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소문난 자치 리더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 “대구공항 통합이전 저지에 정치생명 걸겠다”

  • 입력2017-11-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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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3%가 “수성구에 계속 살고 싶다”

    • 금융·교육·법무·의료 4대 분야 일자리 ‘쑥쑥’

    • “지역 주민 행복하게 하는 리더십 필요”

    이진훈(61) 대구 수성구청장은 제22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대구광역시에서 환경녹지국장, 경제산업국장, 문화체육관광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두루 지낸 행정통이다. 2010년 수성구청장에 첫 당선됐고, 2014년에 재선돼 현재 두 번째 임기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이진훈호(號)’의 수성구는 지난 8년간 살기 좋은 고장으로 명성을 높였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2015년 지역주민 삶의 질 만족도 조사’에서 수성구는 전국 230여 개 기초자치단체 중 종합 6위를 차지했다. 2016년 행정수요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주민의 93.1%가 “수성구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지역 경제도 ‘맑음’이다.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수성구의 지역총생산 증가율은 9.8%로 전국 평균 2.5%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대구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다는 범어사거리 인근에 있는 수성구청은 아늑한 분위기다. 본관 1층 민원실에는 아담한 카페가 있어 행정 업무를 보러 온 구민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2층 구청장실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걸린, 푸른 들판과 파란 하늘을 그린 그림은 개운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 구청장은 “장애우들이 운영하는 카페이고, 대구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임차해 청사 곳곳에 걸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에 대한 지원이 주민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다. 

    ‘서울에 대치동, 대구엔 수성구’라고들 합니다.
    “수성구는 서울 강남과 개발 과정이 닮았습니다. 수성구는 일종의 신시가지로, 1970년대 후반부터 주거지가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산이 많고 공기 맑고 교통이 편리합니다. 경북고 경신고 대륜고 덕원고 오성고 정화여고 대구여고 등 명문 학교도 몰려 있습니다. 좋은 학교에 좋은 사람이 몰리니 더 좋은 지역이 돼가는 걸 느낍니다. 교육만족도 전국 조사에서 서울 강남구를 제치고 1위를 한 적도 있습니다.” 




    ‘강남’을 제치다?!

    대구 수성구 범어사거리 전경과 수성구청이 지역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원어민 영어 수업 모습(작은 사진).

    대구 수성구 범어사거리 전경과 수성구청이 지역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원어민 영어 수업 모습(작은 사진).

    수성구는 2014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 2015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서 실시한 교육만족도 조사에서 각각 전국 1위와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 구청장은 “수성구의 교육 수준이 워낙에 높다보니 대구시가 수성구에 교육 관련 지원을 해주길 꺼리는 분위기마저 있을 정도”라며 “이에 수성구청이 교육 정책을 직접 챙기며 각별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의 주거 만족도가 매우 높은데요.
    “‘계속 살고 싶다’는 주민 응답이 90%가 넘는 곳은 서울 강남 3구와 대구 수성구뿐이라고 합니다. 교육 만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거나 험한 시설도 없습니다. 수성못은 3년 4개월에 걸쳐 친환경 생태복원사업을 마치고 버스킹 명소로 거듭났을 정도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수성못을 둘러싸고 카페촌이 형성되는 등 관광명소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지역 경제도 굉장히 활력이 넘치고요.”

