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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한의학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왕의 한의학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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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왕의 한의학

이상곤 지음, 사이언스북스, 440쪽, 1만7000원

왕의 한의학 外
역사를 히스토리라고 하지만 병력(病歷)도 히스토리다. 병의 진행 과정을 추적하고 원인과 결과를 유전자를 통해 내려오는 가족력에서 시작해 생활 습관과 생리학적, 면역학적 관계까지 두루 살피며 한 사람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분석한다는 지점에서 의사와 역사가는 만나게 된다.

매일매일 수많은 환자를 만나 그들이 호소하는 고통을 듣고, 그들을 진찰하며 처방하지만, 질병의 근원은 그들이 아프다고 하는 곳에 있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고, 진단과 처방도 환자가 기대했던 것과 달라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환자와 환자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뿐 아니라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예단 없이 살피며 가족력과 생활 습관은 물론 부부 관계, 자식 문제, 직장 생활 고민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확인해가면서 질병의 원인에 접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과 대화가 필수다.



조선 왕들은 당대에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초월적 존재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제 전반의 정점에 위치한 존재였다. 그러나 한의사의 눈으로 볼 때 그들 역시 환자일 뿐이었다. 그들은 질투와 시샘과 불화로 얼룩진 부부 관계에 괴로워했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 문제, 후사 문제로 고민했다. 나랏일을 한다고 새벽 출근과 야근과 과로에 시달려야 했고, 신하들과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파워 게임을 해야 했다. 과다한 업무로 만성적인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현대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 현대인이 늘 앓는 질병이 조선 왕들을 괴롭힌 것도 당연하다. 소화 불량은 물론 이명, 종기, 치통, 요통, 관절염, 우울증, 고혈압, 중풍, 뇌일혈, 성기능 저하 등 기업 CEO와 직장인이 달고 사는 병의 증후를 우리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역사 기록 곳곳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병 이름도 다르고 그 병리를 설명하는 개념과 원리도 지금과는 다르지만 조선 왕들의 질병과 치료 기록 속에서 나는 “왕 노릇 못해먹겠다!”라는 왕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었고, 사표 한 장씩 마음에 품고 출퇴근을 하는 현대 우리의 모습을 만났다.

따라서 이 책은 조선 왕들에 대한 현대 한의사의 진단이요, 처방이요, 차트다. 그리고 공감과 대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당대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 안아야만 했던 최정상 리더의 고뇌와 슬픔이 어떻게 마음의 화(火)가 되어 오장육부를 갉아먹고 사지육신으로 퍼져 병으로 똬리를 틀게 됐는지 구석구석 살폈다.

최근 조선 사극 붐이 일지만 조선 왕들의 내면을 깊이 탐색하고 그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역사와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 살핀 책은 많지 않다.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점이지만 조선 왕의 몸은 조선 왕실의 바로미터였다. 왜냐하면 그들의 말과 행동보다, 심지어 그들의 마음보다 그들의 몸이 더 정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건강에 대한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이 우리 역사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바란다.

이상곤 | 한의사 |

진혼곡의 끝자락이 흐느끼는 까닭은

왕의 한의학 外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노(老)논객 정재호 씨의 칼럼집. 언론과 정계에서 폭넓은 경륜을 쌓은 그의 깊고 예리한 관찰력과 촌철살인의 격조 높은 필력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특히 2부 박정희와 박근혜의 계주 편에 실린 ‘딸의 눈빛과 아버지의 氣’, ‘인사만사는 영원한 고전, 여성대권의 새지평’, 3부 대통령의 구용(九容) 편에 실린 ‘박정희의 대국대식론’, ‘새마을 깃발 속의 박정희’, ‘노무현의 토설’ 등은 지금 읽어도 무릎을 치게 한다. 흔히 칼럼을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칼럼은 시대와 동행하는 시대의 증언”이라고 말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것이 역사이기에 비록 과거의 칼럼이어도 분명 현재와 공명하는 그 무엇이 담겨 있기 마련이라는 것. 정재호 지음, 길마당, 352쪽, 1만5000원

북한과 중국

왕의 한의학 外
북·중 관계가 심상치 않다. 김일성과 마오쩌둥 시대의 ‘혈맹’ 관계는 점차 희미해진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사상 초유의 행보를 보였다. 북한은 중국의 제지에도 핵실험을 강행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근무한 일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북·중 관계가 철저히 자국 이익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난으로 붕괴할 것이라는 예견이나 중국이 결국 한국 편에 설 것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의견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경제·문화적으로 한국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천안함 폭침 사건 같은 주요 사안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 취재를 통해 입수한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생생함을 더했다. 고마 요지 지음, 김동욱·박준상· 이용빈 옮김, 280쪽, 2만4000원

조정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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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문학과 우리 역사, 그리고 사회적인 긴급한 문제에 한해 발언한다”는 원칙을 문학 인생 45년간 지켜왔다.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그려내고 ‘정글만리’를 통해 세계 정세의 격변 속에서 이정표를 제시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던 이유다. 그런 저자가 그간 인터뷰와 강연, 신문 칼럼 등에 공개했던 의견을 엄선하고 보충해 엮은 산문집이다. 소설에서 직접 말하지 않은 저자의 문학론, 인생관, 민족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인생이란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을 가하며 달리는 노정”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소설 ‘정글만리’를 쓰게 된 동기부터 한국과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 등 우리가 당면한 굵직한 주제들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 조정래 지음, 해냄출판사, 372쪽,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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