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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의회 없는 직접 민주주의 가능?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의회 없는 직접 민주주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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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록체인이 정치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가 부활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세상이 도래하면 의회가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
블록체인은 P2P 기반 공유 원장 기술이다.[Pixabay]

블록체인은 P2P 기반 공유 원장 기술이다.[Pixabay]

기술 발전이 정치체제에 변화를 가져왔다. 일례로 청동기가 사용되면서 계급사회가 등장했다. 청동기시대 이전 사람들은 먹고살기에 급급했다. 잉여농작물을 상상할 수 없었다. 청동기시대가 열리면서 농업 생산량이 급진적으로 늘었으며 사람들은 잉여 농작물을 통해 재산을 축적했고 자연스럽게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이 같은 변화의 산물이 계급사회다. 

청동기시대부터 전쟁도 잦아졌다.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각 부족이 영토확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인류는 청동기로 제조한 무기를 사용해 전쟁을 벌였으며 승자와 패자 간 계급이 형성됐다. 

인쇄술도 정치체제를 변동시켰다. 15세기 이전까지는 상류층만이 책을 읽었다. 소량 생산된 탓에 책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15세기 인쇄술이 등장하면서 책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지식의 독점 현상이 붕괴되면서 소수 엘리트 중심 사회가 무너졌다. 

인쇄술은 교황 중심의 정치체제도 바꿔놓았다.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부패한 가톨릭 개혁의 선봉에 섰다. 루터는 가톨릭을 비판한 ‘면죄부와 신의 은총’을 출판했다. 인쇄술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이 보급되면서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인쇄술이 없었다면 루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넷 또한 정치를 변화시켰다.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인터넷을 활용하면서 행정 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 국민은 인터넷을 정치적 공감대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정책에 능동적으로 반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온라인은 고대 그리스의 광장과 비슷한 구실을 했다.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는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다. 구글을 통해 추세를 분석해보면 2016년부터 크게 주목을 받은 게 블록체인이다. 구글에서 ‘블록체인’의 관심 수치는 ‘기계학습’의 2배를 넘었다. 블록체인의 관심 수치가 59라면 기계학습은 26이었다. 

세계 각 기관이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한다. 유엔 미래보고서 2050은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선정했다. 2017년 2월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블록체인이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뽑혔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도 블록체인을 유망 기술로 내다봤다. 이렇듯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청동기나 인쇄술의 경우처럼 정치체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은 특히 민주주의 체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블록체인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블록체인은 P2P(Peer to Peer) 기반 공유 원장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참여자와 원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참여자를 ‘노드’라고 한다. 블록체인은 특정 노드가 생성한 정보를 모든 노드의 원장에 실시간으로 기록하면서 3가지 가치를 제공한다. 

첫째, ‘투명성’을 제공한다. 정보를 모든 노드가 공유하는 덕분이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보자. 비트코인은 거래 명세가 모든 노드에 공유되므로 가상화폐가 투명하게 거래된다. 엄밀히 말하면 비트코인은 반(半)투명의 특징을 가진다. 노드의 개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 익명성을 기초로 하는 반면 거래 명세는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확보한다.

투표 조작 막는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비트코인’.[Flickr]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비트코인’.[Flickr]

둘째, ‘무결성’을 제공한다. 블록체인은 다수결 원칙을 따른다. 쉬운 설명을 위해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노드 간 정보 불일치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특정 노드에서 정보 조작이 일어났음을 뜻한다. 블록체인의 다수결 원칙은 노드에 가장 많이 저장한 정보를 올바른 것으로 간주한다. 정보를 조작하려면 노드의 절반 이상을 동시에 조작해야 하기에 정보 조작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이아몬드를 온라인에 등록해주는 에버레저(Everledger)는 블록체인의 무결성을 다이아몬드 이력 보증에 적용했다. 다이아몬드는 고가의 보석이기에 보증이 매우 중요한데 문제는 보증이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에버레저는 다이아몬드 보증 내용을 블록체인으로 기록한다. 다이아몬드의 수십여 가지 특성뿐 아니라 생산과 거래 과정도 블록체인에 기록해 놓았다. 수백만 개가 넘는 다이아몬드가 에버레저에 기록되면서 무결성을 확보한 것이다. 

