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소 :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회의실
■ 패 널 :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사미숙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持志)’ 활동가(여성문화이론연구소 도서출판 ‘여이연’ 편집장)
■ 사 회 · 정리 : 김진수 기자
사회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법이 성매매 근절을 위해 일정한 성과를 내온 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법 시행 이전과 지금의 현실이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강월구 지금의 현실이 달라진 게 없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아요.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줄어야 하는데 아직도 성매매와 성산업이 성행하는 걸 두고 그렇게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피해여성을 상담하고 24시간 생활시설에 보호하고 직업훈련을 하며 사회성도 기르게 돕는 자활지원센터 등 관련기관이 전국에 91개소 있습니다. 법 제정 전엔 그런 게 없었죠.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인신매매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최고 등급인 1등급에 속합니다. 정부가 법적, 제도적으로 대응을 잘하는 나라가 1등급을 받죠. 그 키포인트가 바로 자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잘 구축된 피해여성 지원체계입니다. 또한 특별법 덕분에 성매매가 불법이고 범죄라는 국민 인식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기업이나 공직사회에서 술 접대, 성 접대가 많았는데, 법 시행 이후 그런 접대 문화가 크게 줄어든 긍정적 영향도 있어요. 성구매 남성과 성매매 알선 업주에 대한 단속과 처벌도 훨씬 강해졌고요.
사미숙 누구의 관점에서 어떤 현실을 보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성노동자권리운동을 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말할까 합니다. 성매매를 없애야 한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본다면 가시적인 성산업, 즉 집창촌 수와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것, 그리고 해당 지역이 재개발과 도시 미화사업으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상업지대로 탈바꿈했다는 건 굉장한 효과로 보이겠죠.
하지만 성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이란 관점에서 보면, 성매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이전보다 크게 강화됐기 때문에 그들의 생계가 훨씬 불안정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성매매가 불법이라고 명시됨으로써 성노동자들이 범죄자라는 낙인을 계속 떠안게 됐습니다. 그들이 실제적으로 느끼는 인권침해의 문제에서 보자면, 경찰과 손님으로부터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더 취약해졌고요.
‘풍선’은 아예 터뜨려야
사회 특별법이 되레 ‘특별한 성매매’, 즉 음성적 성매매를 조장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른바 ‘풍선효과’를 일컫는데요. 실제로 법 시행 이후 집창촌 여성 상당수가 음성적 성매매 현장으로 옮겨갔다고 알려졌죠.
강월구 풍선효과라는 게 바람직한 용어는 아니라고 봅니다. 특별법 때문에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는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별법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음성적 성매매는 있었어요. 음성적 성매매가 활개 치는 건 음성적으로 해야 더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풍선효과를 없애려면 더 큰 압력으로 아예 풍선을 터뜨려야 한다고 봅니다. 경찰의 단속과 처벌이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거죠.
사미숙 그 해결책에 대해선 강 원장 견해와 뜻을 달리하지만, 특별법이 풍선효과를 불러왔다는 데는 저 역시 동의하지 않아요. 지금은 사람들의 성적 욕망 자체가 상품이 되는 시대예요. 후기산업화 시대라는 변화에 발맞춰 성적 욕망도 그렇게 변해온 겁니다. 그런 흐름에 따라 특별법이 아니어도 다양한 성매매 업종은 생겨났을 거란 이야기죠.
다만 집창촌이라는 눈에 보이는 공간이 단속의 집중 타깃이 되다보니 성구매 남성의 시선과 발길을 음성적인 곳으로 이끄는 걸 가속화한 면은 있다고 봅니다. 그렇더라도 한국적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일상에서 원활히 풀리지 않는 성의 문제 등으로 성산업이 비대해진 게 오히려 풍선효과라는 단어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매매 문제에 관해 대담하는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오른쪽)과 사미숙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