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호

심층 분석

노심초사하다 트럼프 방한으로 만회

문재인 정부 ‘한미관계 성적표’는 ‘보통’

  • 입력2017-11-2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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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아 패싱 논란 탈출, 탄두중량 확보

    • “문 대통령은 못 믿을 친구”

    • 한미관계 ‘쇼윈도 위장 부부’ 고착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8일 국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8일 국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에서 ‘동맹’ 이상의 관계는 없다. 한미관계는 한반도와 베트남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미국인이 함께 피를 흘린 ‘혈맹’ 관계다. 동맹에다가 수식어 ‘위대한’을 붙이면 동맹이 원래의 목적을 넘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한미관계가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시민 전 장관은 한미관계를 ‘쇼윈도 부부’에 비유한다. 원래 국가 간 외교에서 쇼윈도 부부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쇼윈도 부부로 철저하게 위장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외교의 기본이라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와 뿌리를 같이하는 유 전 장관의 주장은 이 정부의 속마음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동맹’은 보기 좋은 ‘위장막’이고 한국과 미국은 각각의 이해가 다르다는 것이다. 과연 한미관계가 위대한 동맹인지 쇼윈도 부부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관계 성적표가 어떤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1992년 조지 부시 H.W. 대통령 이후 25년 만의 국빈방문이지만 북핵 문제라는 외교적 현안에 대한 한미 간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민감한 행사였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국회연설 그리고 주한미군기지(평택, 용산) 방문 같은 공식 일정을 통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동맹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했다. 

    라임이 맞아떨어지는 랩 같은 연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의 하이라이트는 국회연설이었다. 이 연설에서 트럼프는 ‘수위를 조절한 단호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는 한국과 북한이라는 두 나라를 비교했다. 먼저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 수치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했으며 이어 한국과 대비되는 북한에 대한 비판과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막말 정치인, 예측 불가능한 돈키호테와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는 한국 국회연설을 통해 ‘진지하고 통찰력 있는 국제정치의 거물’로 거듭났다. 

    트럼프의 연설은 짧고 군더더기 없는 라임이 맞아떨어지는 랩 같았다. “함께 싸웠고, 함께 죽었고, 함께 이겼다(fought together, sacrificed together, and triumphed together).” 또한 그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미국의 의도를 짧고 강력하게 제시했다. “나는 힘을 통한 평화를 원한다(I want peace through strength.” 평화는 구걸이 아니라 힘으로 달성된다는 주장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또한 그는 북한을 향해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고 했다. 북한이 도발한다면 가차 없이 응징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현 단계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이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라면서 “당신이 행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핵을 폐기하면 ‘빛과 번영, 평화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김정은과 트럼프의 막말 대결이 자칫 한반도에서 힘의 대결로 나아갈 것을 우려한 문재인 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트럼프는 이번 방한에서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만족을 표시했다. 트럼프는 만찬사를 통해 “지금의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확고한 시기로 미국과 한국은 훌륭한 관계”라며 “우리는 한미관계에 동맹과 우정을 더 깊이 만들었고 우정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번 방한을 통해 북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 그럼에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 한미동맹을 공고히 했다는 점,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막대한 무기 구매 건을 받았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에 성공적인 방한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못 믿을 친구”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11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에서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11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에서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베이징에 고개 숙이다’라는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못 믿을 친구(unreliable friend)”라고 혹평했다. 한국이 중국을 의식해 사드방어체계와 민주주의 동맹에 흠집을 냈다는 것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제재보다는 북한과의 대화에 더 비중을 둔다고 비판했다. 미국 보수진영은 문재인 정부를 아직도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계속 평화를 이야기한다. 그는 “한미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라며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다. 한반도의 평화는 무력으로 오지 않는다. 평화와 협상이 고통스럽고 더디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미국은 북한이 다시 한 번 불장난을 할 경우 응징에 나서겠다고 벼르는 반면 한국은 그래도 대화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론인 ‘한반도 운전자’론도 한미 간 잠재적 갈등을 유도할 수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 한국이 한반도 여정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처음 나온 노무현 정부 시절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노무현 정부가 짧게나마 운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지렛대도 갖고 있지 않다. 

    외교가의 주류는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과 전략적인 이해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기울거나 북한에 지나치게 동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언제라도 관여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트럼프의 트윗 글 하나에도 문재인 정부는 흔들릴 수 있다. 

    위협받는 한미동맹

    북한의 6차 핵 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돌입하자 북한은 도발을 멈추고 눈치를 보고 있다. 최대 우방국인 중국마저 인력송출 중단, 석유 공급 감소 조치에 돌입했다. 북한산 상품의 수출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북한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언제라도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 이때 한미동맹이 정상 가동할 수 있는지는 중요한 실험대가 될 것이다. 

    ‘위대한 동맹’이라는 거창한 말로 쇼윈도 부부를 영원히 가릴 수 없다. 한미 간의 갈등과 분열을 영원히 감출 수 없다. 또한 ‘위대한 동맹’은 위대한 업적에 대한 평가로 주어지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위대한 동맹이 되기 위해서는 한미가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트럼프의 말처럼 문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문 대통령 말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세계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관계 수준으로는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인다. 당장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한미FTA로 농산물시장이 개방된다면 한미동맹은 위협받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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