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을 실력이나 성과에 따라 평가해 급여를 주는 게 아니라 신분에 따라 삶이 나뉘는 게 온당한 일인가 싶습니다. 대공장이 엄청난 성과를 내더라도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뀌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과 직영이 되는 것은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지 오래입니다.
나이 지긋한 직영은 한 해 8000만~9000만 원을 벌기도 합니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정규직은 300만~500만 원, 하청은 200만 원 이상, 촉탁은 200만 원 미만을 월급으로 받는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퇴직금이나 각종 복지를 고려하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직영, 하청, 촉탁은 소득만 다른 게 아니라 사는 곳 등 삶의 방식도 다릅니다. 새로 지은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직영을 보면 솔직히 부럽습니다. 하청이나 촉탁은 전셋집이나 임대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많고요. 열심히 일하는데도 원룸을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이 많습니다.
남편이 직영인 어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는 놀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아이들의 신분마저 나뉘는 게 올바른 사회일까요. 저는 잘못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사용하는 통근버스 승차권이 다른 회사도 있습니다. 출퇴근하면서도 자괴감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4인 가족 소득 16만 달러?
대통령, 정치인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저건 아닌데 싶습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삼으면 연 소득 16만 달러 시대가 온다는 것인데, 저와 제 주변을 보면 다른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4만 달러라는 숫자보다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누구나 같은 사람으로서 사는 세상이 더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수익만 늘려 4만 달러가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노동력을 충당하는 것이 기업에도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회사, 내가 만든 제품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 생산한 제품은 아무래도 다를 겁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해 기업 이득만 높이는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의 미래가 어떨까요. 저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공부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잘 만들어도 그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인 나라가 정상적인가요. 뭔가 크게 잘못 돌아가는데, 근본적 해법을 마련할 생각을 누구도 하지 않습니다.
저도 언젠가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있을까요. 앞에서 말했듯 장그래법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제가 그동안 남들보다 잘 살아왔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게으르게 살거나 나쁜 일을 한 적도 없습니다.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게 과한 욕심인가요. 일하는 사람이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선진국이 될 수도 없거니와 소득 4만 달러 시대가 되더라도 사람들의 삶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