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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오만 경영’ 낳는 재벌 세습 자진해서 그만두라!”

‘경제학 대부’ 조순 前 경제부총리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오만 경영’ 낳는 재벌 세습 자진해서 그만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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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조 전 부총리의 ‘경제학사 강의’를 요약해 싣는다. 그가 앞의 논문을 소개하며 설명한 ‘현대 자본주의의 뿌리’다. 그가 ‘실패했다’고 단정한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법하다.

“자본주의는 영국의 농업혁명에서 시작됩니다. 사상적 배경은 개인주의, 자유주의였죠. 당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였어요. 평등이란 단어가 존재하지도 않을 때였으니까. 자유주의의 시작은 영국의 가정생활입니다. 되도록 빨리 (부모로부터) 독립해라,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라…이런 것들이 자유주의 철학의 근간이 되고 자본주의의 이론적 배경이 됩니다. 모험심, 용감성 그런 것이 중요했죠.

그런데 영국에서 시작된 자유주의는 19세기 인클로저 운동을 거치면서 점차 발전해 제국주의로 이어집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죠.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한다며 만들어진 자유주의가 제국주의, 식민주의를 낳았다는 게. ‘마음대로 다른 나라를 지배하라’ ‘그 나라의 주인이 제대로 일을 못하면 네가 가서 대신 지배하라. 그것은 신의 뜻이다’…이런 논리가 만들어집니다. 영국 사람 들이 미국을 식민 지배한 논리가 그런 거였어요.

하지만 잘 발달하던 자본주의가 대공황과 2차대전을 거치면서 서서히 쇠락합니다. 식민지를 잃은 영국의 자본주의는 위기에 처하죠. 그때 나온 사람이 마거릿 대처입니다. 강력한 자유시장주의자가 등장한 겁니다. 정치적으로는 극우세력이 득세합니다. 미국에서도 레이건이 같은 정책으로 집권합니다. 그러나 대처와 레이건의 정책은 결국 실패했습니다.”

“‘잘못’ 덮어줄 ‘성과’ 없다”



▼ 그렇다면 앞으로의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합니까.

“쌍두마차가 필요합니다. 정부(政府)라는 말 한 마리와 자유시장이라는 말 한 마리, 국가는 이 두 마리가 같이 끌고 가는 마차가 돼야 합니다. 대처나 레이건은 ‘정부는 없어도 된다’는 식이었어요. ‘자유시장만 잘 작동하면 경제도 국가도 발전한다’고 믿었죠. 이제 그런 식으로는 안 됩니다. 자유방임경제는 반드시 실패합니다. 시장에는 자유가 주어지지만, 질서 속의 자유, 질서를 지키는 자유라야 합니다. 공익을 책임질 말도 필요하죠. 두 마리의 말이 각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나라가 됩니다. 한마디로 민간은 자유주의 정책을, 정부는 철저한 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조한 1930년대 케인스주의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비슷하지만 뿌리는 다릅니다. 민간 부문에 대해선 최대한 자유경제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죠. 물론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고요.”

▼ 한국 경제, 특히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떻습니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에 모든 것을 집중했습니다. 역대 정권이 다 그랬습니다. 경제성장률 몇%, 수출 흑자 얼마…이런 것에 집착했어요. 그런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았죠. 잘했든 못했든 머릿속엔 다들 경제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그게 큰 문제가 안 된 것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닙니다. 세계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이죠. 이런저런 잘못이 드러나도 경제성장의 성과가 다 덮어주고 가는 식이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그게 안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예전 같은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현실이거든요. 잘못을 자연스럽게 덮어줄 만한 경제적 성과가 없다보니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가 요즘 들어 더 크게 느껴지는 겁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야 우리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 지금 정부도 마찬가지인가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이른바 ‘초이노믹스’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박근혜 정부도 똑같습니다. 역시 수출과 성장 중심의 경제관을 유지하고 있어요. 다른 것은 다 잊고, 수출 늘리고 경제성장 하는 데만 관심이 있죠.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폐기돼야 할 과거 패러다임을 그대로 좇고 있다는 점입니다. 방향이 틀렸어요. 정책의 지향점을 바꿔야 합니다.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판을 바꿔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고 욕을 먹더라도 바꿔야 해요.”

“난초 기르는 마음으로”

▼ 어떤 지향점이 필요합니까.

“성장보다는 고용을 중요시하는 정책이 긴요합니다. 전략적인 관점에서는 내수산업을 육성해야 하고요. 아주 간단합니다. 그리고 전술적으로는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대개 ‘아~그렇군요, 늘 듣던 말입니다’라는 반응을 보여요.”

▼ 저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생각해보세요. 고용을 늘리고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 누구나 말한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정책입니다. 생색 내기 위해, 적당히 성적표를 받기 위해 끼워 넣는 정도였죠. 그걸 제대로 한 대통령이 없었어요. 중소기업 살린다고 말만 했지, 결국은 재벌 중심 경제구조를 유지해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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