    동대구역에서 택시 타고 오면서 보니 고층빌딩도 많고 유동인구도 많더군요.
    “2010년 구청장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일자리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해서, 수성구는 범어사거리를 중심으로 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금융, 교육, 법무, 의료 네 분야의 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2010년에 650여 개 기업이 있었는데, 현재는 1050여 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제 빈 땅이 없을 정도로 오피스텔, 상가 등이 많이 들어섰어요. 임대료도 크게 올랐고, 공실률은 2010년 31%에서 현재 4.7%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수성구는 주거지역입니다. 왜 주거지에서 일자리 육성을 도모하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전통적 산업 현장이 아닌 곳에서 일자리 정책을 해보니 성과가 오히려 좋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서 서비스 산업이 번창하고, 양질의 인재가 많은 곳에서 취업이 활성화되는 거지요. 일명 ‘알파시티’라고, 수성의료지구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이를 지식산업지구로 성격을 바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입니다. 수성구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성구 일자리가 수성구 주민에게 돌아갑니까.
    “여성 주민들을 만나보니 ‘일은 하고 싶은데 여성이 일할 자리가 없다’고 호소하시더군요. 그래서 2013년 9월에 ‘수성여성클럽’을 만들고 여성에게 직업훈련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수성구는 여성들의 학력 수준(25세 이상 여성 중 대졸 이상이 29.4%)과 평균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일자리 욕구가 컸습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교육을 제공해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난 4년간 4800여 명의 여성이 취업에 성공했고, 51건의 창업 사례가 나왔어요. 임시직은 제외하고 4대 보험 적용을 받는 일자리만 집계한 겁니다. 특히 회계, 법무지원 등 분야는 수성구 내에서 취업이 정말 잘됩니다.” 


    도서관이 ‘강한’ 도시

    수성구 공룡어린이집 원아들과 포즈를 취한 이진훈 수성구청장.

    수성구 공룡어린이집 원아들과 포즈를 취한 이진훈 수성구청장.

    수성구청 ‘수성여성클럽’을 통해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범어도서관에 ‘더로즈 카페’를 열었다.

    수성구청 ‘수성여성클럽’을 통해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범어도서관에 ‘더로즈 카페’를 열었다.

    수성구의 여성 취업 지원 정책은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견학하러 올 정도로 성공적이다. 여성이 원하는 직업훈련과 트렌드를 연구해 매년 새로운 직업훈련과정을 개설하고, 취업 후에도 취업설계사가 애로점을 상담하는 등의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는 힐링푸드·컴퓨터디지털전문가·병원코디네이터·방과후코딩&3D·회계세무실무원 등 5개 과정에서 100명을 교육하는 등 매년 고숙련, 고부가가치 직종 과정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취임 후 2개의 대형 공공도서관과 4개의 작은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도시의 품격은 문화와 교육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은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복합공간이자, 주민을 위한 평생교육 파트너로 가장 중요한 시설이에요. 이에 도서관 중장기계획인 ‘4+6 알파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연말에 준공하는 황금권도서관 프로젝트까지 완료되면 수성구는 4개의 대형 도서관과 6개의 작은 도서관을 보유한, 선진국 수준의 도서관 인프라를 갖추게 됩니다.” 

    인구에 비해 도서관이 충분한가요.
    “대구 전체로 보면 공공도서관 1인당 인구수가 7만5389명인데, 수성구만 놓고 보면 5만6473명입니다. 2011년 대비 38.7%나 개선되면서 대구에서 최다 도서관 인프라를 갖추게 됐어요.” 

    ▼도서관 이용률은 어떻습니까.
    “수성구는 교육열이 높은 동시에 식자층 어르신이 많이 사는 지역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러한 어르신들이 도서관 이용을 참 많이 하세요. 전국적으로 보면 공공도서관 대출권수가 감소하지만 유독 대구는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수성구의 기여 덕분입니다. 개관 3년 남짓한 범어도서관의 대출권수가 54만 권으로 대구 대표 도서관인 중앙도서관의 33만여 권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지난해 범어도서관 대출권수는 더 늘어서 64만 권입니다. 수성구 인구가 45만 명인데 말이죠.” 

    교육과 문화가 특화된 수성구의 도시 브랜드는 ‘인자수성(仁者壽城)’이다. 공자(孔子)의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지자락(知者樂) 인자수(仁者壽)’ 구절에서 따왔다. 여기서 인(仁)은 ‘감각이 살아 있는 깨어있는 상태’를, 수(壽)는 ‘건전하고 건강한 삶’으로 풀이된다. 이 구청장은 “‘인자수성’은 생동감 넘치는 건전한 공동체, 깨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삶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범어도서관 지하1층 시청각실 이름을 ‘김만용·박수년 홀’로 지은 것은 인자수성다운 일이었다. 지난해 수성구 주민인 박수년 할머니가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 12억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면서 결혼 2년 만에 6·25전쟁에서 전사한 남편의 국립대전현충원 묘비에 장학금 기부 사실을 새겨줄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규정상 박 할머니의 바람은 실현되기 어려웠다. 