셋째, ‘신속성’을 제공한다. 블록체인에서 발생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되므로 기업이 정보를 기반으로 한 업무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로 IBM과 중국 칭화대가 공동 개발하는 월마트(Walmart)의 식품 이력관리 시스템이 있다. 월마트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식품 이력 관리 현황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초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의 ‘투명성’ ‘무결성’ ‘신속성’이 민주주의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블록체인을 투표 시스템에 적용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투표는 100% 투명해야 하며 결과가 조작돼서는 안 된다. 최근 전자투표를 두고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불신의 이유는 내부 조작과 외부 해킹에 대한 우려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전자투표를 실시한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사람이 개표에 직접 참여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처리했기에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기존의 전자투표는 중앙정부가 개입해 시스템을 조작함으로써 투표 결과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 2015년 뉴욕대 브레넌센터(Brennan Center)는 미국 전자투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하다고 언급했다. 참고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43개 주가 전자투표 시스템을 사용한다. 마음만 먹으면 해킹으로 투표 결과를 조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민에게 직접 묻다

개표에 기계를 활용하는 게 일반화한 상황에서 국가나 특정 세력이 개표 기계를 조작할 수도 있다. 2017년 개봉한 ‘더 플랜’은 18대 대선 개표 과정의 의혹을 다룬 영화다. 영화는 개표 기계를 조작해 투표 결과를 왜곡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투명성’ ‘무결성’을 가진 투·개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는 사람들이 투표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조작할 수 없기에 왜곡이나 개입 의혹을 해소해준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투표 시스템은 이미 활용되고 있다. 스페인 정당 포데모스 (Podemos)의 ‘아고라 보팅(Agora Voting)’이 대표적이다. 포데모스는 2014년 1월 창당한 신생 정당인데도 영향력은 상당하다. 당원 수가 현재 인민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데 당원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포데모스가 이처럼 성장한 이유는 블록체인 기반의 아고라 보팅 덕분이다.

포데모스는 만 16세 이상 스페인 사람이면 누구든 온라인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포데모스는 정책에 대한 의견을 시민에게 직접 묻고 시민들의 견해를 받아들이면서 빠른 속도로 당세를 키우고 있다. 

호주에도 포데모스처럼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를 적용한 정당이 있다. 2016년 3월 정당으로 등록한 플럭스(Flux)가 그곳이다. 플럭스는 포데모스처럼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로 정당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다. 플럭스는 현재 1563명의 자원봉사자와 6374명의 당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에스토니아 의회 선거, 덴마크의 정당 내부 투표, 미국 대선후보 선정 등 여러 국가에서 블록체인을 투표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블록체인을 투표에 활용한 사례가 있다. 2017년 2월 경기도가 주민제안 공모사업인 ‘따복’에 최초로 블록체인을 적용해 투표를 시행했다. 

전자투표가 시·공간 제약 없이 투표를 가능케 한다면 블록체인은 투표 시스템의 불신을 해결한다. 두 기술이 결합하면 시민들은 불신 없이 투표를 통해 정책 결정 과정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호주 정당 플럭스는 전자투표를 넘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정당으로서 최종 목표다.

전자투표를 넘어…

전자투표 시스템은 해킹에 취약하다.[위키미디어]

전자투표 시스템은 해킹에 취약하다.[위키미디어]

직접 민주주의는 국가 운영과 관련한 사안을 국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민주주의를 채택한 대부분의 국가에선 간접민주주의로 나라를 운영한다. 그동안은 모든 국민이 국가 운영에 일일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예로 들면 국회의원들이 각 지역 주민을 대표해 국가 운영에 참여한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주민의 실제 의사를 대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민의 국정 운영 만족도를 높이려면 직접민주주의가 더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하는 게 가능한지다.

두 가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살펴보자. 오거(Augur)는 블록체인 기반 시장 예측 시스템이다. 시장의 방향성을 다수 의견에 따라 결정하는 구조다. 오거에 시장 예측 관련 문의를 올리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답변을 단다. 이때 사람들은 ‘REP(Reputation)’라는 포인트를 걸어야 한다. 시장의 방향을 올바르게 예측하면 REP를 가져갈 수 있고 틀렸을 때는 올바르게 예측한 이들에게 REP를 빼앗긴다. 참고로 REP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다. 오거에서 REP는 가상화폐면서 신뢰도를 제공하는 기능도 한다. 오거 시스템이 사람들의 답변을 기반으로 시장을 예측할 때 참여자 수뿐만 아니라 REP의 크기도 고려하는 것이다. 오거가 시장을 예측할 때의 핵심 개념은 소수 의견보다 다수 의견이 더 낫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에 빗대면 소수로 이뤄진 의회의 견해보다 국민 다수가 참여한 견해가 정책을 올바르게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DAO(탈중앙화조직)는 CEO(최고경영자) 없이 회사를 운영하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다. DAO가 제공하는 회사 운영 방식은 직접민주주의와 비슷하다. DAO에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와 계약인이 존재한다. 주주들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의견을 모아 회사 경영 방향을 결정한다. 각 주주의 의사 결정 권한은 보유한 가상화폐가 많을수록 커진다. 계약인은 주주가 결정한 방향대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한다.
DAO 방식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해 국정 방향을 국민이 직접 결정하게 할 수 있다. 행정부가 실행 주체를 맡고 사법부가 이를 감시하면 된다. 블록체인 기술로 의회 없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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