과 동시에 개인파산을 했다.

“대표자 연대보증 때문이다. 대출을 받을 때 대표자 연대보증을 하는 것은 대표가 갖고 있는 기술, 특허에 대해 대표자가 책임지고 수행하겠다는 의미인데 그걸 통해 사업이 실패하면 금전적인 책임을 지게 되고, 결국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걸 잃는 구조다.”

▼ 10여 명이던 직원은 어디로 갔나.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대기업에 취업한 경우도 많다.”

▼ 임 대표는 취업 안 하나.

“파산 때문에 어렵다. 개인파산을 하면 법원에서 면책조건으로 6개월에서 1년간 취업을 못하도록 한다.”

▼ 창업으로 재기하면 되지 않을까.

“파산 이후 5년간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혀 대출을 받지 못해 다시 창업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 민간 투자를 받는 수밖에 없다. 사실 최근 잘나가는 글로벌 벤처기업이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했는데 파산 때문에 가지 못해 참 아쉬웠다. ‘강제 휴가’를 즐기며 책도 읽고 집에서 쉴 생각이다.”

▼ 한국 벤처계 스타플레이어의 일원으로 향후 목표가 있다면.

“좋은 벤처투자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장애가 있는 내가 꿈을 펼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덕분이다. 후배들이 나처럼 꿈을 펼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력도 많이 쌓아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성치 않은 몸으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대화를 이어가는 그를 보며 ‘전화위복’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렸다면 너무 흔한 감상일까. 열정과 실력, 경험까지 갖춘 그가 멋지게 재기할 그날을 응원한다.

신동아 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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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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