    “젊어서 사별한 남편을 기리고 싶은 할머니 마음을 헤아려 시청각실 이름을 김만용·박수년 홀로 하기로 했습니다. 특정 공간의 명칭을 사람 이름에서 따오는 것은 국내에선 드문 일인데 저희가 해봤습니다. 할머니가 참 기뻐하셨어요. 그런데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이라 두 분 사진은 걸지 않고 부부의 사연만 벽에 붙여놨습니다. 박 할머니의 기부금으로는 ‘김만용·박수년 장학금’을 만들어 성적이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시민 목소리를 들어라!

    현재 대구 지역 최대 현안은 대구공항 이전 문제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이 부산과 가까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을 함께 대구 밖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대구공항은 대구 도심권 내에 K-2 군 공항과 함께 있어 확장이 어렵고 전투기 소음, 재산권 제한 등 민원이 빈번해 선거철마다 군 공항 이전이 정치권의 단골 공약이 되어왔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민간 공항 이전 문제는 먼저 시민 의견을 물어보는 절차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대구시의 통합 이전 추진 과정을 보면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고, 전문가 의견을 듣지도 않고, 시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7월과 10월 대구 지역 13개 시민단체와 언론사에서 여론 조사한 결과를 보세요. 대구시민의 3분의 2가 민간 공항 이전에 반대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구의 정치인 누구 하나 시민의 뜻을 반영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어 참으로 답답합니다.”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공항 통합 이전 저지를 위한 시민행동에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군 공항만 옮기고 민간 공항은 옮기지 말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K-2 군 공항은 서울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해서 김포에서 대구로 옮겨온 지 50년이 됐습니다. 이제는 대구도 군 공항에서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한편 민간 공항은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대구는 서울, 파리, 도쿄, 오사카와 같이 도심에서 가까운 공항을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제대로 살려야죠.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구 시민들의 이전 반대 의사를 받드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입니다. 앞으로 시민들을 대신해 감사원 감사청구, 행정소송, 헌법소원, 주민투표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각오예요.” 


    내발적 도시 성장 꾀할 때

    생태복원사업으로 산책로 등을 정비한 수성못.

    생태복원사업으로 산책로 등을 정비한 수성못.

     ▼두 번째 임기를 마무리해나가는 소감은 어떠합니까.
    “그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에는 국제안전도시 공인준비도시 등재, 괜찮은 일자리 1만 개 만들기, 수성알파시티 사업 지원 등 중점 사업을 마무리해나가야지요. 시작한 사업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일념으로 구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대구 정치’가 어느 때보다 가라앉은 요즘입니다.
    “대구는 국가적으로 큰 역할을 해온 자부심 있는 도시입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이 대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등 최근에는 자부심을 많이 잃은 게 사실입니다. 저는 그 원인이 지나친 중앙 종속적인 사고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대통령을 세 명이나 배출하면 뭐합니까. 인구 규모는 인천에 밀리고, 서울과 부산 뒤를 쫓아가기도 버거운 도시가 됐습니다. 달성토성 같은 1400년 된 역사 유산을 일제가 훼손했음에도 아직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력자들이 서울 가서 출세하는 사이, 지역은 이렇게 되고 말았어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인의 역할은 잘사는 지역, 자부심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리를 좇는 지역 중심 도시를 만들고 지역 주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비 따오기’로는 불가능하고 내발적 도시 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봐요. 대구가 가진 자산으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대구공항 문제에 정치생명을 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구의 과거 영광을 재현하고, 시민들에게 대구에 사는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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